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INTERVIEWEE] "꾸준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허윤경

2019-06-06 14:25

1년반만에 투어로 돌아온 허윤경. 사진=김상민 기자.
1년반만에 투어로 돌아온 허윤경. 사진=김상민 기자.
"육아, 체력 훈련, 라운드를 병행 하느라 바쁘게 보냈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편했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기 때문에 골프로 복귀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또다른 삶을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입니다. 기대가 더 큽니다."

지난 5월 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이 열렸던 수원컨트리클럽에서 만난 허윤경(29세, 하나금융그룹)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는 질문에 위와 같은 답을 돌려주었다. 결혼 전이나 인터뷰를 했던 그 때나 그녀는 언제나 웃는 얼굴로 또랑또랑하고 높은 억양을 보태 긴 답을 해준다. 기자에게는 좋은 인터뷰이다.

"얼마만의 복귀냐?"고 했더니 "1년반 정도 떠나있었다"면서 "다시 투어로 돌아와 떨리고 설렌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인같은 기분이 든다. 재미있다"고도 했다.

허윤경은 올해로 투어 9년째를 맞고 있다. 지난 2009년 프로 전향했고 이듬해부터 한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합류했다.

"누군가는 이제 전성기가 지났다고 말을 하더라구요(웃음). 그런데 현재 제 마음은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올해 투어에 복귀했는데 컨디션이 상당히 좋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우승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년반만에 투어에 복귀한 그녀는 첫 대회였던 셀트리온퀸즈마스터스에서는 미스 컷을 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 열린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스에서는 21위, 이어진 크리스F&CKLPGA챔피언십에서는 12위 그리고 인터뷰를 했던 NH투자증권레이디스에서는 5위에 오르는 등 몸이 정상 궤도를 찾기 시작했다. 올해 총 6개 대회에 출전해 4번 메이크 컷 했고 4831만원을 벌어들이면서 상금 40위에 올라있다.
허윤경은 꾸준했던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어한다.
허윤경은 꾸준했던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어한다.
허윤경은 프로 통산 3승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우리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프로 첫 승을 거뒀고 이듬해 E1채리티오픈에서 2승째, 같은 해 서울경제레이디스클래식에서 3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9년의 투어 생활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9년동안 꾸준하게 기복 없는 플레이를 해온 것 같습니다. 슬럼프 없이 보냈습니다. 우승을 많이 한 선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게 한 선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꾸준한 선수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꾸준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녀는 프로 투어 초반에는 공격적인 스타일이었다고 했다. "20대 초반에는 드라이버 거리에 자신이 있어서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했습니다. 이후에는 경험을 바탕으로 쇼트 게임 등 리커버리 쪽에 장점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안전하게 가야할 때는 안전하게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는 잘 살리는 쪽으로 플레이를 합니다. 지금 4게임째를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경기력도 좋고 감각도 빨리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9년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일까도 궁금했다. "갤러리가 박수를 쳐주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의외의 답이었다. 우승이나 극적인 장면을 꼽을 줄 알았었다. "그럴 때 제가 골프 선수인 게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박수를 받았던 일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반대로 지우고 싶은 일은 어떤 것이었을까? 멀리건 받고 싶은 장면. "얘기 하고 싶지 않은데요(웃음)." 그래도 해달라는 의미로 입을 꾹 다물고 그녀의 눈만 쳐다보았다. "2012년 한화클래식 마지막 홀에서 OB를 냈었습니다. 그래서 2위를 했죠. 지금도 그 때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스포츠에서 '만약'이라는 것이 한푼 어치도 의미가 없는 일지만, '다시 그 상황이 된다면?' "다시 그 상황이 온다면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절대로요!!!"
메이저 대회 우승을 기다리고 있는 허윤경.
메이저 대회 우승을 기다리고 있는 허윤경.
"올해 목표는 물론 우승입니다."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에 대해서 물었다. "스폰서인 하나금융그룹에서 주최하는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이요. 그 대회에서 꼭 우승하고 싶습니다."

올해 투어로 돌아오면서 허윤경은 장비도 모두 교체했다. 브리지스톤이다. "항상 마음에 두고 있던 브랜드이자 써보고 싶었던 클럽이기도 합니다. 드라이버는 거리와 필링, 아이언은 방향성이 특히 좋습니다. 우드와 아이언 모두 미스를 했을 때 방향 리커버리가 정말 좋습니다."

최종 목표에 대해서는 '메이저 대회 우승'이라고 했다. "인생에서의 목표 몇 개는 이뤘다고 할 수 있어요. 투어에서 3승을 했는데 메이저 대회에서는 우승이 없습니다."

1년반만에 '엄마 골퍼'로 투어에 복귀한 허윤경이 올해 어떤 결과물을 받아들지 궁금해진다.



[노수성 마니아리포트 기자/cool1872@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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