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생방송으로 진행된 2017 MBC '연기대상'에서 '역적'에서 아모개 역을 맡았던 배우 김상중이 대상을 받았다. 그는 조선 연산군 시절 실존했던 홍길동의 아버지 아모개 역을 맡아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극 초중반을 탄탄히 다졌다는 평을 들었다.
김상중은 우선 '역적'의 김진만 감독, 황진영 작가 등 제작진과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드라마 '역적' 얘기를 할라치면 정치성 발언, 개념성 발언을 안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오늘은 생략하겠다"면서 드라마 '역적'이 말하고자 했던 바를 설명했다.
"백성이 주인인 나라, 그 나라에서 백성의 아픔을 뜨겁게 절절하게 연기를 하신, 그리고 비록 한 회였지만 드라마 엔딩의 대미를 장식해 주신 우리 배우 최교식 님의 모습이 드라마 '역적'의 모습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최교식 님께 박수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승호 신임 MBC 사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 묻는 질문에는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 MBC가 2018년에는 많은 분들의 기대 속에서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되살아나기를 기원하고 응원하겠다. 그 중심에 최 사장님이 함께하실 거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그동안 연말 시상식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상'의 경우 해당 방송사 임원(사장·부사장 등)이 나와 지난해 대상 수상자와 같이 시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MBC는 26년차 무명배우인 최교식을 대상 시상자로 선정했다. 최교식은 올해 '역적', '도둑놈, 도둑님' 등 MBC 드라마 10여 편에 출연한 바 있다.
지난해 시청자 투표로 대상을 받은 배우 이종석과 함께 나온 최교식은 자신을 "26년차 무명 단역배우"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제껏 연기하면서 이런 시상식에 온 게 처음이다. 가슴이 많이 떨린다"며 "불러주신 MBC 측에 정말 감사드린다. 가문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연기하면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최교식은 "알아봐주지 않아도 현장에서 먼지 마시며 땀 흘릴 때가 가장 보람되고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답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열심히 땀흘리고 있는 무명배우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 주위에 누가 보든 말든 묵묵히 자기 일 열심히 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스포트라이트 받을 수 있는 그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고작 겨우 단지 사람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공기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골에서 부모님이 지금 투병 중이신데 지금 이 방송을 보고 계실 겁니다. 막내아들이 힘 내라고 응원 보냅니다. 화이팅하십시오, 어머님."
올해의 드라마 부문 수상작 '역적'의 김진만 PD는 연극 무대를 보고 채수빈을 캐스팅했던 날을 언급하며 "그날 마침 광화문 광장에서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1년이 지났고 대한민국에도 저희 MBC에도 굉장히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가장 단순한 상식을 되찾아올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저희 드라마 '역적' 통해서 말 그대로 종을 낳는 씨종이라는 표현을 쓰는 아모개, 그 아모개가 갖고 있는 진정성이 이 드라마의 정신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집필해 준 우리 황진영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 PD는 묵묵히 연기에 충실했던 조·단역 연기자들과 특히 고생했던 미술 스태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엑스트라들도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다. 그분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 '역적'이라는 작품은 없었을 것"이라며 "스태프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결코 이 작품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러분들이 주시는 이 큰 선물을 스태프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MBC '연기대상'에서 "부당한 이유로 집과 일자리를 떠난 사람들이 모두 돌아올 수 있는 새해가 되기를"이라며 '해직노동자 복직'을 언급한 배우 김의성은 이날 시상자로 나와 다시 한 번 소신발언을 펼쳤다.
함께 시상자로 나선 이하늬가 김의성의 말처럼 MBC에서도 해직언론인이 복직됐다고 운을 띄우자, 김의성은 "이렇게 새로운 MBC에 서게 되니까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공정언론을 위해 싸우시는 분들이 계시고 아직 일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도 많이 계시다. 이분들 모두 자기 자리를 찾을 때 더욱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2017 MBC '연기대상' 각각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과 '죽어야 사는 남자'의 타이틀롤이자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윤균상과 최민수가 아무 상도 타지 못한 점, 상의 종류를 지나치게 쪼개 36개에 이르는 수상 부문을 만들어낸 점 등이 미흡한 점으로 지적됐다. 지난해까지 시상하던 베스트커플상이 갑자기 자취를 감춘 것을 두고 의문을 품는 반응도 있었다.
다음은 '2017 MBC 연기대상' 수상자 및 작품 명단.
▲ 대상 : 김상중(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 올해의 드라마 :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 미니시리즈 남자 최우수연기상 : 유승호(군주-가면의 주인)
▲ 미니시리즈 여자 최우수연기상 : 하지원(병원선)
▲ 미니시리즈 남자 우수연기상 : 신성록(죽어야 사는 남자)
▲ 미니시리즈 여자 우수연기상 : 한선화(자체발광 오피스)
▲ 미니시리즈 남자 황금연기상 : 오정세(미씽나인)
▲ 미니시리즈 여자 황금연기상 : 장신영(자체발광 오피스), 김선경(군주-가면의 주인)
▲ 월화극 남자 최우수연기상 : 조정석(투깝스), 김지석(20세기 소년소녀)
▲ 월화극 여자 최우수연기상 : 이하늬(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 월화극 남자 우수연기상 : 김선호(투깝스)
▲ 월화극 여자 우수연기상 : 채수빈(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 월화극 남자 황금연기상 : 정보석(왕은 사랑한다)
▲ 월화극 여자 황금연기상 : 서이숙(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 연속극 남자 최우수연기상 : 고세원(돌아온 복단지)
▲ 연속극 여자 최우수연기상 : 김미경(행복을 주는 사람)
▲ 연속극 남자 우수연기상 : 강경준(별별 며느리)
▲ 연속극 여자 우수연기상 : 송선미(돌아온 복단지)
▲ 연속극 남자 황금연기상 : 안내상(황금주머니)
▲ 연속극 여자 황금연기상 : 송옥숙(행복을 주는 사람)
▲ 주말극 남자 최우수연기상 : 장혁(돈꽃)
▲ 주말극 여자 최우수연기상 : 이미숙(돈꽃)
▲ 주말극 남자 우수연기상 : 장승조(돈꽃)
▲ 주말극 여자 우수연기상 : 장희진(당신은 너무합니다)
▲ 주말극 남자 황금연기상 : 안길강(도둑놈,도둑님)
▲ 주말극 여자 황금연기상 : 신동미(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 남자 신인상 : 김정현(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김선호(투깝스)
▲ 여자 신인상 : 서현(도둑놈, 도둑님), 이선빈(미씽나인)
▲ 남자 인기상 : 엘(군주-가면의 주인)
▲ 여자 인기상 : 김소현(군주-가면의 주인)
▲ 코믹 캐릭터상 : 정경호(미씽나인)
▲ 투혼 연기상 : 엘(군주-가면의 주인)
▲ 최고의 악역상 : 최태준(미씽나인)
▲ 베스트커플상 : 이종석-한효주 (W)
▲ 올해의 작가상 : 황진영(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 아역상 : 남다름(왕은 사랑한다), 이로운(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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