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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희 "결혼이란 틀에 꼭 들어야 하나 의문, 혼자인 삶 좋아"

[노컷 인터뷰] '언니는 살아있다' 민들레 역 배우 장서희 ②

2017-12-14 19:35

최근 종영한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민들레 역을 맡은 배우 장서희 (사진=샛별당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종영한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민들레 역을 맡은 배우 장서희 (사진=샛별당엔터테인먼트 제공)
열한 살 때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로 데뷔해 어린이 프로그램의 MC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배우 장서희는 어느덧 40대 중반이 되었다. 여전히 '싱글'이다 보니, 자연히 연애와 결혼 질문이 따라붙는다.

여행 다니기, 손으로 무언가 만들기 등을 좋아한다는 그는 지금의 삶도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마치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던 '결혼'이 이제 하나의 선택지가 되어, 사회적 시선이 달라진 것도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이 나이에는 이걸 해야 한다는 관념이 점차 허물어져가면서 드라마 등 작품에서 이뤄지고 있는 크고 작은 시도들에도 반색했다. 30대 중반만 되어도 바로 '엄마'의 카테고리로 넘어갔던 배우들에게 더 다양한 역할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장서희를 만나 '사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컷 인터뷰 ① '언니는…' 장서희 "유쾌한 민들레 역, 연기 변신 발판 돼")

일문일답 이어서.

▶ 포털에는 1989년 MBC 19기 탤런트로 데뷔했다고 나와 있던데, 사실은 데뷔가 더 빨랐다.

11살 때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에 나갔다. 그걸 계기로 한 첫 프로그램이 어린이 프로그램이었다. 뽀빠이 이상용 씨와 MC를 본 '모이자 노래하자'였다. 일요일 아침에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청백팀을 나눠서 초등학생들끼리 노래하고 춤추며 장기자랑을 하는 거였다. 당시엔 인기가 많았다. 제 새대들은 그 프로그램을 아마 알 거다. (웃음)

▶ 오랫동안 연기를 해 왔는데, 경력이 쌓이면 좀 더 편하게 마음을 먹게 되는지 궁금하다.

요즘 연말이라 생각이 많아지고, 또 중년의 나이가 돼서 생각이 많다. (웃음) 지금은 참 잘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연예계가 얼마나 힘든가. 배우도 많고 경쟁도 치열하고, 근데 참 이 정도면 잘 살아왔단 생각이 든다. 중국 활동 1세대라서 외국에서 한류라는 소리도 들어봤고, 초창기 길을 닦았다는 뿌듯함도 있다. 배우로서는 복수극을 주로 하면서 어떻게 보면 '센' 드라마 장르를 개척했다. 이미지가 없는 배우도 많은데 어쨌든 특화된 부분이 있는 건 저로서는 재산인 것 같다.

▶ 그럼 지금은 배우로서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선 것인가.

안정기는 아니다. 그렇게 말하기엔 욕심이 끝도 없다. 배우들은 늘 노력해야 하고 과거에 묻혀 있으면 안 된다. 왕년엔 이랬는데, 하면 되게 위험하다. 저도 늘 복수극만 할 순 없다. 변신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끊임없이 노력해서 '저 배우는 항상 캐릭터가 살아있다'며 믿고 맡기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지금도 감독님과 작가님들이 믿고 맡기는 부분이 있으니 계속 연기를 해 나가야죠.

이번에 되게 감사했던 게 최 감독님이 늘 "너는 항상 최고야. 고맙다 서희야"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게 참 고마웠다. 어떤 씬이 걱정될 때, 감독님이 보시고 좋은 거 잘 골라달라고 부탁드린 적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방송 나간 다음에 "봤지? 좋지?" 이러셨다. 드라마 끝나고도 "서희야, 수고 많았다. 고맙다"고 하셨다. 연락할 때마다 용기 주시고 잘한다 잘한다 해 주셔서 제 기도 살았다. 작가님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민들레-구회장(손창민 분) 에피소드를 쓰면 뭘 써도 안심된다는 거였다. 어떤 내용을 써도 재밌게 잘 살리겠지 하는 믿음이 가신다고. (신뢰받고 있다는 건) 굉장히 큰 힘이다.

배우 장서희 (사진=샛별당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장서희 (사진=샛별당엔터테인먼트 제공)
▶ 연예계에 발을 들인 지 오래됐는데, 40대 중반 여배우라는 위치는 연기하기에 어떤가.

연기한 지 몇 년, 이런 건 별로 안 따져봤다. (웃음) 나이에 비해서는 굉장히 잘 오고 있었던 것 같다. 또래보다 한 10년 정도 젊은 역할을 한다. 민들레 역할은 시놉시스에도 나이가 안 나왔던 것 같다. 나이를 가늠 못하는 노처녀 정도로만 돼 있었다. 나이에 비해 젊은 역할을 하고 있고, 민들레 같은 캐릭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런 역만 하길 원한 건 아닌데 결혼도 안 했고 이미지 덕분에 이렇게 된 듯싶다.

▶ 요즘 드라마에서는 예전보다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나온다. 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드라마도 많았다. '마녀의 법정', '품위 있는 그녀', '힘쎈여자 도봉순', '부암동 복수자들' 등. 배우로서 이런 변화를 감지하나.

그럼요. 그럴수록 우리가 할 배역이 많아지잖아요. 그나마 요새는 다양한 역할이 온다. 저희 윗 세대 선배님들은 30대 중반만 되어도 바로 엄마 역할로 빠졌다. 골드미스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있고 해서 드라마에도 나오지 않나. 외국에 비해선 덜하지만. 헐리우드는 50대 사랑도 나오고. (요즘 같은 분위기로 변하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사회적인 분위기 덕도 컸던 것 같다. 우리나라는 여자든 남자든 가정을 꾸리고 40~50대가 되면 자식을 위해서만 사니까 '개인'이 많이 없어지지 않나. 30대나 40대 초까지는 내 생활이 있지만 40대 후반이나 50대 이후에는 본인을 위한 시간이 없다. 사랑할 시간도, 낭만을 즐길 시간도. 외국은 그런 것에서 많이 벗어났지 않나. 엄마아빠 세대도 자녀를 다 키워놓으면 손자손녀를 봐줘야 하고. 그래서인가 전 지금 혼자인 삶이 너무 좋다.

▶ 평소에 자기 일상에서 재미를 찾는 편인가.

훌쩍 어디 가는 걸 좋아한다. 손으로 만드는 것도 되게 좋아한다. 인형을 만들거나 뭘 조립하거나 반려견 옷도 만들어주고. 가정 꾸리고 있다면 아무래도 맘대로 못하지 않을까. 독신주의는 아니다. 굳이 꼭 결혼을 해야 되나 싶은 거다. 좋은 사람 있어도 연애만 해도 되는 거고, 꼭 결혼이라는 틀에 들어가고 싶진 않다. 혼자라면 제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고 저만 돌보면 되지만 결혼에는 책임과 희생이 따르지 않나. 사랑으로 만나지만 그 다음부터는 양보가 필요하다. 그런 걸 감수하더라도 결혼하겠다 할 만큼 좋은 사람은 아직 못 만났다.

▶ 반려견을 키우나 보다.

원래 세 마리였는데 한 마리는 작년에 죽고 두 마리도 나이가 많다. 병이 있어서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 개를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려왔다. 심장판막증이 있어서 3년 밖에 못 산다는 개였는데 하루 2번 약 주고 꼬박꼬박 붙어 있었더니 8년 넘게 살고 있다. 너무 뿌듯하더라. 약을 조금이라도 늦게 먹이면 위험해질 수 있어서 신경 쓰고 있다.

▶ 과거 인터뷰에서 연예인은 사람 때문에 지치는 직업이라고 했다. 아마도 계속 남을 숙제일 텐데 지금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혼자 많이 생각한다. '아, 내가 왜 이런 스트레스를 받아야 되지?' 하고. 전 제 삶이 중요하다. 사실 지나고 보면 다 아무것도 아니다. 일주일 전에, 바로 어제 했던 고민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 무뎌지지 않나. 내가 그런 고민을 했었나 싶기도 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면서 많이 다스린다. 나이를 먹으면 딱 하나 좋은 게, 내려놓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거다.

장서희는 지난달 11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예능 프로그램 '서울메이트'에서 호스트로 출연 중이다. (사진=tvN 홈페이지 캡처)
장서희는 지난달 11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예능 프로그램 '서울메이트'에서 호스트로 출연 중이다. (사진=tvN 홈페이지 캡처)
▶ 지난달부터 외국인 게스트를 맞는 호스트로 나오는 tvN 예능 '서울메이트'를 촬영하고 있다. 예능을 경험해 보니 어떻던가.

'서울메이트'가 웃기는 프로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재미있기를 바라는 게 있다. 제작진은 웃음과 재미는 김숙, 김준호 씨가 맡아서 하는 거라고 했다. 이기우 씨랑 저, 특히 저는 예능에서 안 보여줬던 이미지가 많다 보니 그런 걸 기대했던 것 같다. 재밌어야 된다는 부담을 갖지 말라고 하셨다.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보면 캐릭터에 갇혀 살고, 밝은 캐릭터를 맡아야만 밝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데 (예능은) 그야말로 저를 보여줄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것 같다.

▶ 과거 인터뷰에서 실제로는 완벽하기보단 빈틈이 있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올해 '인생술집'에서 각혈 깜짝카메라를 준비한 걸 보면 엉뚱한 면도 있는 것 같다.

매번 술먹고 얘기하는 거 말고 납량특집을 해 보는 게 어떨까 했다. 전에 친구들과 할로윈데이 때 했던 걸 해 봤다. 조그만 피주머니를 입에 물고 이빨로 터뜨려서 친구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웃음) 요즘은 그 피주머니가 안 나오고 캡슐로 나온다고 하더라. 녹는 시간도 있고 피도 찐득거려서 제가 원하는 그림대로 완벽히 되진 않았지만, (걸스데이) 유라 씨가 정말 놀라서 울었다. 신동엽 씨는 피 색깔 보고 바로 눈치 챘고. 나중에 저보고 진짜 독특하다고 하더라. (웃음) 다들 제작진이 준비한 줄 알았다. 제가 했다고 하니까 저보고 4차원 아니냐고 했다.

▶ 차기작은 검토 중인가. 혹시 해 보고 싶은 작품이나 만나고 싶은 배우가 있나.

아직 없다. 아직까지 뭘 하고 싶다, 누구랑 해 보고 싶다이런 건 없다. 그런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 어느덧 연말이다. 어떻게 2017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고 있는지.

참 잘 살아왔고, 올해도 잘했다. 열심히 산 한 해였다. 무엇보다 이미지를 바꿀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도 한결 같이 이대로 노력할 것이다. 연기할 수 있는 날까지 열심히 하되, 이젠 조금 즐기면서 하고 싶다. 일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좀 편안하게 가고 싶다.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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