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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생애 첫 승' 이원준 "아직 한을 다 못 풀었어요"

2019-06-30 19:30

이원준. 사진=KPGA 제공
이원준. 사진=KPGA 제공
이원준(호주)이 프로데뷔 13년 만에 코리안투어에서 생애 첫 승을 차지했다.

이원준은 30일 경남 양산시 소재 에이원컨트리클럽 남, 서 코스(파70, 6934야드)에서 치러진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 최종라운드에서 더블 보기 1개와 보기 2개, 버디 3개를 묶어 1타를 잃었다.

최종합계 15언더파를 기록한 이원준은 서형석과 동타를 기록해 연장전을 치렀고, 연장 첫 홀에서 와이어투와이어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2006년 11월 프로 전향 후 13년 만, 코리안투어에는 6번째 출전 대회만에 이룬 쾌거다.

대회 1라운드에서 공동 선두로 출발한 이원준은 2라운드부터 단독 선두로 질주했다.

최종라운드에는 공동 2위 그룹에 5타 차 단독 선두로 우승에 나섰는데, 5번 홀에서 더블 보기를 범했지만 8번 홀과 9번 홀에서 버디로 만회했다.

후반 홀에서도 역시 위기는 계속됐고, 11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했지만 13번 홀과 17번 홀에서 보기를 범한 이원준은 서형석과 동타가 됐다.

18번 홀에서는 티 샷이 오른쪽 해저드 구역으로 향했고, 공이 물에 반쯤 잠겨 우승이 무산된 듯 보였지만 파세이브에 성공하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이어갔다.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 첫 홀에서 두 선수 모두 페어웨이와 그린을 지키며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서형석은 약 3.2m거리의 오르막 버디 퍼트가 홀 컵을 살짝 빗겨나며 파를 기록한 반면, 이원준은 2.9m거리의 내리막 버디 퍼트를 완벽하게 성공시키면서 생애 첫 승을 차지했다.

2005년부터 2년 간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를 지킨 이원준은 2006년 호주 국가대표 신분으로 KPGA 삼성 베네스트 오픈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구사하며 골프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LG전자가 10년 간 장기 후원 계약을 맺는 등 아마추어 최고의 기대주였던 이원준은 2006년 11월 프로 전향 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을 노리며 PGA 2부 투어에서 활약했다.

18번 홀에서 세컨드 샷을 하는 이원준. 사진=KPGA 제공
18번 홀에서 세컨드 샷을 하는 이원준. 사진=KPGA 제공
하지만 PGA 입성은 쉽지 않았고, 2012년 오른쪽 손목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은 이원준은 의사로부터 오른쪽 손목의 연골이 거의 다 닳아 골프를 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2년 간 골프채를 놓으며 선수 생활을 그만 둘 생각까지 했던 이원준은 우연한 계기에 친구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았고, 현재는 통증 없이 투어 생활을 하고있다.

2014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큐스쿨을 통해 2015년 JGTO에 나섰던 이원준은 2017년 상반기에 허리 디스크가 발병했고, 다시금 투어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원준에게는 휴식과 가족이 약이었는데, 지난해 12월 결혼 후 안정을 찾았고 다시금 JGTO에 복귀했다.

부상을 딛고 프로 전향 후 13년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은 이원준은 "5타 차 선두였기에 타수 차이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경기에 나가보니 아니더라"라고 하며 "최대한 긴장을 안하려고 했는데, 얼굴 표정에서 드러났을 것이다. 아쉬운 상황도 있었지만 다 잘 지나갔다. 무엇보다 우승해서 행복하다"며 웃었다.

이원준에게는 행운도 따랐다. 18번 홀에서 공이 물에 반쯤 잠긴 상황이 대회 전 치러진 프로암에서도 벌어졌던 것이다. 이원준은 "프로암때 비슷한 위치에 볼이 놓여있었다. 그때도 물에 반쯤 잠겨있었는데, 그 때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생애 첫 우승컵을 안은 이원준은 "예선에서 떨어진 적도 많고, 우승을 놓친 적도 많았기에 골프를 관두고 싶었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내가 잘하는 것은 골프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지금 이자리에 왔다"고 하며 "아직 그 동안의 한이 다 풀리지는 않았고, 더 우승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졌다. 여기서 멈추고 싶지않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2024년까지 코리안투어에 출전할 수 있는 시드를 얻은 이원준은 한국투어에서 더 많이, 그리고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원준은 "한국과 해외에서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 앞으로도 열심히 경기에 임할 것이다"라고 하며 "그 동안 한국 팬분들에게 우승 못하는 선수, 혹은 잊혀진 선수가 됐는데 그러고 싶지 않다. 첫 승을 했으니 이제는 더 좋은 이미지를 남기는 것이 목표다"라고 했다.

[양산=김현지 마니아리포트 기자/928889@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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