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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재구성한 '신과함께' 1천만 공략 7단계

[노컷 영화톡] 우려샀던 '신과함께-죄와벌'이 '흥행작'이 되기까지

2018-01-03 12:00

※ 스포일러 주의

영화 '신과함께'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신과함께'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올 겨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일어났다. 원작 웹툰 재현과 CG(컴퓨터그래픽)로 우려를 샀던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이하 '신과함께')이 늦어도 내일(4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한다.

귀인 김자홍이 삼차사와 함께 저승세계로 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7가지 지옥 심판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삶에 대한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신과함께'는 속편까지 촬영해 총 400억 원 가량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다. 이 같은 성공 사례가 생기면서 국내에서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판타지 블록버스터 장르에 새로운 씨앗을 심을 기회가 왔다.

사실 '신과함께' 첫 시사 이후, 기자들이나 평론가들의 평가가 그리 좋았던 것은 아니다. 제작사의 도전에는 높은 점수를 줬지만 단순한 상업 영화의 법칙을 따라간 영화에는 후한 점수를 매기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신과함께'에 뜨겁게 반응했다. 6월 항쟁 역사 실화를 다룬 '1987'이나 남북 전쟁 시나리오를 보여준 '강철비'에도 '신과함께'는 결코 꺾이지 않았다.

원작에 대한 지식과 세대가 모두 다른 세 기자들은 '신과함께'의 성공이 가지는 의미와 그 이유를 분석해봤다. 다음은 세 기자들의 이야기를 대담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영화 '신과함께'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신과함께'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시작 한 마디

# 이진욱 기자(40대 남성·원작 맛보기 단계) :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전형을 제시하다.

# 유연석 기자(30대 남성·원작 마니아 단계) : 웹툰의 매력은 가져오지 못했지만, 나름 흥행 요소를 갖춘 영화.

# 유원정 기자(20대 여성·원작 문외한 단계) : 역시 먹을 게 많은 소문난 잔치. 그러나 미식은 없었다.

◇ 한국형 판타지 블록버스터 '신과함께' 결정적 순간들

이진욱 기자(이하 진)> 아무런 부연 설명 없이 초반에 바로 이야기에 들어간 점이 부담없는 몰입을 도왔다. 두 번째는 염라 이정재의 출연. 인상과 표정 등이 웹툰 원작자인 주호민 작가의 만화 캐릭터를 연상시키는데 '저렇게 웹툰과의 연결고리를 부각시켰나' 싶더라.

유연석 기자(이하 연)> 웹툰 원작을 보든 보지 않든, 영화는 흥미있게 끌려갈 수 있을 만한 이야기 구조다. 진기한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원작 팬으로서는 상당히 걱정되는 부분이었는데 각색을 굉장히 영리하게 잘했다. 원작에서는 이야기 흐름이 두 가지다. 저승삼차사가 김자홍을 저승 앞 초군문까지 데려다주면 그때부터 진기한이 변호를 한다. 그러면 저승 삼차사는 갑자기 생긴 원귀를 잡으러 다닌다. 영화에서는 원귀를 김자홍의 동생으로 설정해 원작과 달리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한 마디로 진기한 캐릭터가 없어도 될 만큼 이야기를 잘 만들었다.

유원정 기자(이하 원)> 이야기가 상당히 정직하고 직설적으로 간다. 내러티브가 복잡한 국내 영화들과는 다르게 정면승부를 한다. 뻔하지만 통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주 배경이 저승세계인데 지금까지 판타지 소재라도 현실에 기반을 뒀던 여타 블록버스터 영화와 다른 지점이다. 비록 상상의 세계이지만 분명히 관객들에게 현실감을 줘야 한다. 이질감 때문에 힘들 수도 있었는데 그 문제를 잘 풀어냈다.

◇ 하정우부터 김하늘까지…화려한 배우들 캐스팅

진> 각 관문을 통과할 때마다 눈에 익은, 연기를 잘한다는 믿음을 주는 배우들이 있어 이질감을 줄이지 않았나 싶다. 이정재, 김하늘, 김해숙, 김수안 등의 캐릭터 활용이 인상적이었다. 눈에 띈 것은 당연히 배우 하정우에 대한 젊은이들의 신뢰다. 하정우가 그간 작가주의, 상업영화를 넘나들며 작품을 이어오는 과정에서 젊은 세대들에게는 '포스트 송강호' 같은 위치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원> 이 영화가 많은 예산이 들어간 블록버스터급 영화라 그런지 모르겠는데 하정우가 중심인물임에도 일반적으로 그런 역할을 하정우가 맡았을 때와 느낌이 굉장히 달랐다. 내게는 이전이 더 매력적이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잘 배치된 캐릭터를 벗어나지 못하고 본인 또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느낌이다. 이런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는 본인이 튀거나 다른 캐릭터를 죽이면 안되니까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 영화가 캐릭터 중심의 영화는 아니다.

연> 아무래도 나는 원작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해원맥(주지훈 분)이 단순화된 것은 아쉽다. 원작 속 해원맥은 얼굴은 무섭게 생겼지만 속이 깊은 사람이고 상당히 입체적이다. 그런데 영화에는 머리는 나쁘고, 깐족대면서 무술만 잘한다. 해원맥과 덕춘(김소향 분)은 '과거를 기억 못한다'로, 뭔가 알 수 없는 사연이 있을 거라는 복선을 깔기는 했지만, 영화 2부가 나온다 해도 원작 해원맥의 매력을 영화에서 살려내지는 못할 것 같다.

영화 '신과함께'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신과함께'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400억 블록버스터도 피해갈 수 없었던 '신파코드'

연> 영화는 관객을 어떻게든 울리기 위해 김자홍을 극단적으로 불행한 배경을 가진 인물로 설정했다. 위험한 직업, 농아 엄마, 군대에서 의문사하는 동생까지. 이건 현실에서 거의 만나기 어려운 환경의 인물이다. 반면 원작의 김자홍은 40대의 평범한 독신 소시민이다. 그러니 그가 7가지 지옥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지 긴장감을 갖게 된다. 그가 생전에 무심코 했던 한 마디가 어떤 상처를 주고, 선행이 됐는지를 알려줘 독자들이 공감하게 한다. 그것이 평범함의 힘이다. 그러나 영화 김자홍에게는 그런 공감이 떨어진다. 영화는 김자홍을 너무나 특수하고 특별한 인물로 만들었다.

진> 모든 게 눈물코드로 귀결된다. SNS에서 10대들에게 가장 부각 되는 점이 마지막 장면이다. '결국에는 울고 나온다', 그 코드다. 그 한 장면이 줄 수 있는 임팩트 하나만을 위해 영화는 달려간다. 계속 그 쪽으로만 모아진다는 흐름을 느꼈다. 김자홍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영화는 점점 귀인의 속살을 내보인다. 2시간 밖에 되지 않는 상영시간 안에서는 인상적인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아픔과 사연을 따라가는 흐름 안에서 관객의 감정 이입을 돕는 게 효과적이다. 바로 그게 상업 영화의 문법이니까.

원> 눈물코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다. 나 역시 시사회에서 처음 이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 이건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비극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어벤져스'를 보면 거기에는 특별한 서사가 없다. 영웅들이 뭉쳐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하는 게 전부다. 그러나 그걸 구현해내는 과정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떤 영화보다 화려하고 속도감있게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국내 제작비 현실로는 이런 단순한 서사를 가진 오락 블록버스터가 버틸 수 없다. 한국적인 정서를 녹여내지 않으면, 그 코드를 맞추지 않으면 흥행이 어렵다. '신과함께' 또한 그대로 그것을 답습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 대만 박스오피스 1위가 '신과함께'에 던지는 메시지

진> 연출을 맡은 김용화 감독에게는 '미스터고'의 실패 경험이 있다. 이 학습효과가 결국 '신과함께'의 성공을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다. 김용화 감독은 자신만이 가진 상업영화의 룰 안에서 성공해 왔고, 이번 '신과함께'로 또 다른 지표를 찍었다. 무엇보다 아시아권에서 먹히는 소재라는 생각이 든다. '롤러코스터' 같은 블록버스터의 전개 방식 또한 나름의 성과로서 인정 받게 될 것 같다.

연> 중화권에서 좋아할 만한 코드들이 있다. 붉은색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부터, 동양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저승관까지. 문화적으로 중화권에서 큰 이질감을 안 느낀다는 점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된다.

원> 어쨌든 소위 말하는 한국형 월드와이드배급의 가능성을 열었다. 영화는 일찍 한류를 일으킨 드라마보다 문화 장벽이 높은데 '신과함께'가 본격적으로 중화권을 사로잡으면서 계기를 만든 느낌이다. 중화권이나 동남아시아권에서 대량의 수익을 얻게 되면 할리우드 같은 월드와이드배급, 그리고 더 높은 제작비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드는 것도 멀고 먼 꿈이 아니다.

영화 '신과함께'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신과함께'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아쉬운 '헬조선'과 '미이라' 레벨 원귀

진> 이승의 명암을 드러낸 장면들이 몇 개 있었는데 '헬조선에서는 돈이 없는 게 지옥이니 갑부로 태어나겠다'는 해원맥의 대사 등이 그렇다. 영화를 좀 더 멋지게 풀어냈으면 '저승만도 못한 이승'의 측면을 부각시켰을 텐데 거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블록버스터이기 때문에 최대다수를 만족시키기 위한 전형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지점을 대사를 통해 나타내려고 한 욕심은 있었던 것 같다.

연> 원귀가 너무 강해서 거의 무슨 '미이라' 급이다. 원작에는 원귀가 이 정도의 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자신의 죽음에 직접적 영향이 있거나 지극히 주변 사람에게만 분노하지, 이런 식으로 모든 이들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는다. 과도해서 균형이 맞지 않는 캐릭터 설정은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지점 중 하나다. 너무 다른 괴물을 만들어 버린 것 같다.

◇ '신과함께' 천만까지의 총정리

연> 영화적 재미를 위해 원작이 가진 세계관이 변질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 원작 웹툰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저승세계나 무속신앙을 굉장히 쉽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또한 소시민이 주인공이라는 점 역시 관객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데 알게 모르게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는 그런 개념이 완전히 사라졌더라. 귀인이라는 이유로 간략하게 통과하거나, 빨리 감동적인 결말로 가려는 모습이 보였다. 차라리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진> 국내에서는 이처럼 웹툰이 큰 영화로 만들어진 사례가 없었다. 마블 영화들이 만화를 원작으로 해서 세계관을 넓혀갔던 것처럼 그런 길이 열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원> 국내 관객들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익숙하다. 그러니 '신과함께'를 판타지 블록버스터로 본다면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더라도 통할 수 있다고 봤다. 사실상 할리우드는 더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영화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건 국내에 판타지 장르가 너무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국적인 세계관을 가진 판타지 영화는 거의 제작되지 않고, 실제로 성공을 거두지도 못했다. 그렇기에 '신과함께'의 성공이 장르 다양성 확보에는 충분히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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