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이 올리고 이다영이 때린다'…올스타의 포지션 외도

배구에는 정해진 포지션이 있다. 뒤에서 강한 서브와 스파이크를 받아내는 리베로, 공격수에게 정확히 공을 배달하는 세터, 그리고 그 공을 득점으로 연결하는 센터진과 공격수들. V-리그에서는 모두 자신의 역할에 맞게 움직인다. 하지만 이런 포지션의 벽도 올스타전에서는 허물어진다. 정규 시즌에는 스파이크를 때릴 일이 없는 선수들도 강한 어깨를 자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올스타전이다.

21일 의정부체육관에서는 V-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총출동한 '도드람 2017-2018 V-리그 올스타전'이 열렸다.

팬 투표와 전문위원회 추천으로 선발된 선수들은 K-스타와 V-스타로 팀을 나눠 코트에 뜨거운 열기를 불어 넣었다.

앞선 올스타전과 같이 이번에도 포지션 파괴가 이뤄졌다. 스타트는 V-스타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흥국생명)과 이다영(현대건설)이 끊었다. 레프트 공격수인 이재영이 세터로 변신해 공을 올렸고 세터 이다영이 이를 강력한 스파이크로 득점으로 연결했다.

리베로들의 공격수 변신도 돋보였다. '오지구영' 이라는 별명으로 올스타전에 참가한 오지영(KGC인삼공사)은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다 깜짝 스파이크를 선보였다. 득점까지 기록한 오지영은 화끈한 댄스 세리머니로 팬들의 환호까지 끌어냈다.

남자부 리베로들도 포지션 파괴에 동참했다. K-스타 정민수(우리카드)는 여자부 경기에 출전해 평소 감춰뒀던 공격 본능을 뽐냈다. V-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여오현(현대캐피탈)은 세터로 듀크(GS칼텍스)에 정확한 토스를 연결하기도 했다.

V-스타의 '디그 아이받니' 정성현도 연거푸 공격을 시도했지만 고예림(IBK기업은행)의 철벽 수비에 막힌 끝에 결국 범실로 고개를 떨궜다.

강한 서브로 여자부 선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남자 선수들도 있었다. 외국인 선수 파다르(우리카드)와 펠리페(한국전력), 정지석은 교체로 코트에 들어서서 정규 시즌에서 보여주던 파워 넘치는 서브를 넣었다. 황민경(현대건설)이 파다르의 서브를 받기 위해 몸을 날렸지만 빠른 속도에 반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감독들도 벤치를 떠나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김철수(한국전력), 김상우(우리카드), 서남원(KGC인삼공사), 차상현(GS칼텍스) 감독 등은 경기, 심판 감독관으로 나서며 각 벤치에서 요청한 비디오 판독을 진행했다.

정규 시즌에서는 감히 시도해볼 수 없는 포지션 외도에 나선 올스타 선수와 감독들. 생소한 모습을 접한 팬들의 눈은 더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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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CBS노컷뉴스 송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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