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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몰랐던 스키협회, 기준 없는 올림픽 출전권 배분

주먹구구식 끼워 넣기에 선수 피해 불가피

2018-01-26 15:21

대한스키협회는 예상보다 적은 4명만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게 되자 국제올림픽위원회에 특별 출전권을 요청했다. 이유는 이번 대회를 위해 새롭게 만든 정선 활강경기장의 개발과 유지의 명분을 위해서다.(노컷뉴스DB)
대한스키협회는 예상보다 적은 4명만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게 되자 국제올림픽위원회에 특별 출전권을 요청했다. 이유는 이번 대회를 위해 새롭게 만든 정선 활강경기장의 개발과 유지의 명분을 위해서다.(노컷뉴스DB)
누구나 ‘꿈의 무대’가 있다. 특히 운동선수들에게는 좋은 성적이 아니라도 그 무대에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칭찬해 마지않을 경험이다. 하지만 고대하던 ‘꿈의 무대’에 나설 기회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이 선수들의 박탈감은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대한스키협회는 지난 24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남녀 2명씩 총 4명의 알파인 스키 선수를 최종 확정했다.

이번 동계올림픽 개최국 한국은 기본 할당되는 남녀 1명씩 외에 개최국에 추가되는 남녀 1명씩 총 4명이 참가 자격을 얻었다. 9명의 알파인스키 대표팀 가운데 회의를 통해 남자는 정동현(기술)과 김동우(스피드), 여자는 강영서와 김소희(이상 기술)를 올림픽 출전 선수로 결정했다.

이에 탈락한 선수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하나같이 국제스키연맹(FIS)의 규정 변화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스키협회의 무능과 원칙 없는 선수 선발 기준을 비판하고 있다.

남자 기술 종목의 경성현은 26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나는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선수다. 올림픽에 갈 수 있는 자격이 있다”면서 “내가 확보한 올림픽 출전권을 다른 선수에게 줘야 하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성현은 남자 알파인 선수 가운데 회전과 대회전 등 기술 종목에 나서는 선수로 스키 선수단을 대표해 지난 24일 서울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도 참석했다. 하지만 결단식을 마치고 훈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의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경성현은 정동현과 종목이 겹친다는 이유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사실상 확보하고도 출전권을 다른 후배에게 내줬다.(사진=경성현 본인 제공)
경성현은 정동현과 종목이 겹친다는 이유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사실상 확보하고도 출전권을 다른 후배에게 내줬다.(사진=경성현 본인 제공)
경성현은 “모든 선수가 단복을 받고 결단식에 가려고 했는데 출발 직전 4명만 올림픽을 가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동생들을 걱정했다. 그런데 뒤늦게 내가 못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결국 스키협회가 평창 올림픽 때문에 스피드 팀을 만들고 돈을 많이 썼는데 정작 출전할 수 없는 선수가 없으니 급히 기술과 스피드에 1명씩 나가야 한다는 기준을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성현이 이해하기 힘든 스키협회의 행정은 이뿐이 아니었다. 그는 “올림픽에 가지 못하게 됐다는 소식도 지인을 통해 들었다. 아직 공식적으로 스키협회로부터 올림픽에 갈 수 없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아마추어적인 스키협회의 일처리를 지적했다.

남자가 기술과 스피드에 1명씩 배분한 것과 달리 여자는 2명의 출전권 모두 기술에 배정됐다. 여자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스피드 종목에 출전 가능한 김서현의 경우 남자 선수들과는 다른 기준으로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김서현의 경우 기술 점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올림픽 출전권 배분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서현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스키협회의 선발 기준이 불공평하다”면서 “남자와 여자를 같은 기준으로 나눠야 하는데 이번에 출전 선수를 선발한 경기위원회는 명백한 기준 없이 경기위원의 투표로 올림픽 참가 선수를 뽑았다”고 억울해했다.

경성현의 탈락은 정동현과 출전 종목이 겹친다는 이유, 하지만 같은 기준이라면 여자 선수 중에는 현재 대표팀 여자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스피드 종목(활강, 슈퍼대회전)을 소화하는 김서현이 발탁됐어야 한다. 하지만 여자부는 2명 모두 기술 종목에서 선발됐다.

김서현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스키협회가) 스피드 종목 팀을 만들어 올림픽 출전을 위해 육성해놓고 이제는 기술 점수가 부족해서 올림픽에 갈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이다. 우리 스키협회는 선수 선발의 기준이 없다. 그래서 더욱 이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힘겹게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기술과 스피드 종목에 1명씩 출전 선수를 배분한 남자와 달리 여자는 기술 종목에 2명의 출전권을 모두 줬다. 이 때문에 유일한 스피드 종목 선수인 김서현이 올림픽 출전의 꿈은 사실상 무산됐다.(사진=김서현 본인 제공)
기술과 스피드 종목에 1명씩 출전 선수를 배분한 남자와 달리 여자는 기술 종목에 2명의 출전권을 모두 줬다. 이 때문에 유일한 스피드 종목 선수인 김서현이 올림픽 출전의 꿈은 사실상 무산됐다.(사진=김서현 본인 제공)
현재 대한스키협회는 IOC에 오는 28일 결정될 대회 최종 출전 선수 명단에 한국 선수를 추가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한 상태다. 애초 잘못된 규정 이해로 4명보다 많은 출전 선수를 등록하려다 퇴짜를 맞은 뒤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스키협회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새롭게 만든 정선 활강 경기장의 개발 명분 및 올림픽 유산으로서 유지를 위해서는 한국 선수의 참가가 필요하다고 IOC에 추가 출전권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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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오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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