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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장서희 "유쾌한 민들레 역, 연기 변신 발판 돼"

[노컷 인터뷰] '언니는 살아있다' 민들레 역 배우 장서희 ①

2017-12-14 19:35

지난달 14일 종영한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민들레 역을 맡은 배우 장서희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달 14일 종영한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민들레 역을 맡은 배우 장서희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 10월 14일 종영한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는 이른바 '막장드라마의 대모'로 불리는 김순옥 작가의 작품이었다. 거기다 '인어아가씨', '아내의 유혹'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장서희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이 방송 전부터 호기심을 가졌다.

드라마는 차츰 시청률이 올라 마지막회에서 24.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아름답게 마무리됐다. 장서희는 복수를 인생의 중요한 목표로 삼는 캐릭터로 감정 소모를 많이 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드라마에선 허당기 넘치는 발연기 여배우로 완벽 변신해 코믹 연기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제목부터 '언니는 살아있다'이고, 주요 출연진 가운데 여성이 특히 많았던 작품에서 장서희는 여성 연기자 중 가장 '선배'였다. 지난 7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난 장서희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모처럼 내려놓는 연기를 한 즐거운 소감을 들려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언니는 살아있다' 종영하고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뭐하고 지냈나.

tvN 예능 '서울메이트' 촬영을 해 와서 드라마 끝났단 생각이 안 들었다. (드라마) 끝 즈음에 겹쳐서 찍느라고. 외국인 분들 일정이 있어서 그걸 먼저 찍고 요새 스튜디오 촬영 중이다. (기자 : 그럼 못 쉰 것 아닌가) 잠깐 짧게 가족들과 일본 교토로 여행을 다녀왔다. 완전히 일본 전통이 있는 데이지 않나. 처음 갔는데 앞으로는 교토만 갈 것 같다. 딱 가자마자 그 나라스러운 곳이어서 보기 좋았다.

▶ 늦었지만 종영소감 부탁한다.

재밌게 촬영했다. 워낙 민들레라는 캐릭터가 재밌어서 재밌게 촬영했다. (오)윤아와 (김)주현이와는 실제로 친하게 돼서 드라마 끝나고도 계속 연락하고 밥 먹고 그랬다.

'언니는 살아있다'를 쓴 김순옥 작가와 연출을 맡은 최영훈 감독(가운데 두 명)이 지난 4월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언니는 살아있다'를 쓴 김순옥 작가와 연출을 맡은 최영훈 감독(가운데 두 명)이 지난 4월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김순옥 작가와는 '아내의 유혹' 이후 9년 만에 만났다. 다시 작업하게 된 소감은.

'아내의 유혹' 끝나고 나서도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꾸준히 뵀었다. 그러다 보니 정말 고마운 지인이 된 거다. 어느 날 갑자기 작품을 하자고 하셨는데는 살짝 주저했다. 전작(최고시청률 37.5%)이 워낙 잘 됐으니까, 그것보다 못하면 관계가 나빠지지 않을까 되려 걱정이 됐는데 그야말로 믿고 했다. 원톱은 아니었지만 캐릭터를 놓고 봤을 땐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도 (제게) '어, 저런 느낌도 있네' 하고 굉장히 달리 봤다.

▶ 최영훈 감독과도 '산부인과' 이후 다시 호흡을 맞췄다.

최 감독님은 똑같으시더라. 너무 유쾌하셨다. 현장에서 여전히 재밌으셨다. (분위기를) 딱딱하게 안 만드신다. 작품의 성격이 세고 감정씬도 많다 보니 현장이 되게 예민해질 수 있다,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나. 근데 감독님은 허허허 하면서 촬영하신다. 선장이 잘 지휘하시니까 항상 웃음 가득했다.

▶ 이른바 한물 간 발연기 배우를 맡았는데, 코믹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복수극은 장서희'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나. 그런 것(수식)이 너무 좋고 감사하지만 배우가 너무 한 이미지만 할 순 없다. 변화를 시도하고 싶던 차에 민들레 캐릭터를 만나서 재밌게 했다. 실제론 민들레 쪽에 가깝다. 센 언니 느낌인데 저랑 친한 지인들은 '전혀 안 그런데 왜 그렇게 맨날 센 역할만 해?'라고들 했다. 캐릭터가 워낙 재밌고 연기하기도 되게 편했다. 전에 했던 역할들은 감정 소모가 굉장히 많았다. 눈물도 많이 흘리고. 그에 비하면 정말 민들레는 편안하게 연기했다. (웃음)

▶ 그동안 잘 맡지 않은 배역이었는데.

사실 (오)윤아나 후배들이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한 역할이 다 제가 했던 것들이다. (웃음) 현모양처였다 복수하는 거나, 다솜이가 했던 악녀 역 같은 것. 그래서 너무 잘 알겠더라. 동생들에게 더 따뜻하게 말했고, '잘한다 잘한다' 칭찬해 줬던 이유다. 제가 그 과정을 다 겪어봤으니까. 한편으로는 미안했던 게, 민들레만 꽃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항상 유쾌했으니까. 사이다 노릇을 해서 스트레스가 없었다. (웃음) 그래서 동생들을 케어하게 됐다. 옆에서 보면 안쓰럽더라. 윤아는 감정씬이 너무 많아서 종일 운 적도 있다. 다솜이는 온갖 사건을 벌이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바빴고. 역시 다 제가 다 했던 거다. (웃음)

▶ 이번 작품에선 좀 달라졌지만 그래도 장서희 하면 '막장드라마의 여왕'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없어지진 않죠. 이번 한 작품을 통해 (제 이미지가) 확 바뀌진 않겠지만 이미지 변신을 하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끝나고 방송 관계자들에게 전화가 많이 왔다. 저런 역할도 잘 어울린다고 하면서. 그분들 생각도 많이 바뀌었으니 앞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언니는 살아있다'는 장서희가 '아내의 유혹' 김순옥 작가, '산부인과' 최영훈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었다. (사진=SBS 제공)
'언니는 살아있다'는 장서희가 '아내의 유혹' 김순옥 작가, '산부인과' 최영훈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었다. (사진=SBS 제공)
▶ 다양한 갈래의 이야기가 나왔고 등장인물도 적지 않았다. 맨 처음 이름을 올린 주인공으로서 어떤 점에 신경 썼나.

시놉시스 상에서는 (배역이) 4~5번째 정도로 별로 안 컸는데 제가 캐스팅되면서 다 바뀌었다. 제작진의 배려 같다. 김순옥 작가와 최영훈 감독님은 다 두 번씩 작품 하셨던 분들이다. '그냥 믿고 간다', '서희야 가자, 믿고 해~' 이러면서 저를 많이 배려해주셨다.

우리 드라마에 여자가 많이 나오는데 여자 중에선 제가 제일 선배다.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애들이 (저를 보고) 하니까. 주말 장편드라마는 팀웍이 굉장히 중요하다. 동생들과의 케미에 신경 쓰며 인자하게 이끄는 언니가 아니었을까? (웃음) 다행히 동생들이 너무 잘 따라줬고 팀웍이 굉장히 좋았다, 저희끼리. 연기할 땐 배우로서, 생활할 땐 선배로서의 중심 역할을 해야 돼서 신경을 많이 썼다. 그걸 많이 도와주신 분이 손창민 선배님이었다. 전체적인 걸 잘 이끌어주셨다. (웃음)

▶ 제목도 그렇고 10번째까지 주요 배역 중 7명이 여성이었다. 주말드라마에는 악역인 여성이 꼭 등장한다는 것을 감안해도 여성이 특별히 많은 촬영장이었을 것 같다.

맞다. 이번에는 여자들도 많고 메인 주인공이 4명이었다. 아무래도 여자들이 많으면 (극중에서) 시기, 질투가 많게 나오니 중심을 잘 잡아야겠구나 했는데 다들 자기 몫 충실히 해서 원만히 마쳤다. 감독님은 조율을 굉장히 잘해 주시고, 작가님은 다 캐릭터 살게끔 써주셨잖아요. 다 캐릭터들이 모자람 없이 살았던 것 같다.

저희는 남양주 세트장에서는 분장실을 다 같이 썼다. 남녀 분장실이 각각 하나씩밖에 없어서. 서로 지인들이 분식차, 간식차 쏴 준 거 같이 분장실에서 먹기도 하고. 그래서 되게 좋았다.

▶ 오윤아 씨도 이번 작품을 통해 친해진 인물로 첫 손에 꼽더라. 그간 같이 했던 배우들과 연기에 대한 도움말을 나누는지.

그룹은 안 만들고 그냥 마음이 맞는 선후배들, 또래들끼리 본다. 드라마하면서 (모든 사람이) 마음에 맞을 순 없다. 배우들이 늘 외롭다고 얘기하지 않나. 자기 능력으로 혼자 하는 비즈니스라서 외로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저는 후배들보다는 조금이나마 먼저 그 길을 갔던 사람이니까, 거쳤던 과정에 대해 해 줄 얘기가 있다고 봤다. '너, 이렇게 해'가 아니라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정도의 조언을 해 줄 수는 있다. 물론, 애정이 있는 사람들에게.

장서희는 극중 구회장 역을 맡은 손창민과 밝고 코믹스러운 멜로 연기를 펼쳤다. (사진='언니는 살아있다' 캡처)
장서희는 극중 구회장 역을 맡은 손창민과 밝고 코믹스러운 멜로 연기를 펼쳤다. (사진='언니는 살아있다' 캡처)
▶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손창민과 멜로 연기를 했다.

저희가 해서 좀 미안하기도 했다. (웃음) 처음부터 손창민 선배님은 말을 안 놓으셨다. '서희 씨, 이리 오세요', '이렇게 하세요' 하면서. 하루는 선배님께 말 놓으셔도 된다고 했는데 "내가 서희 씨를 어렸을 때 본 것도 아니고, 후배가 더 많은 나이가 됐는데 서희야 이러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하시더라. 자기 파트너에 대한 예의라고. 원래 선배님이 여자 파트너 잘 챙기기로 유명하신 분이다.

손창민 선배님도 다른 드라마에선 아버지 역할을 하셨는데 오랜만에 코믹 멜로를 해서 너무 즐거우셨다고 한다. 저희는 연기할 때 올드하게 가지 말자고 했다. 아마 진지하게 멜로를 했으면 느끼해서 못 봤을 거다. 굉장히 우스꽝스럽게 했지 않나. 작가님도 중년의 멜로가 예쁘고 귀여워 보일 수 있게 해 주셨다. 코믹 요소가 들어가야 밝아보이지 않나. 매회 영화 패러디하는 것도 재밌었다. 코믹 연기에도 자신이 있었다. (웃음)

▶ 산뜻하고 밝게 그려서 좋았다고 했는데, 중년의 멜로도 진지하게 그릴 수 있는 것 아닐까.

잘 그려줘야 한다. 하다못해 키스씬이 나온다 해도 젊은 배우들이 하면 너무 풋풋하고 예쁘고 그런데, (중년이 하는 장면에는) 약간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민망하고, '뭐야~' 하는 그런 것. 물론 영상도 잘 나오고 아름답게 그려지면 저 나이대의 사랑도 멋있다는 게 보이겠지만, 잘못하면 되게 주책맞아 보일 수 있지 않나. 중년 멜로는 절대 너무 느끼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 작품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젠 비중보다는 캐릭터를 제일 많이 본다. 캐릭터가 잘 살아있어서 한두 장면 나와도 그 회차를 다 잡아먹는 경우도 있지 않나. 솔직히 캐릭터가 좋으면 장르나 다른 걸 따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노컷 인터뷰 ② 장서희 "결혼이란 틀에 꼭 들어야 하나 의문, 혼자인 삶 좋아")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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