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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력' 속에서 되살아난 용산 참사의 '그림자'

2018-01-24 06:00

영화 '염력' 스틸컷. (사진=NEW 제공)
영화 '염력' 스틸컷. (사진=NEW 제공)
'염력'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엑스맨'이나 또 다른 SF물이 아니다. 초능력이 비록 세상을 구원할 수는 없지만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염력을 얻게 된 은행 경비원 석헌(류승룡 분)의 존재를 제외하면 이 영화는 도시 개발 속에서 최소한의 권리를 지켜내려는 철거민들의 아픈 현실을 그리고 있다. 결국 '염력'은 초능력자의 이야기가 아닌, 권력과 자본에 의해 소외된 소시민들의 이야기인 셈이다.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 감독 시절부터 사회 비판적이고 풍자적인 성격의 작품을 만들어왔다. 첫 실사 영화로 천만 관객을 모았던 '부산행' 역시 재난을 마주한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사회의 명암을 드러냈다.

그의 날카로운 현실 인식은 '염력'에서 보다 극명하게 드러난다. 자본과 결탁한 공권력, 약자들을 향한 가진 자들의 폭력 등을 다채로운 캐릭터들로 구체화할 뿐만 아니라, 철거민들의 저항 과정에서는 2009년 일어난 '용산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연상호 감독은 2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에서 열린 '염력'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염력'에 용산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초인적인 이야기를 다룰 때는 한국의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다룰 지, 어떤 이야기를 할 지 생각하며 도시 개발을 떠올렸다"면서 "한국 근대화에 있어 계속 존재해왔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보편적 시스템의 문제와 인간적인 히어로와의 대결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염력' 스틸컷. (사진=NEW 제공)
영화 '염력' 스틸컷. (사진=NEW 제공)
철거민들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들을 구해내는 초능력자 석헌의 존재는 문득 한국 근대화 과정에서 스러져갔던 여러 희생들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그런 순간마다 석헌 같은 이가 존재했더라면 하는 바람을 불러 일으킨다. '염력'이 '홍길동전'처럼 힘없고 약한 자들의 염원이 만들어낸 서민형 영웅 설화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할리우드식 히어로에 익숙한 우리에게 석헌은 어쩌면 현명하지 못하거나, 단기성 히어로로 여겨질 수도 있다. 실제로 영화는 석헌과 딸 루미(심은경 분) 사이를 특수한 관계로 설정하며 예상 가능한 결말을 내놓는다. 석헌은 영화 내내 따뜻하고 인간적인 히어로와 루미의 아버지 사이를 오가며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사건 해결에 있어 다소 뒷심이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초능력 소재를 현실에 밀착시켜 거부감 없이 풀어낸 연상호 감독의 기량과 재치는 여전하다.

연상호 감독은 "아마 '부산행'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면 하기 힘든 프로젝트 였을 것"이라며 "한국에서 블록버스터로 만들어지기 힘든 코미디를 하고 싶었고, 거기에 사회적 메시지가 강하게 들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한국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없었던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섞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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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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