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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정범', 무결한 피해자가 아니라 불만인가

김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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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8-01-2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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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개봉하는 영화 '공동정범' (사진=시네마달 제공)
제목은 이 리뷰를 읽게 될 독자, 혹은 영화를 보게 될 관객에게 향해 있는 질문이자,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1시간 40분이 넘는 이 영화는 뭐 하나 편하게 넘어가는 장면이 없었다. 훅, 하고 들어오는 기습 공격을 당한 느낌, 목에 무엇이 걸린 듯 답답한 느낌의 연속이었다.

오늘(25일) 개봉하는 '공동정범'(감독 김일란-이혁상)은 망루 농성을 벌이다 불이 나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죽은 용산참사를 소재로 했다.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은 생과 사를 오가는 위험 속에서 겨우 살아났으나, 화재의 주범 혹은 공동정범으로 몰린 5명이다.

재개발을 이유로 냉정하고 신속하게 진행되는 철거, 두고만 볼 수 없어서 저항하는 사람들, 한층 더 수위가 높아진 진압, 순식간에 타올라 버린 불길, 뜻하지 않은 죽음. 과잉진압 논란이 제기됐고, 용산참사를 '국가폭력'으로 명명해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움직임이 있었지만 9년을 지나오며 그 강도와 빈도가 언제나 같은 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용산참사는 잊혀져 갔다. 자연스러운 망각의 과정이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용산 이후에도 참사와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피해자들이 더해졌다. 1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추모 기간 때에나 잠시 언론에 등장했다 사라지는 이름이 용산참사였다.

징역 5년 4개월(이충연), 징역 5년(김주환), 징역 4년(김창수), 징역 4년(천주석),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지석준). 당시 검찰은 명확한 증거가 없었음에도 화재 원인을 이들에게 몰았고, 끝까지 망루에 남았던 모든 철거민을 '공동정범'으로 기소했다. 2명 이상이 같이 죄를 지었을 경우 각자를 정범(자기 의사에 따라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 처벌한다는 의미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3년 1월 31일 설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카메라는 참사를 몸으로 직접 겪고 옥살이까지 한 생존자들의 '그 이후'를 비춘다. 감옥에선 나왔지만,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현실이라는 더 큰 감옥이었다.

성남시 단대동 철거민으로 김창수는 출소하기 이틀 전에야 아내의 암 진단 소식을 알았다. '난 여태 그런 것도 몰랐구나' 하는 자책과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깊었고, 출소 이후 10개월간은 아내 곁에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그를 여전히 '소신 하나 때문에 무책임하게 가정을 내팽개치고 싸우러 갔던 사람'으로 여겼다. 누구도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예상치 못했음에도.

서울 신계동 철거민 김주환은 세상에 나오고도 경찰에게 쫓기거나 불나는 꿈을 자주 꿨다. 벌레가 귓속에 들어온 느낌이 들어 줄줄 흐를 정도로 에프킬라를 뿌리기도 했다. 그는 정신과 상담 결과 분노조절장애라는 말을 들었다.

영화 초반 병원에 입원해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서울 순화동 철거민 지석준은, 건강을 잃으면 자신감과 추진력도 사라지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다시 2009년도로 가면 망루에 안 올라갔을까' 하는 물음은 관객들마저 침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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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6년 10개월 후인 2015년 10월, 용산 재개발 반대 투쟁에 함께 했던 철거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불신과 반목으로 대화는 원만히 되지 않았다. (사진='공동정범' 메인 예고편 캡처)
서울 상도4동 철거민 천주석은 영화 안에서 가장 많이 '힘듦'을 토로한 인물이다. 외로워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이렇게나 아픈데 속사정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었다.

이충연은 출소 후, 다섯 명 중 가장 언론에 자주 노출됐고 아내와 가게를 꾸렸다. 얼핏 보면 괜찮아 보이지만 그 역시 깊은 후회가 있다. 망루에서 죽은 아버지의 마지막을 보지 못한 것,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죽은 것 아닐까 하는 마음.

서러움, 상처, 후회, 죄의식.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부정적 경험에 세게 데였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연대'(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짐)에 대한 생각에는 차이가 있었다.

좀 더 자주 모여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쪽과, '술 마시고 어영부영'하기보다는 김석기(용산참사 당시 경찰청장) 퇴진 투쟁에 힘을 보태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쪽. 참사 후 6년 만에 한 자리에 모인 생존자 5명은 선명한 입장차 때문에 언성만 높인 채 헤어져야 했다.

영화는 거칠면서도 섬세하다. 좀처럼 드러내기 쉽지 않았을 날것의 감정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점에서 거칠지만, 서로 조금씩은 다른 처지와 엇갈리는 입장은 물론 상처의 결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섬세하다.

사람들에게 잊히고 있기에 진상규명을 앞장서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더 단결되어야 할 때, 견해 차이로 대립하는 피해자들을 보는 마음은 당연히 편치 않았다.

그러나 곱씹어보면 그 불편함은 내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머릿속에 굳건히 박힌 '피해자다운 모습'과 다른 모습을 목격하고 당혹스러운 나머지, 껄끄러운 느낌의 책임을 등장인물들에게 돌려버린 탓이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이라는 큰 과제가 아직 진행 중인 만큼, 사소한 입장 차이쯤은 서로 좀 배려하고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 '왜 더 빨리 만나서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지 않았을까', '왜 다들 자기 입장만을 고수할까', '철거민들 사이 내분이 드러나면 앞으로 진상규명은 더 먼 일이 되는 게 아닐까'

얼핏 등장인물들을 걱정하는 듯 보이지만 선입견을 바탕으로 한 생각에 불과했다. '서로 한 뜻을 모아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가 있으니, 입장차를 부각하기보다는 불만이 있어도 무조건 참고 배려해야 한다', '이들을 과격 시위자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으니까 흠 잡힐 일 없도록 언행을 자중해야 한다' 이것이 더 분명한 속내였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저런 큰 비극을 겪은 사람이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웃지? 뭘 믿고 자꾸 뭔가를 요구하지? 왜 술을 마시고 시끄럽게 굴지? 왜 충분히 슬퍼하거나 애도하지 않지? 어쩜 저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 세월호 참사, 물대포로 인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서도 으레 나왔던 프레임이다.

일방적인 시선을 보낸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주제를 알고', '필요할 때 자중할 줄 알며', '최대한 무결한' 피해자의 상을 그려놓고 거기에 들어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망하고 있었으니.

오래 전 일이라 익숙하고 잘 아는 것 같은 소재를 갖고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도, 두 감독은 결코 예상 범위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각자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들의 실제 삶을 그저 담아낼 뿐이다.

나는 기대를 배반 당한 관객이었고,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자꾸만 영화를 곱씹어야 했다. 이 기묘한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배로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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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며 대립하던 용산참사 생존자들은 영화 말미, 김석기 전 경찰청장의 국회의원 출마 반대 투쟁을 함께하며 관계의 진정을 예고한다. (사진=시네마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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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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