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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유기' 추락사고 현장, 낙상사고·화재 위험 '여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도 '현장 안전 확보' 촉구… 언론노조, 제작사 고발 예정

2017-12-29 01:21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에 위치한 tvN 월화드라마 '화유기' 촬영 세트장. 지난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아트지부 소속 노동자 A 씨가 샹들리에를 설치하다가 추락사고를 당한 장소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에 위치한 tvN 월화드라마 '화유기' 촬영 세트장. 지난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아트지부 소속 노동자 A 씨가 샹들리에를 설치하다가 추락사고를 당한 장소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tvN 주말드라마 '화유기'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가 추락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여전히 낙상사고와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28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에 위치한 '화유기' 추락사고 현장을 방문해 사고 원인과 사후 안전 조치 조사를 실시했다.

김환균 위원장이 현장 조사에 직접 참여했고, 법률·정책 실무진과 언론노조 MBC아트지부 집행부와 MBC아트 회사 관계자들이 동행했다. 또한 언론노조 요청으로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의 현장 근로감독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앞서 지난 23일 MBC아트지부 소속 노동자 A 씨는 새벽, 샹들리에를 설치하라는 무리한 업무 지시를 따르다 떨어져 허리뼈, 골반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바 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12. 26. '화유기' 스태프 추락 큰 부상…tvN 늑장 해명 물의)

2시간 30분 동안의 조사와 면담 결과, 언론노조는 제작사 JS픽쳐스가 사고 발생 후에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촬영을 지속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언론노조는 △추락사고가 나 무너져내린 세트장 천장을 보수했음에도 천장을 지탱하는 목재와 합판 사이가 벌어진 것을 곳곳에서 발견했고 △세트장 내부 이동 통로가 매우 어둡고 비좁은 데다 바닥에 각종 케이블과 목재 및 페인트 등 인화물질이 어지럽게 놓여 있어 낙상사고와 화재로부터 매우 취약했으며 △세트장을 재설치·보겅하지 않고 현장을 땜질식으로 수습해 촬영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제든지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제2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장은 한마디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한다는 피해자 가족의 요구나 여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비판했다.

천장을 지탱하는 목재와 합판 사이가 벌어져 있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천장을 지탱하는 목재와 합판 사이가 벌어져 있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언론노조는 현장 조사는 물론, 제작사인 JS픽쳐스(CJ E&M 계열사) 측과 면담도 했다. 그러나 A 씨에게 업무 지시를 내린 B 미술감독은 "샹들리에 설치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 조명등을 달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고지'했을 뿐"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답을 내놨다.

언론노조는 B 미술감독이 추락사고 직전 피해자가 천장에 올라간 것과 천장이 무너져 내린 사실을 목격하거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가, 현장 검증 때에는 바로 옆 소파에 앉아 반쯤 잠든 상태였다고 말을 바꾸는 등 진술도 그때마다 달랐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환균 위원장은 "책임도 지지 않고 관리나 지시도 하지 않는 미술감독이 현장에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세트를 설치한 라온의 대표는 '화유기' 세트장이 다른 세트장에 비해 튼튼하게 설치됐다고 주장했으나, 근로감독에 배석한 산업재해예방안전보건공단 관계자로부터 "사람이 밟아 무너질 정도면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을 받았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근로감독관은 제작사에 △세트 천장 위로 올라가는 모든 작업 중지 △세트장 작업 시 안전하지 않은 목재 사다리 사용 금지 △작업장 안전 확보를 위한 개선 노력, 용역계약서상 업무 범위·책임·이행 주체 '명확화'를 주문했다.

언론노조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사고 예방과 주의 의무 등 사전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책임이 제작사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현장의 안전'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조사 이후에는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으로 가 서호원 평택지청장과 김영석 산재예방지도과장을 만나 '화유기' 추락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 엄벌, 작업 중지 명령과 안전 진단 실시를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안전 진단을 완료하고 구체적인 개선 및 보완책이 마련될 때까지 사고 현장 세트장 작업은 중지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또한 스태프들의 장시간 노동과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도 빠짐없이 조사해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서 지청장은 관내에서 발생한 사고에 유감을 표명한 뒤, 고용노동부 본부와 협조해 일죽 세트장 외 파주에 위치한 JS픽쳐스의 또 다른 드라마 세트장에 대한 일제 점검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촬영 현장에 각종 소품과 케이블이 어지러이 널려 있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촬영 현장에 각종 소품과 케이블이 어지러이 널려 있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이어, 이번 추락사고가 소품 담당 직원에게 샹들리에 설치는 물론 전선 연결까지 맡겼다가 발생한 만큼 제작사의 전기공사관련법에 따른 위법 사항은 없는지 살펴보고, 산업안전보건공단과 협의해 안전 진단 실시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다음주 중 '화유기'의 제작사인 JS픽쳐스와 세트 담당 업체 라온을 산업안전보건법·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할 예정이다. 드라마가 방송되는 CJ E&M 측에도 작업 중지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논의를 위한 면담을 공식 요청한 상태다.

지난 23일 첫 방송된 tvN 주말드라마 '화유기'는 고대소설 서유기를 모티프로 퇴폐적 악동요괴 손오공과 고상한 젠틀요괴 우마왕이 어두운 세상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절대낭만 퇴마극이다. 박홍균 PD가 연출을, 홍자매(홍정은-홍미란)가 극본을 맡았고 이승기의 전역 후 복귀작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방송 2회 만에 CG(컴퓨터그래픽) 작업이 되지 않은 화면이 그대로 나가다 갑자기 방송이 끝나버리는 사고가 발생했고, 현장 스태프 추락사고까지 더해졌다.

사고를 당한 A 씨의 형 C 씨는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A 씨가 결국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C 씨는 최악의 경우 A 씨가 뇌사 지경에 이를 수도 있었다며, 현재는 눈을 깜빡이는 정도로만 의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C 씨는 A 씨가 드라마 촬영 경력만 20년이 넘는 베테랑임에도, 아버지 기일에도 못 갈 정도로 '화유기' 현장은 바쁘고 힘들다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들과 꾸준히 치료 경과를 논의하고 사후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식입장과 달리, CJ E&M은 가족들에게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12. 28. '화유기' 사고 스태프 형 "자녀 둘에 하반신마비, 마음 미어져")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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