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노수성의언더리페어] 슬로 플레이어인가, 아닌가?

2019-05-11 10:54

몇몇 골퍼의 슬로 플레이는 같은 장소에서 플레이 하는 골퍼에게 모두 영향을 미친다. 사진=마니아리포트 DB
몇몇 골퍼의 슬로 플레이는 같은 장소에서 플레이 하는 골퍼에게 모두 영향을 미친다. 사진=마니아리포트 DB
5월은 상반기 중 라운드를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요즘 날씨도, 기온도 볼 치기 정말 딱 좋다. 볼을 찾기 위해 자주 산비탈을 오르내렸던 골퍼라면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갔을 수도 있다. 뙤약볕에 선블록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골퍼라면 라운드 후에 얼굴이 화끈거렸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다른 이유로 얼굴이 화끈거렸을 수도 있다. 다름 아닌 슬로 플레이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슬로 플레이는 일반 골퍼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최근 프로 투어에 슬로 플레이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었다. 내부자인 에듀아르도 몰리나리(이탈리아)가 작심하고 일침을 가했고 투어의 슬로 플레이어 명단을 공개하는 것까지 진도를 나갔다. 다른 내부자인 그레엄 맥다월(북아일랜드)이 시니컬하지만 비 공격적인 말투로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맥다월은 '몰리나리가 헛수고 하는 것'이라면서도 '우리 모두 몰리나리의 말을 들었고, 우리 모두는 좀 더 빨리 플레이 해 더 많은 갤러리가 대회장에 오도록 해야 한다. 선수 모두는 노력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프로 투어에서의 슬로 플레이에 대한 논쟁이 완전히 사그러진 것은 아니다.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라운드할 때 코스가 정체되는 원인은 누구에게 있을까? 자신일 수도, 내 앞 팀일 수도, 그리고 골프장일 수도 있다. 원인은 그렇지만 몇몇 골퍼의 슬로 플레이는 그날 같은 장소에서 플레이 하는 모든 골퍼에게 영향을 미친다. 슬로 플레이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슬로 플레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플레이 속도에 대해 알아야 한다. 골프 규칙 에티켓 편에는 '플레이 속도'에 대한 언급이 있다. '플레이어는 약간 빠른 속도로 플레이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플레이할 순서가 된 플레이어는 40초 안에, 대체로는 그 보다 빠른 시간 안에 스트로크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약간 빠른' 이라는 것에 대해 감이 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플레이 할 때는 '약간 빠른' 보다는 '적절한 간격'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간격'이란 이런 것이다. 파4 홀에서는 한 팀이 티잉 그라운드에 도착했을 때 앞 팀이 세컨드 샷을 마치고 그린으로 올라갈 때, 파5 홀에서는 세컨드 샷 지점에 왔을 때 앞 팀이 홀 아웃을 준비하고 있을 때다. 이게 적당한 간격이다. 플레이가 '느리다'고 판단을 해야 할 때는 파4 홀 티잉 그라운드에 도착했을 때 앞 팀이 그린을 떠너거나, 파5 홀에서 티잉 그라운드에 도착했을 때 앞 팀이 그린에 있을 때다. 이런 상황이라면 좀 더 플레이 속도를 높여야 한다.

골프장에서는 캐디가 플레이 속도를 조절한다. 늦는다 싶으면 '좀 빨리 진행해달라'고 부탁한다. 요즘엔 카트에 GPS가 달려있어 카트 안의 모니터를 통해 앞뒤 팀과의 간격을 확인할 수도 있다. 아니면 카트에 깃발을 단 마샬이 달려와 진행을 독촉하기도 한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플레이어가 알아서 간격을 유지해주어야 한다.

플레이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준비를 잘 하는 것이다. 1번 홀이 아니라면 티 샷 순서는 정해져있다. 자신의 순서를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나 칠 차례야?', '내 볼 어딨지?', '어디로 쳐?'라고 묻는 골퍼가 수두룩하다. 오늘 처음 코스에 나온 골퍼가 아니라면 자신의 순서를 알고 샷을 위한 준비를 먼저 하는 것이 기본이다. 장갑을 끼고 주머니에 볼과 티는 있는지, 티잉 그라운드로 들어갈 때 아이피(IP : 티 샷이 떨어지는 지점)를 예상하거나 스코어카드, 또 야디지북, 핀 위치 페이퍼, 그리고 요즘 골퍼의 필수품인 거리 측정기를 통해 거리까지 미리 확인해 둘 시간은 충분하다. 캐디에게 '꼭 피해야 할 장소나 숨어있는 함정'정도만을 확인하면 시간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세컨드 샷 지점에는 클럽 몇 개를 가지고 간다. 야디지 말둑이나 거리 측정기를 통해 남은 거리를 확인하고 그 거리에 적합한 번호의 클럽과 그 앞 뒤 번호의 클럽, 웨지까지 챙기면 더욱 좋다. 볼이 떨어진 지점에 갔을 때 상황에 따라 조금 더 길거나 짧게 쳐야 할 상황이 나오기 때문이다. 아마추어가 프로처럼 2~3야드씩 끊어치는 것도 아니고 우즈처럼 170야드를 캐리로 보내고, 그린에 떨어진 후 백스핀으로 5야드를 끌어당기는 샷을 할 것도 아닌데 자신의 들쭉날쭉한 거리에 꼭 그 번호만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만에 하나 미스를 했을 때는 결국 웨지로 어프로치를 해야 한다. 볼이 있는 지점에 가서 클럽을 바꿔달라고 하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진다.

세컨드 샷 이후 플레이어와 멀리 떨어져 있는 카트를 타고 다음 샷 장소로 이동한다면 시간을 더 잡아먹는다. 그냥 걸어서 다음 샷 장소로 간다면 팀 전체가 시간을 번다. '캐디가 있는데 그런 수고까지 해야하느냐?'고 누군가는 불평한다. 맞다. 캐디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번번히 클럽을 교체하느라 캐디가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하면 질 좋은 서비스를 받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적절하게', 또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해준다. 영리한 캐디라면 '기브 & 테이크'를 안다.

가장 많이 시간을 잡아먹는 곳은 그린이다. 대부분의 골퍼가 직접 마크를 하지 않고, 볼도 놓지 않는다. 캐디가 일일이 마크하기 위해 그린을 돌아다니고, 볼을 닦고 다시 놔준다. 이런 것이 한 그린에서 거의 두, 세 번 반복된다. 이건 시간 낭비다. 그린에 볼이 올라가면 무조건 스스로 마크하는 것을 권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볼은 캐디가 닦아준다고 해도 다시 내려놓는 것도 골퍼 스스로 한다. 또 자기 차례가 아니라면 깃대는 뽑고, 제일 먼저 퍼팅을 끝낸 골퍼가 깃대를 다시 제자리에 꽂는다. 그래야 무의미한 시간을 줄여 플레이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그렇게 했을 때 캐디는 라인을 더 잘 보고, 골퍼의 성향을 고려해 홀인 확률 높은 가이드를 제공할 것이다.

초보자이거나, 샷이 일정하지 않은 골퍼라면 카트를 타는 것은 좀 자제해야 한다. 볼을 한 60~70m 보내 놓고는 입을 쭉 내밀고, 투정을 부리면서 클럽을 바꾸기 위해 카트로 돌아오는 골퍼가 많다. 오! 제발, 카트로 돌아오지 말고 빠른 걸음으로 다음 샷을 할 지점까지 이동할 것을 권한다. 클럽을 캐디에게 줄 게 아니라 그냥 들고 가서 그 클럽으로 플레이 하라. 그 클럽으로 치면 예상보다 더 멀리 날아갈 것 같다고?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전에 했던 샷의 판박이가 될 확률이 90% 이상이다.

모바일폰도 슬로 플레이의 원인이다. 볼 앞에 서서 언제 끝날지 모를 통화를 하기도 한다. 같이 플레이 하는 대다수의 골퍼도 중요한 비즈니스를 잠시 접어두고 골프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간단히 통화하거나, 잠깐 꺼두든가, 9홀이 끝나고 몰아서 확인하는 것을 권한다. 정말 중요한 통화하면 그 홀, 그 샷은 포기하라. 그 샷, 그 홀을 지나쳤다고 미스 컷을 하거나, 상금 랭킹이 떨어져 이듬해 시드를 받지 못하든가, 메이저 대회 출전권을 잃는 게 아니다. 그 홀에 큰 스킨이 걸려있다고? 그건 확률이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줄어드는 것으로 팀원에게 선심을 베푸는 것이다. 그리고 긴 통화를 한 후에 샷을 잘 할 수 있는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우리나라 골퍼가 가장 가볍게 대하는 것이 '티오프 타임'이다. 티오프 타임은 그 팀이 첫 티 샷을 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어떤가? 티타임에 첫 번째 플레이어가 티 샷을 한 적이 얼마나 될까? 이건 전적으로 골프장 책임이다. 티타임을 엄격하게 운영했어야 했다. 우리도 누군가 티타임에 늦으면 뒷 팀을 먼저 내보내기도 하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티타임과 멀지 않은 시간에 플레이할 수 있게 배려한다. 우리는 골프장의 그런 배려나 관용에 너무 익숙해있다.

골프장에서의 정체는 출발 시간을 준수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니 티오프 타임을 철저히 지키고, 플레이 전에 미리 모든 준비를 마치며, 샷과 샷 사이의 이동은 되도록 신속히 하면서 앞 팀과의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을 신경 쓴다. 그렇게 하면 슬로 플레이로 인한 피해를 줄 일 수 있다. 자신, 자신의 팀, 그날 코스에 있던 모든 골퍼를 위해 해야 할 일이다.

[노수성 마니아리포트 기자/cool1872@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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