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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용산참사 다큐 '공동정범' 엔딩 장식한 이유

김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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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8-0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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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개봉한 영화 '공동정범'의 이혁상-김일란 감독 (사진=황진환 기자)
형법 제30조에 따르면 2명 이상이 같이 죄를 지을 경우 각자를 정범(자기 의사에 따라 범죄를 실제로 저지른 사람)으로 처벌한다고 되어 있다. 어떤 범죄를 실행하는 공동참가 사실이 있어야 성립되는 '공동정범'은 2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제목이자, 이 작품 등장인물 다수에게 붙은 '죄목'이다.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용산참사가 일어났다. 작품은 용산참사 당일 투쟁에서 생존한 피해자들이 '그 후' 어떻게 살았는지를 비춘다. 이충연 서울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 서울 신계동 철거민 김주환, 상도5동 철거민 천주석, 순화동 철거민 지석준, 경기 성남시 단대동 철거민 김창수 5명의 이야기가 얽히고설킨다.

2011년 '두 개의 문'(감독 김일란-홍지유)으로 7만 3786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반향을 일으켰던, 인권단체와 여성주의적 시각의 창작집단을 겸하는 연분홍치마가 제작에 나섰다. 용산참사에 연대했던 이들이 공동정범으로 기소돼 감옥살이하게 된 것에서 시작된 '갈등', 영화는 이를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담아냈다.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연분홍치마 사무실에서 '공동정범'을 만든 두 사람을 만났다. '두 개의 문'을 공동연출했던 김일란 감독과 최초의 성소수자 다큐 '종로의 기적'을 연출한 이혁상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왜 '공동정범'을 찍게 됐을까.

▶ 영화의 분량이 줄었다. 이전 버전을 보지 못했는데, 개봉판은 어떻게 달라졌나.

이혁상(이하 혁상) : 일단 러닝 타임이 130분에서 105분으로 확 줄었다. 지금 버전은 철거민 중심, 다섯 명의 생존자 중심인데 오리지널은 경찰의 시선과 목소리가 담긴 시퀀스(영화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나는 독립적인 구성단위)가 있었다. 용산참사가 단순한 참사가 아닌 만큼, '두 개의 문'에서 경찰이 가해자이면서도 국가권력에 의한 피해자라는 것을 드러냈다면, (이번에도) 중층적으로 잘 살려보자 했다. 경찰은 국가의 대행자이기도 하지만 철거민들이 있던 현장에 있던 경찰들은 (철거민들을) 단죄하는 데에 머뭇거리는 면도 있었다. 법정에서 증언했던 녹취자료를 통해 복잡한 상황과 내적 갈등을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 경찰들의 이야기가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혁상 : 러닝 타임이 길어지기도 하고, 철거민 5명의 이야기에서 약간 벗어나는 느낌도 있었다. 극의 흐름을 조금 더 명쾌하게 정리되는 방향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경찰 부분을) 많이 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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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정범' 엔딩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장식했다. (사진='공동정범' 메인 예고편 캡처)
▶ 엔딩도 달라졌다고 들었다.

혁상 : 엔딩 부분이 좀 바뀌었다. 오리지널 버전이 공개된 당시가 2016년 9월, 박근혜 정권 때였다. 그때는 사실 주인공들의 관계에 드라마틱한 변화나 진전이 없었던 때여서 엔딩이 뭐랄까, 보고 나면 굉장히 착잡했다. 암울한 정서가 좀 있었다. 그게 우리가 '공동정범'을 찍은 이유다. 이명박 정권 때 정권교체를 하지 못하고 박근혜 시대를 맞았을 때, (용산참사를 비롯한) 모두가 잊히고 있었고, 잊게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국가참사를 재조사하는 것에 대해 국민 요구를 거의 무시하다시피 했다.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그런 열패감의 정서가 있었다. 그 당시 엔딩에는 '참사의 흔적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당신마저 기억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자막이 나갔다. 어떻게 보면 소극적이고 우울한 결말이었다. 그런데 그사이에 벅찬 격동이 있었고, 그걸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엔딩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주인공들의 관계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전에는) 공동체가 회복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김석기(용산참사 당시 경찰청장) 의원 출마 저지를 하러 경주에 내려가 함께 투쟁하는 등 뭔가 저들이 바뀌고 있구나 하는 과정이 있었다. 아주 드라마틱하게 변하진 않았지만 달라지고 있었다.

이제는 뭔가 확실한 타격 설정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석기와 함께 공동정범이라고 할 수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얼마 전 기자회견을 마지막에 넣었다. (*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2일 출국 당시, 현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대해 정말 개혁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마침 발언을 해 주셔서. (웃음) '두 개의 문' 오프닝은 과격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후속작인 '공동정범'에서는 자신이 해 왔던 모든 것들에 대한 적폐청산 시도를 '분풀이'라고 하는 것을 엔딩에 넣었다. 의도치 않게 수미쌍관이 됐다. (웃음)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들이 우리가 지금 해야 될 것이 뭔가 한 발짝 나가서 진상규명을 향해 실제 액션을 좀 더 취할 수 있게 동기 부여할 수 있는 엔딩으로 간 것 같다. 그 전이 암울한 정서였다면, 지금은 정권도 바뀌었으니 본격적으로 뭐라도 해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동기부여를 전하는 엔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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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시네마달 제공)
▶ 영화가 처음 공개됐을 때(2016년 9월)와, 개봉을 앞둔 현재까지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국정농단, 정권교체 모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흔들림 없어 보였던, '보수 정권'에서 또 다시 만만찮은 주제인 '용산참사'를 다룬 이유는.

김일란(이하 일란) : 저희 둘만 가지고는 (제작이) 불가능했을 거로 생각한다. 주변에 인권 활동가, 페미니스트 친구들도 많고, 정말 성심을 다해 용산참사와 세월호 참사 관련 활동을 했던 친구들이 많다. 이명박-박근혜 두 정권을 관통하며 활동했던 친구들과 진짜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거기서 핵심은 뭐였냐면 정권교체가 된 이후에, '무엇'이 중요할까 하는 것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가 달라져야 한다면 어떤 게 바뀌어야 할까, 이런 식으로. 이 영화를 해야겠다는 확신을 하게 됐던 과정에는 활동가들이 해 줬던 얘기들이 있었다. 새로운 사회를 만들 때 필요한 건, 일단 우리 스스로가 반성해야 할 것들에 대해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 정권의 연장에서 박근혜 정권이 작년까지 있었지만, 이미 변화된 사회 안에서 우리 스스로 바꿔야 할 것을 외면한 채 정권교체만을 주장하는 건 굉장히 공허한 일이다. 그렇다면 영화 안에서 철거민들이 서로 원망하거나 하는 갈등의 이야기들은,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국가폭력의 피해를 보았고, 공동체가 와해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내부 이야기를 직면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여기에 확신을 줬고, 그래서 영화를 끝냈고 그게 2016년이었고, 그러자마자 바로 국정농단이 터졌다.

퇴진행동(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활동 내내 광화문에 있으면서 우리는 왜 촛불을 드는가, 이런 얘기를 많이 하지 않았나. 박근혜를 하야시키고,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만 나온 것이 아니었다. 지워져 있는 다양한 목소리가 광장에 나와, 우리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걸 어떻게 채울 것인가가 끊임없이 얘기되지 않았나. 단지 '공동정범'이라는 영화(의 탄생)가 아니더라도 사회는 그런 요구들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둘만으로는 역부족이었으나, 이 고민에 힘을 실어 준 주변 사람들이 있었던 덕이다.

▶ 힘을 실어 준 고마운 사람들을 말해 줄 수 있나. 시상식에서 배우들이 언급하는 것처럼.

일란 : 엔딩 크레딧에 올라간 사람들이 다 조언해 준 사람들이다. (기자 : 그럼 영화를 봐야 확인할 수 있겠다) 맞다. (웃음)

▶ 영화 안에는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그 날 살아남았던 이들이 나온다. 책임자로 지목되는 이와,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사람들이 있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는데, 그들은 카메라 앞에서 가감 없이 자기 얘기를 했다. 어떻게 가능했나.

혁상 : 출소하고 나서도 막막했을 것 같다. (* 영화 등장인물 5명은 2013년 1월 31일, 특별사면으로 전원 출소했다) 이명박 정권 말기에서 박근혜 정권으로 교체되려는 시기에,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활동가뿐 아니라 수감자들도 모두 생각했을 것이라고 봤다.

사실 우리가 아닌 누군가가 용산 다큐를 찍겠다고 했어도 아마 '그러자' 하셨을 분들이라고 본다. 다큐 찍을 때 저희가 관계 설정에 조금 쉬웠던 부분은, '두 개의 문'을 만든 연분홍치마였다는 점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와 같이 활동했다는 점 덕분이었다. 출소하신 날부터 기록 차원에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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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정범'은 2009년 1월 20일 용산참사 당시 끝까지 망루에 남아있었던 생존자 5명의 이야기를 그렸다. 극의 중심에는 그들의 '갈등'이 있다. (사진='공동정범' 메인 예고편 캡처)
▶ 인물들이 서로 반목하는 모습이 가감 없이 나온다.

혁상 : 사실 유가족이나 용산 철거민 중심의 이야기들은 굉장히 많았다, 그 전에도. 언론에서도 많이 커버했고(보도가 나갔고). 세월호 참사도 그렇지만, 우리는 유가족의 아픔에 대해 공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나. 그런데 생존자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 탈출한 분들이고, 이후의 삶 역시 지옥도일 텐데 그분들의 이야기는 더 큰 아픔처럼 여겨지는 유가족의 슬픔에 가려져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연대 철거민들이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던 상황이었고, 저희가 다큐 방향을 말했을 때 (이것이) 꼭 말해져야 하는 이야기라는 것에 공감해 주신 것 같다.

'두 개의 문' 다음에 철거민들의 시선과 증언을 통해서 용산참사 망루 안의 진실을 재구성하겠다는 의도가, 내부 갈등으로 옮겨간 데에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충연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김주환, 김창수, 지석준, 천주석)이 느꼈던, 참사 이후의 여러 가지 감정과 소외에 대한 증언을 듣고 피해서는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분들도) 걱정은 있으셨을 것 같다. 서로 동지였기 때문에 더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계시더라. 굉장히 복잡한 마음이죠. 그래서 저희도 이충연 씨에게도 '대의로서의 진상규명은 내부적인 관계를 정비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것이고, 그러므로 우리는 이걸 마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안 이후 바로 '네, 할게요' 한 건 아니었다. 오랜 시간 대화, 설득, 촬영 과정 거치면서 해 나갈 수 있었다. (이충연 씨) 스스로도 얘기하듯 진상규명에 도움이 되면 부끄러운 경험도 꺼내야 한다는 것이 일관된 그의 태도였다. 그렇게 변화가 됐다. 답답한 정권의 답답한 현실에서 저도 어떤 걸 해야겠다는 하나의 마음이 있었고, 때로 연락도 안 되고 했지만 (이분들에 대한) 믿음과 절박함 덕분에 지금까지 온 것 같다.

▶ 서로에 대한 불신과 원망으로 한자리에 모여서도 대화하기 어려웠던 철거민들이 나중에 가서는 투쟁을 같이하는 등 희망적인 모습이 나왔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오독'한다면, '연대하면 결국 저렇게 힘들다'는 메시지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일란 : 꼭 눈여겨봐 줬으면 좋겠다 하는 장면이 충연 씨가 '술 먹고 어영부영하는 거 싫어요'라고 하는 거다. 이 영화 되게 불편하다. 근데 왜 불편할까를 생각하면 주인공들이 아니라, 내 선입견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다. 철거민이란 이래야 한다, 피해자라면 이래야 한다, 연대자라면 이래야 한다, 하는.

극영화보다 불편함이 훨씬 심한 건,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이해 부족 탓도 있는 것 같다. '공동정범' 리뷰를 찾다 보니 솔직해서 불편하다는 반응이 있었고, 솔직해서 강렬하다고도 하더라. 물론, 강렬함과 솔직함을 둘 다 느낄 수도 있다.

어떤 분들은 '이래서 다큐가 힘들다'고 하고, 어떤 분들은 (갈등 때문에) 영화로서도 재밌다고 한다. 그런 경향의 답을 듣다 보니, 삶을 사는 사람을 스크린 앞으로 데리고 온다는 게 그만큼 강력한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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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정범'의 이혁상-김일란 감독 (사진=황진환 기자)
(노컷 인터뷰 ② '공동정범', 누구 편에 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 기자와 1:1 채팅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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