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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팬' 정운찬 KBO 총재 "이제는 '탈 두산'이다"

2018-01-03 13:58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캠코양재타워에서 열린 KBO총재 이.취임식에서 정운찬 KBO 신임총재가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캠코양재타워에서 열린 KBO총재 이.취임식에서 정운찬 KBO 신임총재가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한국프로야구가 정운찬 신임 총재 체재로 새롭게 시작한다. 정 총재는 한국 야구가 전 국민을 위한 힐링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3일 서울 캠코양재타워에서는 KBO 총재 이·취임식이 열렸다. 제20, 21대 KBO 총재를 지낸 구본능 총재가 물러나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제22대 총재로 취임했다.

정 총재는 이 자리에서 "한국 야구가 전 국민을 위한 힐링이 됐으면 좋겠다"며 "조금 더 높은 수준의 힐링을 드리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총재는 앞선 전 총재와 달리 연봉을 받는다. 총재직에 오르면 수입원이 없어지는 것을 이유로 꼽았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한국은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받은 인식이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모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며 "프로야구 전체의 산업화가 이뤄져 비지니스 모델을 세워야 한다. 연봉을 받겠다는 것도 산업화에 대한 기초적인 행동이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제부터 KBO 총재로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하는 상황. 가장 시급한 문제는 사무총장 선임이다. 현재 사무총장 자리는 공석이다. 구 전 총재와 함께 양해영 사무총장이 물러났지만 아직 빈 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정 총재는 최대한 빨리 사무총장을 선임하겠다고 전했다. 공모제로 발탁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제가 야구를 좋아하지만 많이 알지는 못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봤다. 최대한 빨리 결정하겠다. 공모제는 사무총장을 선택하는 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불신이 많은 사회에서 얼마나 공정하게 할 것이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많은 야구인을 모시고 공명정대하게 하겠다. 외부 입김은 절대 없다. 믿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총재는 두산 베어스의 팬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팬들 사이에서는 두산이 정 총재 덕에 특혜(?)를 받지 않겠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정 총재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정 총재는 "두산에 애정이 있다. 그래도 공명정대하게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두산에 피해를 주진 않겠다"고 총재로서 중립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캠코양재타워에서 열린 KBO총재 이.취임식에서 정운찬 신임총재가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캠코양재타워에서 열린 KBO총재 이.취임식에서 정운찬 신임총재가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다음은 정운찬 총재와 일문일답.

▶ 한국프로야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데

= 한국 야구가 전 국민을 위한 힐링이 됐으면 좋겠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힐링을 드리도록 노력하겠다.

▶ 앞선 총재와 달리 임금을 받는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다.

=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첫 번째로 총재직에 오르면 다른 수입원이 없어진다.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서 연봉을 받겠다고 했다. 나머지 하나는 한국은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받은 인식이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모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프로야구 전체의 산업화가 이뤄져 비지니스 모델을 세워야 한다. 내가 잘하면 연봉도 받고, 인센티브도 받고 싶다고 한 것은 한국프로야구 산업화에 대한 기초적인 행동이 아닐까 한다.

▶ 야구 경기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세 가지를 꼽는다면?

= 1977년으로 기억하고 있다.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5차전인가 레지 잭슨이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쳤다. 그리고 다음 경기에서 3연 타석 홈런을 쳤다. 두 경기를 연결하면 4연타석 홈런을 치는 모습을 TV로 봤다.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는 고교 시절 때다. 당시에는 재일교포 학생 야구단이 거의 전승을 기록하던 시기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제가 다니던 학교와 재일교포팀 경기가 열렸다. 9회초까지 우리 학교가 4-3으로 앞서있었다. 재미교포팀이 주자를 3루에 두고 마지막 공격을 펼쳤는데 당시 우리 센터가 홈송구로 주자를 태그 아웃 잡아내 경기를 이겼다. 마지막은 2000년으로 기억하는데 안경현 선수가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에서 홈런을 쳤다. 베이브 루스가 홈런을 치듯이 안경현이 레프트를 가리키고 쳐서 이긴 경기였다.

▶ 사무총장 선임은 언제 진행할 예정인지?

= 제가 야구를 좋아하지만 많이 알지는 못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봤다. 최대한 빨리 결정하겠다. 공모제는 사무총장을 선택하는 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직 불신이 많은 사회에서 얼마나 공정하게 할 것이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많은 야구인을 모시고 공명정대하게 하겠다. 외부 입김은 절대 없다. 믿어주시길 바란다.

▶ 외부에서 봤을 때 한국프로야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

= 첫 번째로는 중계권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평가와 협상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KBO.com을 만들어 수익을 올려야 한다. 외부에서 이해하기로는, 각 구단 간 협조가 덜 됐다고 들었다. 우리 프로야구도 서비스 산업이다. 그러나 규제가 너무 많다. 어떤 구장에 가면 프로야구 화장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지저분한 곳이 있다. 음식 제공 역시 부족하다. 도시나 지방자치단체가 구단으로부터 많은 임대료를 받는다. 이 부분은 잘못됐다. 1958 브루클린 다저스가 LA 다저스로 이름을 바꿔 연고지를 옮길 때 로스앤젤레스는 1달러에 부지를 내줬다. 잠실에서 야구를 하면 시민에게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주느냐. 지자체가 보조는 못 할망정 규제가 많다. 구단이 광고수익을 위해 노력하면 상당 부분 지자체로 간다.

▶ 두산 팬으로 알려졌다. 두산에 이득이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 1980년대 중반에 교수 시절 우리 과(경제학과)에서 총장님이 나왔다. 당시 그 교수님에게 '경제학과 잘 도와주실 거죠' 했더니 '큰 손해는 안 줄게요'라고 했다. 몇몇 매체와 인터뷰 당시 두산 문제가 나왔다. 그때 '탈 두산' 하겠다고 말했다. '탈' 이라는 게 어감이 안 좋아 '출애굽'이라고 바꾸겠다. 두산에 애정이 있다. 그래도 공명정대하게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두산에 피해를 주진 않겠다.

CBS노컷뉴스 송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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