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노수성의언더리페어] 한국 여자 선수가 더 강해지는 이유?

2019-04-10 12:49

두 번째 올림픽을 준비하는 금메달리스트 박인비. 첫 '타이틀 방어'를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두 번째 올림픽을 준비하는 금메달리스트 박인비. 첫 '타이틀 방어'를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의 경향을 종합하면 전적으로 '올림픽' 때문이다. 올림픽이 무한 경쟁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이유? 프로 투어에서 타이틀리스트 볼과 2위 볼 사용률 차이처럼 미미하다.

가장 가까운 예가 고진영(24세)이다. 고진영은 미국LPGA투어 올해 첫 메이저 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직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미국LPGA투어 데뷔전에서 우승하고, 올해 2승을 추가하는 기저에는 올림픽 출전이라는 희망이 단단히 자리하고 있다.

고진영이 미국 진출을 타진한 것은 올림픽 출전에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고진영의 한 측근은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 랭킹을 올려야 하고 한국보다는 미국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고진영의 '올림픽 바라기'는 클럽 구성에서도 엿볼 수 있다. 미국 진출 당시 고진영은 특정 골프 브랜드와 계약하지 않았다. 성적을 내기 위해 성능 위주로 골프백을 꾸렸다. 자신의 첫 메이저 대회를 품에 안을 때 고진영은 캘러웨이(우드), 타이틀리스트(하이브리드, 볼), 브리지스톤(아이언), 핑(웨지와 퍼터) 브랜드 용품을 썼다.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해 '올림픽' 출전에 한발 다가섰다지만 엔트리 마감이 될 때까지 마음을 놓치 못할 것이다. 따라서 고진영의 경기력은 세계 랭킹 1위가 됐다 하더라도 옅어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올림픽 바라기'를 고진영만 하는 것은 아니다. 116년만에 돌아온 리우올림픽 골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올림픽과 여자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달성한 박인비(31세)도 예외는 아니다.

박인비의 지난해 그리고 올해의 스케줄은 딱 두 가지에 초점이 맞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퍼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마지막 조각을 맞출 에비앙과 도쿄올림픽이다.

박인비에게 올림픽이 중요한 것은 또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타이틀 방어'라는 점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을 위한 필요 조건이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최측근에게 'IOC 선수 위원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OC 선수 위원이 되려면 해당, 또는 직전 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
첫 올림픽을 기대하고 있는 유소연. 유소연은 2006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었다.
첫 올림픽을 기대하고 있는 유소연. 유소연은 2006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었다.
미국LPGA투어에서 19승을 거뒀고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했으며 골든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박인비라도 느슨해질 수 없는 이유다. 박인비는 2016년 리우올림픽 직후부터 "2020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이 좋은 목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4월 현재 세계 랭킹 2위인 박성현(26세)이 느긋하지 못한 이유도 올림픽 때문이다. 박성현은 지난 2월 블룸베리리조트&호텔과의 메인 타이틀 스폰서 계약 기자 회견에서 올림픽 출전에 대한 강한 뜻을 비쳤었다. "리우올림픽을 보면서 올림픽에 꼭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큰 목표가 생겼다"면서 "내년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서는 올해가 굉장히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고 그래서 더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유소연(29세)의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는 남다르다. 3년 전 세계 랭킹 15위 이내에 들고도 집안 경쟁에서 밀려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소연은 지난 2월 자신의 미국LPGA투어 2019 첫 대회인 혼다LPGA타일랜드에 출전하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위해 총력전을 기울이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했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려면 내년 6월29일의 올림픽 랭킹에서 60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시간은 많이 남아 있는 편이다. 한국이나 미국, 일본투어에서 활동하는 중, 상위권 선수에게 여전히 출전 가능성은 열려있다.

올해 미국에서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는 '핫식스' 이정은(23세), 일본투어에서 활동하는,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했던 신지애(31세), 지난해 한국LPGA투어 신인상을 받은 최혜진(20세) 등에게도 좀 더 힘을 내게 만드는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

올림픽 골프에는 한 국가에서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특정 국가가 4명까지 출전권을 받으려면 엔트리 마감 직전 랭킹에서 이들 모두 세계 랭킹 15위 이내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2016년 리우올림픽 직전 세계 랭킹 15위 이내에 한국 선수가 7명 들어있었고 이들 중 상위 랭커인 박인비, 양희영, 김세영, 전인지가 출전권을 받았었다.

4월10일 현재 여자 올림픽 랭킹에 한국 선수는 4명이 올라와있다. 고진영(1위), 박성현(2위), 박인비(7위), 유소연(9위)이다.

이들과 출전권 경쟁을 하는 선수는 세계 랭킹을 기준으로 양희영(14위), 김세영(18위), 김인경(19위), 이정은(20위), 지은희(21위), 신지애(23위), 전인지(25위), 안선주(27위), 최혜진(29위), 이미향(31위), 김효주(32위), 배선우(41위), 오지현(44위), 신지은(45위), 이다연(54위) 등이다.

올림픽은 4년에 한번 치러지기 때문에 1년 뒤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메이저 대회와는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런 조건이 선수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동반 실력 향상이라는 선순환을 이끌고 있다. 이런 현상은 4년 주기로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여자 골프는 올림픽으로 더더욱 강해지고 있다.

[노수성 마니아리포트 기자/cool1872@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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