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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의 소리] KPGA는 올해도 민폐 갤러리에 골머리

2018-04-25 05:00

KPGA 시즌 개막전 DB 손해보험 프로미오픈을 찾은 갤러리들. 사진=KPGA 제공
KPGA 시즌 개막전 DB 손해보험 프로미오픈을 찾은 갤러리들. 사진=KPGA 제공
[마니아리포트 김현지 기자]
2018 한국프로골프(KPGA)투어가 막을 올린 가운데, 올해도 변함없이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민폐 갤러리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민폐 갤러리가 문제다. 대회장에서 주류 판매가 가능한 PGA투어에서는 만취자들이 큰 소리로 선수의 플레이를 방해하거나, 페어웨이에서 나체로 춤을 추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KPGA투어의 경우 마찬가지로 대회장에서 주류판매가 가능하지만 최근까지 이렇다할 만취자들의 소동은 없었다. 다만, 갤러리가 지켜야할 최소한의 에티켓도 지키지 않는 민폐 갤러리가 올해도 만연하다.

코스는 선수들에게 양보해주세요
매년 갤러리들의 코스 난입은 문제다. 지난해 KPGA 선수권대회에서는 선수들이 그린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음에도 챔피언조를 따라가기 위해 선수들이 플레이중인 그린 뒤로 이동하는 갤러리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올해 시즌 개막전인 DB 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도 갤러리들의 코스 난입은 계속됐다.

지난해 KPGA 선수권대회에서 선수들이 퍼트를 하고 있는 가운데(동그라미) 챔피언조를 따라잡기위해 코스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갤러리들(화살표). 사진=김현지 기자
지난해 KPGA 선수권대회에서 선수들이 퍼트를 하고 있는 가운데(동그라미) 챔피언조를 따라잡기위해 코스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갤러리들(화살표). 사진=김현지 기자

대게 KPGA투어 대회에서 갤러리들이 코스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4라운드 때 챔피언조가 마지막 홀(18번 홀)에서 티 샷을 친 후다. 챔피언 조가 티 샷을 친 후 이동할 때, 갤러리들은 선수들의 뒤에서 함께 잔디를 밟고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KPGA투어 시즌 개막전에서는 시도때도 없이 갤러리들이 코스에 난입했다.

최종라운드, 챔피언조가 1번 홀을 지나갔다고 해서 이후 1번 홀에서 플레이하는 선수가 없는 건 아니다. 10번 홀에서 출발한 첫 조가 9개 홀을 돈 후 1번 홀로 이동해 플레이를 한다.

그럼에도 챔피언조가 지나갔다며 페어웨이를 밟는 갤러리가 적지 않았다. 심지어 페어웨이로 들어가 챔피언조의 뒤를 따르는 갤러리도 일부 있었다.

또한 챔피언조가 세컨 샷 후 그린으로 이동하는 데, 앞서 있던 갤러리가 가까이에서 보겠다며 코스로 들어가 그린 앞쪽으로 이동해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다.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대회장을 찾았던 한 아버지는 경기 중 티 박스가 비자 자신의 아이를 티박스에 올려보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때,아이에게 대회장에서 나눠 준 장우산으로 스윙을 해보라고 요구했고 아이는 장우산으로 스윙을 하던 중 티잉 그라운드를 장우산으로 '퍽'소리가 나게 찍는 만행도 저질렀다. 결국 이들은 근처에 있던 경기위원의 제지로 티박스에서 내려왔다.

챔피언조가 세컨드 샷을 한 후 그린 이동중이며, 10번 홀 1조 선수들이 아직 티 박스에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 한 갤러리가 페어웨이 중앙에서 전화통화를 하며 티 박스를 바라보고 있다. 이후 이 상황을 기자가 사진으로 담자 이를 지켜보던 경기위원이 해당 갤러리를 코스 밖으로 불러냈다.  사진=김현지 기자
챔피언조가 세컨드 샷을 한 후 그린 이동중이며, 10번 홀 1조 선수들이 아직 티 박스에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 한 갤러리가 페어웨이 중앙에서 전화통화를 하며 티 박스를 바라보고 있다. 이후 이 상황을 기자가 사진으로 담자 이를 지켜보던 경기위원이 해당 갤러리를 코스 밖으로 불러냈다. 사진=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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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스포츠인 골프의 경우 선수들은 소음에 예민하다. 특히 선수들이 어드레스를 취했을 경우 플레이를 위해 동작을 멈추고 조용히해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핸드폰의 경우 무음모드로 변경하고, 사진은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는 휴대전화 카메라가 법적으로 셔터 소리가 나게 되어있기 때문에, 굳이 사진을 찍고 싶다면 선수가 어드레스를 취하기 직전 영상 촬영 버튼을 누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휴대폰 카메라 셔터 소리의 경우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최초로 열린 PGA투어 CJ컵 앳 나인브릿지에서 여러차례 문제가 됐다. 당시 PGA투어 선수들이 갤러리들의 셔터 소리와 플래시에 민감하게 반응해 이슈가 됐고, 이후 KPGA투어에서도 자연스레 셔터 소리는 잦아들었다.

셔터 소리는 잦아들었지만, 휴대전화 통화 소리는 여전하다. 지난해 한 KPGA투어 선수는 대회 도중 "갤러리의 통화소리에 방해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그 선수는 "해당 갤러리의 목소리 뿐만 아니라 수화기 너머 상대방의 소리까지 다 들렸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개막전에서도 선수들이 경기를 진행중인 코스에서 큰 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는 갤러리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들의 경우 다른 갤러리들이 쳐다보며 눈치를 주는데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통화를 이어갔다.

만약 골프 대회 관전 중 전화가 올 경우 전화 대신 문자 메세지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불가피하게 전화를 받아야 할 경우 개방된 그늘집을 이용하거나 선수들의 플레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외진 곳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용건만 간단히 통화를 하는 것이 좋다.

3라운드 마지막홀에서 홀아웃하며 갤러리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김태훈. 사진=KPGA 제공
3라운드 마지막홀에서 홀아웃하며 갤러리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김태훈. 사진=KPGA 제공

응원의 한마디가 필요해요


KPGA투어의 경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비해 갤러리의 수가 많지 않다. 더욱이 큰 팬덤을 가진 선수 역시 손에 꼽을만큼 적다. 그럼에도 자신의 선수를 응원한다며 타 선수를 비난하는 갤러리도 있다. 더 나아가 아쉬운 플레이에 비아냥거리는 갤러리도 존재한다.

지난해 아마추어 선수와 한 조로 플레이했던 프로 선수 A는 아마추어 선수를 응원하러 온 갤러리의 응원에 크게 상처를 받았다. 당시 그 갤러리는 아마추어 선수가 샷을 하자 "네가 A프로 보다 낫다"고 여러번 외쳐 프로 선수의 가슴에 비수를 박았다.

올해 개막전에서는 한 선수가 아쉽게 파 퍼트를 놓치자 "나도 저건 넣겠다"며 큰 소리로 이야기해 선수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 갤러리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한 유명선수는 18홀을 마치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 중 갤러리에게 사진 요청을 받았다. 이 선수는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러가는 중이라 제출 후에 찍어드리겠습니다"라고 정중히 이야기 한 뒤 이동했다. 그럼에도 사진을 요청했던 갤러리는 선수의 뒷통수를 향해 "아니 자기 할 거 다하고 언제 찍어주겠다는 거야, 오늘부터 너 안티다"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시즌 개막전 우승자 전가람이 우승 직후 자신을 응원해 준 갤러리와 하이파이브를 하고있다. 사진=KPGA 제공
시즌 개막전 우승자 전가람이 우승 직후 자신을 응원해 준 갤러리와 하이파이브를 하고있다. 사진=KPGA 제공

갤러리도 대회의 일부

KLPGA투어에 비해 비교적 얇은 팬층을 가지고 있는 KPGA투어 선수들은 최근 갤러리의 사랑에 목말라있다. 이 때문에 특히 대회장을 찾는 갤러리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보답하고자 노력한다. 매 라운드 18홀을 마친 후 갤러리의 요청이 있다면 흔쾌히 자신의 사용구를 던져주는 것은 기본이고, 싸인과 사진 등 팬서비스에도 적극적이다.

실제 KPGA투어 대회장에 있다보면 'KPGA투어 프로들은 목에 힘을 주고 다닌다'는 이야기도 다 옛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프로들 스스로도 갤러리 없는 프로 대회는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갤러리들의 민폐 행동은 변함없이 계속되고있다. 더욱이 갤러리를 통제하고 대회 진행을 돕는 마샬 캐디들의 경우 20대 초반에 불과해 중장년층의 민폐 행동을 통제하기 쉽지 않다. 한 갤러리가 통제선을 넘어 코스 안으로 걷자 이를 본 마샬이 제지했는데, 이에 "내 돈 내고와서 보겠다는데, 네가 뭔데 참견이야"라고 윽박을 지르는 갤러리도 있었다.

갤러리 역시 대회의 일부다. 프로들의 경기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갤러리가 없는 프로 대회는 존재할 수 없다. 이처럼 갤러리들 스스로가 대회의 일부가 되어 대회를 만들어간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선수들을 위해 최소한의 에티켓이라도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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