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히딩크 열풍·추락과 반등…'다사다난' 韓 축구의 2017년

슈틸리케 경질에 '도쿄 대첩'까지…

2017-12-31 06:00

한국 축구대표팀의 김신욱이 1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E-1 챔피언십 일본과 최종전에서 득점에 성공하고 동료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는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대표팀의 김신욱이 1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E-1 챔피언십 일본과 최종전에서 득점에 성공하고 동료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는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017년 정유년(丁酉年)도 어느덧 마지막 날만 남겨뒀다. 하루만 지나면 지구촌 축제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는 2018년에 접어든다. 과연 한국 축구는 월드컵을 앞두고 어떤 1년을 보냈을까. 키워드로 지난 1년을 돌아본다.

◇ '갓틸리케'에서 경질까지…

2014년 9월.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많은 기대 속에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됐다. 그리고 2015년 1월 호주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갓틸리케'라는 별명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슈틸리케는 더는 한국 축구의 감독이 아니다. 2017년 창사-도하 참사를 겪고 결국 경질됐다.

'갓틸리케'로 불리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창사-도하 참사'를 겪은 뒤 사령탑에서 경질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갓틸리케'로 불리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창사-도하 참사'를 겪은 뒤 사령탑에서 경질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은 지난 3월 중국 창사에서 중국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을 치렀다. 결과는 0-1 패배. '공한증(恐韓症)'이란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되는 순간이었다. 특색 없는 전술과 더불어 선수들의 투지 없는 경기력은 도마 위에 올랐다.

참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6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최종예선 8차전에서 카타르에 2-3으로 고개를 떨궜다. 무려 33년 만에 카타르에 패한 한국 축구다. 이 패배로 인해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먹구름이 몰려왔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6월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신태용 감독에 지휘봉을 넘겼다.

◇ 'AGAIN 2002'?…한국 축구 강타한 '히딩크 열풍'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4강 신화를 써낸 명장이다. 2002년 성공 이후 러시아와 호주 대표팀 감독을 경험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명문 구단 첼시의 사령탑에도 올랐다.

'히딩크 열풍'은 한국 축구의 추락이 거듭되던 지난 9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신 감독은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했지만 이란-우즈베키스탄전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 감독. (사진=자료사진)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 감독. (사진=자료사진)
안방에서 열린 이란과 경기에서는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승리한다면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던 우즈베키스탄과 월드컵 최종예선 최종전에서도 졸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결국 같은 시간 열린 이란과 시리아의 경기 결과까지 지켜본 뒤 본선행을 확정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팬들은 한국 축구를 돕고 싶다고 밝힌 히딩크 감독을 데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으로 있던 김호곤 부회장의 "불쾌하다"는 말과 '거짓말 논란'까지 겹치며 팬들은 더욱 히딩크 감독을 외쳤다. 결국 히딩크 열풍은 국정감사로까지 번졌다.

히딩크 열풍을 잠재우기에는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신 감독에 절대적인 지지로 힘을 실어줬고 '신태용호'는 국내에서 열린 콜롬비아-세르비아와 평가전에 이어 일본 도쿄에서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우승으로 앞선 논란들을 잠재웠다.

◇ 62위로 추락한 韓 축구…일본전 대승으로 반등

슈틸리케 감독 경질 이후에도 한국 축구는 쉽사리 살아나지 않았다. 큰 기대 속에 신 감독이 사령탑에 올랐지만 경기력 논란은 여전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일궈냈지만 팬들의 시선은 이미 싸늘하게 식은 상태였다.

비난의 목소리는 지난 10월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정점을 찍었다. 러시아(2-4)와 모로코(1-3)에 연달아 완패하자 팬들은 신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일본을 4-1로 완파하고 E-1 챔피언십 우승으로 2017년을 화려하게 마무리한 한국 축구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일본을 4-1로 완파하고 E-1 챔피언십 우승으로 2017년을 화려하게 마무리한 한국 축구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신 감독과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평가전 완패 이후 '한국 축구는 죽었다'고 외치는 팬들의 눈을 피해 인천국제공항에서 당초 예정된 출구가 아닌 다른 출구로 급히 도망가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결국 졸전을 펼친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62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10월 한국은 중국(57위)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FIFA 랭킹이 도입된 1993년 8월 이후 한국이 중국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었다.

한국 축구는 11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무적 함대' 스페인의 성공시대를 열었던 토니 그란데, 하비에르 미냐노(이상 스페인) 코치를 영입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리고 얼마 후 열린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2-1로 승리하며 신 감독 부임 이후 5경기 만에 첫 승을 맛봤다. 세르비아와는 1-1로 비겼다.

2017년의 마지막은 화려했다. 지난 16일 일본 축구의 심장부인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일본을 4-1로 완파하고 동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네 번째 우승이자 대회 최최 2연패 기록도 세웠다.

'2017 도쿄 대첩'을 일궈낸 '신태용호'는 앞선 귀국 때와 달리 엄청난 환대를 받으며 한국 땅을 밟았다. 더는 출구를 바꿔 도망갈 필요가 없었다. 이제는 당당하게 팬들 앞에 나설 수 있었다.

CBS노컷뉴스 송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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