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노수성의언더리페어] 홀인원 이후 일어나는 일들

2019-04-26 10:37

230번째 샷에서 홀인원에 성공한 앤디 셜리번. 사진=유러피언투어
230번째 샷에서 홀인원에 성공한 앤디 셜리번. 사진=유러피언투어
어제, 포털 사이트에 홀인원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유러피언투어의 홀인원 프로젝트에서 앤디 셜리번(32세, 잉글랜드)이 230번째 샷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는 내용이었다. 장소는 런던골프클럽 11번 홀(파3, 171야드)이었고 주어진 기회는 500번이었다. 셜리번 이전 에듀아르도 몰리나리(이탈리아), 브랜던 스턴(남아공)이 도전했지만 실패했었다.

관련 기사를 봤는지 에디터의 블로그 이웃 한 명이 질문을 해왔다. '만약 홀인원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냐?'는 내용이었다.

블로그 이웃들은 골프와 관련된 여러가지 질문을 한다. 그래서 약간의 힌트가 될만한 것을 제공할겸, 또 앞으로 홀인원을 할 골퍼에겐 예방 주사 차원에서 홀인원을 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상황을 '예전'과 '현재'로 나눠 소개한다.

먼저 '예전'에 했던 홀인원 세리머니 과정이다.

누군가 홀인원을 하면 그 라운드는 거의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홀인원 이후 몇개 홀을 남겨두었다고 하더라도 분위기기 완전 잔칫집으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큰 내기를 하고 있었더라도 거기서 종료된다. 이후 멀리건, 오케이가 남발하는 '친선'적인 분위기가 이어진다.

라운드가 끝나면 본격적인 세리머니가 시작된다. 일단 캐디에게 '홀인원 팁'을 듬뿍 준다. '듬뿍'의 기준은 없고, 팁이라는 것이 언제나 그렇지만 주는 사람 맘이다. 처음 홀인원을 했다면 액수는 더 커진다. 필 미켈슨같은 팁에 후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기본적으로 캐디피의 몇 배다. 누군가는 지갑에 있는 현찰을 탈탈 털기도 하고, 누군가는 현찰이 없어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빼기도 한다. 캐디도 은근히 홀인원 보너스를 기대한다. 기분 좋은 사람이 주는, 그야말로 '불로소득'이니까.

홀인원 소식은 경기과에도 바로 전달된다. 홀인원 증서를 발급하기 위한 과정이다. 골프장 회원이라면 경기과에 들러 '회식비'를 넉넉히 주고 나오기도 한다. '간단히 술 한잔 하라는' 금일봉 개념이다. 정치인의 금일봉에는 적은 액수가 들어있겠지만, 경기과 회식비는 그렇지 않다. 액수로 회원의 '배포'가 검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념 식수도 했다. 좀 오래된 골프장 파3 홀 주변의 많은 소나무가 홀인원의 대리 흔적이다. 나무 밑에 홀인원을 한 골퍼의 '신상'과 '행적'이 적혀있다. 골프장이 기념 식수를 반기지 않을 때도 있다. 파3 홀의 경관을 해친다는 의미도 있고, 또 높으신 분이 미리 선점했을 때 '겸상' 하지 못한다는 전관 예우 차원도 있다.

그날 라운드에서 발생한 그린피와 식음료 값은 홀인원을 한 당사자가 낸다. 그게 아니라면 그날은 동반자끼리 추렴하고 , 따로 '홀인원 기념 라운드'를 할 때 홀인원을 한 당사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진한 세리머니는 골프장을 나와 이뤄진다. '부어라, 마셔라' 시간이다. 근사한 장소를 잡고 홀인원을 아주 오랜 시간동안 복기한다.

홀인원 세리머니는 날이 지나도 이어진다. 홀인원 기념품을 만들어 선물한다. 골프 볼, 골프 수건, 마커, 지갑 등 다양한 액서서리에 '홀인원 기념'이라는 문구나 사인을 담아 돌리기도 한다.

홀인원을 할 당시 동반자가 '기념패'를 만들어 제공하는데, 그날 애프터 라운드를 하거나, 아니면 자리를 따로 만든다. 그날 들어가는 비용도 홀인원을 한 사람의 몫일 확률이 높다. 이런 홀인원 관련 비용은 천지차이다. 액수의 차이가 크게 나는데, 이건 홀인원에 대한 당사자의 의미 부여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지위와 경제력도 끼어든다.

여기까지가 예전 사례다. 물론 예전 사례라도 이것이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할까? 앞으로 누군가가 홀인원을 한다면 가장 무겁게 축하하고, 가벼운 맥주 파티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어떨까. 동반자는 추렴해서 근사한 문구가 들어간 기념패를 하나 전하는 그 정도가 좋을 것같다. 다행히 홀인원 보험에 들었다면 그 비용 내에서 알뜰히 사용하자.

국내에서 홀인원은 얼마나 나올까? 대한골프협회(KGA)가 올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4월 하순 현재 43개소의 골프장에서 모두 367번의 홀인원이 나왔다. 현재까지 홀인원이 가장 많이 나온 골프장은 경기도 기흥 소재의 태광으로 총 22개다.

지난해는 총 60개의 골프장에서 1818번의 홀인원이 쏟아졌다. 지난해 홀인원이 가장 많이 나온 골프장은 경기도 용인의 아시아나로 총 98번이었다. 홀인원은 골프장 당 평균 30번 꼴로 국내 골프장이 약 400여 곳이기 때문에 연간 약 1만2000번 이상이 나온다고 추산할 수 있다.

그나저나, 홀인원 했을 때 절을 하는 세리머니는 누가 시작한걸까?

[노수성 마니아리포트 기자/cool1872@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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