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노수성의언더리페어] 갤러리라면 꼭 알아야 할 19가지

2019-04-28 10:05

그린을 가득 메운 패트론. 사진=마스터스 홈페이지.
그린을 가득 메운 패트론. 사진=마스터스 홈페이지.
먼저, 골프 대회 관전은 정말 어렵고, 힘들다는 것부터 말해야겠다.

골프라는 스포츠와 경기를 치르는 골프장이 관전을 너무 힘들게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내 종목이나, 돔으로 지붕을 씌울 엄두를 내는 스포츠(축구나 야구까지)는 관중석이라는 게 있다. 관람권을 사면 '여기에 앉으라'고 친절하게 좌석 번호를 준다. 영화관에서처럼 번호를 찾아 좌석에 앉으면 그것으로 관전 준비는 끝이고(맥주나 치킨을 따로 준비하면 더 좋고), 시야에 다 들어오는 경기장 안에서 움직이는 선수의 멋진 쇼를 맘껏 감상하고, 응원하는 팀을 향해 목청껏 소리치며, 상대방에겐 야유를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골프 대회도 관람권을 사면(국내엔 무료 관람권이 대다수지만) 번호가 있기는 하다. 그게 아쉽게도 좌석 번호는 아니다(대부분 경품 추첨용 번호다). 자, 그렇기 때문에 그 때부터 갤러리 초보라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여기저기 기웃거리게 되고, 묻기도 하고, 사람의 동선에 생각 없이 다니다보면, 본의 아니게(이게 핵심이다) 다른 갤러리나 선수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다.

1. 코스에 있는 모든 것은 만지지 않는다. 선수의 볼이 갤러리 쪽을 향할 때도 있는데, 그걸 발로 차거나, 들어 올리거나, 기념품처럼 주머니에 넣어서는 안된다. 대회 코스에서 볼을 발견하면 그건 100% 현재 플레이 중인 누군가의 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그 볼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 선수의 클럽에도 손대면 안된다. 연습장이나 연습 그린 주변에 선수들이 클럽을 내려놓는데, 어떤 클럽을 사용하는지 궁금하더라도 '눈으로'만 감상하시라.

2. 로프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대회가 열리는 코스는 원활한 경기 운영을 위해 로핑을 한다. 티잉 그라운드부터 그린까지 로프를 연결해 경계선을 만드는 것이다. 갤러리는 이 로프 안쪽으로 들어가서는 안된다. 로프 안쪽에는 플레이어, 그의 캐디, 대회 관계자, 그리고 종종 미디어만 들어갈 수 있다. 로프가 없더라도 티잉 그라운드나 그린에는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

협회의 로핑에 대해서는 불만이다. 우리나라 코스 대부분이 설계할 때 갤러리 동선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회를 염두하지 않는 것도 있고, 예쁘게만 치장하려는(그래서 회원권 값을 높이려는) 경향이 높다. 그런 곳에서 대회가 열리면 갤러리의 불편은 이만저만 아니다. 한 팀이 10분 간격으로 움직이던 공간에 순간적으로 몇 천명이 한꺼번에 이동하니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선수가 샷을 할 때 움직이지 않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뭐가 보여야 움직이지 않지! 협회는 대회 코스를 선정할 때 좀 더 신중해야 한다.

3. 클럽하우스, 그늘집, 미디어센터는 아쉽게도 갤러리는 들어갈 수 없다. 그 입구를 진행 요원이나 경비 인력이 막고 있기 때문에 갤러리가 들어가려고 해도 들어갈 수 없다.

4. 갤러리를 위한 편의 시설은 주차장이나 클럽하우스 뒤쪽에 모여있다. 대회가 열리면 간식거리나 물, 음료수를 파는 간이 매장이 생긴다. 꼭 그곳에서 물과 음료, 간식거리를 챙기길 바란다. 코스로 들어가면 어디 구할 데도 없고, 돌아나오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코스 중간에 화장실은 있으니 급한 생리 현상은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여러 사람이 이용하기 때문에 그렇게 깨끗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5. 티오프 시간표와 코스 지도는 꼭 챙긴다. 관전을 위한 내비게이션이다. 골프는 야구처럼 1회부터 9회, 축구처럼 전, 후반이 나눠져 있지 않다. 골프는 2~3명의 선수가 한 조를 이뤄 10분 간격으로 1번 홀을 출발해 18번 홀까지 마치는 구조다. 1~2라운드 때는 오전과 오후, 또 1번과 10번 홀에서 동시에 출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티오프 시간표가 응원하려는 선수의 현재 위치, 현재 게임이 어느 정도 진행되는지를 알려주는 유일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코스 지도도 잘 보관해야 한다. 코스 지도는 1번부터 18번 홀까지의 위치와 편의 시설의 위치를 알려준다. 대회를 어떻게 관전할 지에 따라 다르지만, 특정 선수 응원이라면 그 선수를 어느 지점에서 마주칠 수 있는 지도 티타임 시간표와 지도를 통해서 밖에 알 수 없다. 티오프 시간표와 코스 지도는 대회장 입구에서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6. 경기 시간은 1번 홀에서 출발해 9번 홀을 끝내는 데 거의 2시간이라고 보면된다. 9시에 1번 홀을 출발한 선수는 11시쯤 9번 홀에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10시30분경에 코스에 도착했는데, 9시에 출발하는 선수를 응원하려면 바로 9번 홀 그린이나 10번 홀 티잉 그라운드로 가야한다.
선수가 어드레스에 들어가면 절대 움직이지 않고 소음을 내지 않는다. 사진= 미국LPGA
선수가 어드레스에 들어가면 절대 움직이지 않고 소음을 내지 않는다. 사진= 미국LPGA
7. 관전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원하는 선수만 쫓아가느냐, 아니면 다수의 선수를 보느냐. 원하는 선수를 쫓아다닌다면 바로 위 6번 항목을 참고한다. 다수의 선수를 보려면 9번 홀 그린이나 10번 홀 티잉 그라운드, 아니면 18번 홀 그린이 좋은 장소다. 이 3곳에 갤러리 스탠드를 설치해 놓는다. 좀 더 높은 곳에서 선수의 다양한 샷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코스 지도를 통해 몇개 홀이 연결되어 있는 곳을 선택해 그곳에 머무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다면 한 선수의 롱 샷이나 어프로치, 퍼팅 등을 섭렵할 수 있다.

8. 가장 좋은 관전 방법? 클럽하우스나 갤러리 부스에 마련된 대형 TV 앞에 누워 도시락이나 간식 먹으면서 생중계를 보는 것이다(집 쇼파에 누워 맥주 마시면서 보는 것도 좋다). 갤러리를 해봤으면 알겠지만 눈 앞에 보이는 장면이 거의 전부다. 다른 조의 경기는 전혀 보지 못한다. TV로 생중계를 보면서 현장에서 울리는 '함성'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

9. 복장은 되도록 편안하게 한다. 미니스커트, 탱크톱, 반바지, 핫팬츠, 민소매, 어떤 컬러나 디자인의 옷이라도 무방하다. 대신 잔디 보호나 장거리 이동을 위해 편안한 운동화나 스파이크리스 골프화를 신는 것을 권한다. 하이힐이나 킬힐은 아니다. 모자는 필수. '선텐'이 목적이 아니라면 야구모자를 써야 한다. 바이저도 좋지만 뙤약볕이라면 머리가 뜨거워져 열사병에 걸릴 수도 있다.

10. 양산이나 우산은 쓰지 않는다. 다른 갤러리의 시야를 방해한다. 선수들은 왜 우산을 쓰냐고? 비가 왔을 때는 그립과 장갑이 젖기 때문이다. 비가 너무 많이 올 때는 또 어떡하냐고? 걱정할 것 없다. 경기위원이 경기를 중단하고 잦아들기를 기다릴 것이다. 선수들과 함께 움직이면 된다. 갤러리 당일 비가 오거나 비 예보가 있다면 우산보다는 우비를 챙길 것을 권한다.

11. 미국의 갤러리는 접이식 의자를 많이 가지고 다닌다(우리 갤러리 중에서도 있고). 이건 편안하게 관전하는 의미도 있지만, 홀을 겹겹히 에워쌌을 때 뒤쪽에 있는 갤러리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그린 가장 가까운 지점에 자리를 잡았다면 무조건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기를 권한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위치라면 단체 사진을 찍을 때처럼 무릎을 반쯤 접거나, 상체를 숙이는 것이 다른 갤러리를 위한 배려다.

부모와 자녀의 정을 해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자녀를 무등 태우려면 제일 뒷쪽으로 이동해 주길 바란다. 아이에게 좋은 장면을 보여주려는 마음은 안다. 그런데 바로 뒤에 서있는 사람은 아이의 엉덩이만 볼 수 있다.

12. 아이들 얘기가 나왔으니 한마디 한다. 아이에게 골프 조기 교육을 시킨다는 차원 이해한다. 골프계도 미래의 골퍼가 골프장에 많이 오는 것을 대대적으로 환영한다. 코스는 주말 소풍 장소로 적합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수를 따라다니려면 부모가 컨트롤할 수 있거나,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나이는 되어야 한다. 마트에서 장난감 사주지 않는다고 바닥에 누워 발버둥을 치거나, 소리 높여 울던 전력이 있는 아이라면 분위기만 보여주고, 갤러리를 위한 전용 공간에만 머물러 주길 바란다. 그게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선수에게도, 다른 갤러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일이다.
갤러리 스탠드는 관전하기 좋은 장소다. 자원봉사자와 악수하는 박인비. 사진=미국LPGA
갤러리 스탠드는 관전하기 좋은 장소다. 자원봉사자와 악수하는 박인비. 사진=미국LPGA
13. 선수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 위해서는 딱 두가지만 지키면 된다. 첫 번째는 선수가 셋업에 들어가면 무조건 발길을 멈추고 조용히 하면된다. 진행 요원이 '조용히'나 'QUIET'라고 쓰여있는 팻말을 높이 들어올렸을 때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는 셋업에 들어갔을 때 사진을 찍지 않는 것이다. 이것만 지키면 된다.

14. 사진을 찍고 싶다면, 선수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와서 준비할 때 빨리 찍는다. 많은 갤러리가 임팩트 사진을 원하는 것 같은데, 모바일폰으로는 어림도 없다. 선수의 임팩트는 전문 사진 기자도 망원 렌즈를 걸고, 삼각대에 고정해 똑같은 스윙을 3~4번 찍어야 하나 건질까 말까다. 그리고 갤러리가 찍는 대다수의 사진은 앵글도 별로이고, 흔들려서 어디 쓸 데도 없다.

동영상을 찍으려면 선수가 어드레스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촬영 버튼을 눌러놓고 피니시가 끝난 후에 스톱 버튼을 누른다. 이렇게 원본을 찍고 편집기로 수정을 하면 멋진 스윙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 그걸 SNS에 공유한다면 '엄지손가락'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방송 전문가처럼 선수가 테이크백을 시작할 때 스스로 큐(Q) 사인을 내야 할 이유가 없다. 타이거의 오래 전 캐디 스티브 앞이었다면 그 모바일폰이 해저드로 날아갈 수도 있다.

15. 그래도 정말 사진을 찍고 싶다면 협회가 제공하는 포토 타임을 이용한다. 협회는 팬 서비스 차원에서 라운드 전이나 후에 선수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 때는 어떤 포즈나 동작을 요구해도 된다. 선수들은 그렇게 팬과 소통하라고 교육을 받았다. 당당하게 요구해도 된다.

16. 누군가는 '모든 선수가 퍼팅을 마칠 때까지 그린을 떠나지 말라'고 하는데 그렇게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굳이 원하지 않는 선수의 퍼팅까지 봐야할 일은 없다. 단, 다른 선수가 셋업에 들어가면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은 여기서도 적용된다.

다음 홀의 티잉 그라운드에서 좋은 지점을 선점해야 하기 때문에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스트로크 이후에 움직이고, 누군가가 셋업하면 바로 멈춰야 한다. 선수가 멀리 있기 때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라도 '일단' 멈추는 것이 기본이다. 어정쩡한 공간에서 멈추느니, 동반 선수가 모두 티잉 그라운드나 그린을 떠날 때 같이 움직이는 것은 어떤가?

17. 이건 선수에게 해당되는 얘기이기도 한데 어느 정도의 움직임이나 약간 큰 소음도 감수해야 한다. 소음이나 움직임에 대해 '기겁' 하거나 그 소음을 일으킨 갤러리 쪽을 노려보지 않는 관용도 필요하다(민망하니까!). 선수들은 연습 라운드나 개인 라운드처럼 코스가 '절간' 같이 고요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갤러리가 수만명이고, 1000명 이상이 한 선수를 쫓아가는데 그런 고요를 기대하는 것은 오버다. 그런 훈련도 되어야 하고, 그런 소음에도 일정 부분 무뎌져야 한다. 갤러리 없는 대회는 스폰서도 좋아하지 않고, 대회가 없어지면 선수의 수입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18. 현장 소음은 그렇다 쳐도 전화 벨은 아니다. 코스에 들어가면 바로 진동 모드를 하고, 통화는 자제한다. 대회를 관전하러 올 정도라면 바쁜 비즈니스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촌각을 다투는 일이 있는 사람이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골프장을 찾았을 리는 없다. 코스에 들어갈 때 모바일폰 반입 금지는 반대한다. 갤러리가 잘 하면 '강제'는 필요 없다. 부득이한 경우라면 방해 되지 않는 공간에서 맘껏 통화하라. 아니면 메시지로 주고 받든가. 몇몇 몰지각한 갤러리 때문에 현장에 있던 모든 갤러리까지 피해를 보게 해서는 안된다.

19. 수준 낮은 갤러리는 소수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들이 수준 높은 갤러리가 되는 것은 수준 높은 갤러리의 몫이기도 하다.

[노수성 마니아리포트 기자/cool1872@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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