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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단막극 판도 바꿀까… '드라마 스테이지' 오늘 첫 방송

윤성호 감독의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로 시작

2017-12-02 23:35

2일부터 시작되는 tvN 단막극 브랜드 '드라마 스테이지' (사진=CJ E&M 제공)
2일부터 시작되는 tvN 단막극 브랜드 '드라마 스테이지' (사진=CJ E&M 제공)
'단막극'은 배우·작가·감독 가릴 것 없이 신인을 발굴하는 등용문이자, 대체로 규격화된 드라마의 문법과 분량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장으로 평가받음에도 그간 방송사에서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다거나 단막극을 원하는 수요가 작다는 게 '단막극 홀대'의 이유였다.

과거 KBS는 '드라마스페셜', MBC는 '베스트극장'으로 아예 단막극만 꾸준히 선보이는 자사의 창구를 갖고 있었다. MBC '베스트극장'은 현재 없다. KBS '드라마스페셜'은 매년 폐지와 축소 기로에 섰고 과거에 비해 편수가 줄어든 채 유지되고 있다. 올해는 총 10편을 방송했다.

지상파와는 달리 케이블·종편에서는 오히려 단막극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JTBC는 '알 수도 있는 사람', '힙한선생', '어쩌다18' 등 자사 제작 웹드라마를 추석에 단막극 형태로 방송하며 '드라마 페스타'라는 이름을 붙였다.

tvN은 좀 더 본격적이다. 총 10편의 단막극을 방송하는 '드라마 스테이지'를 준비했다. CJ E&M의 신인스토리텔러 지원사업인 오펜(O'PEN)의 스토리텔러 단막극 공모전에서 뽑힌 10개 작품이 오늘(2일)부터 차례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오펜'은 작가(Pen)를 꿈꾸는 이들에게 열려있는(Open) 창작 공간과 기회(Opportunity)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CJ E&M이 드라마제작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 CJ문화재단과 함께 재능 있는 드라마·영화 스토리텔러를 발굴, 지원하는 사업이다.

◇ tvN, 단막극에 눈 돌린 이유 "실험적인 작품 하겠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tvN 단막극 '드라마 스테이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지인 오펜 센터장은 "오펜의 단막극은 자유로운 형식으로 실험적인 작품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신인작가들은 tvN은 물론 국내 드라마의 미래"라며 "신인작가들은 '드라마 스테이지'를 통해 성장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부 신인이기 때문에 완성도가 주옥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이들이 성장해서 훌륭한 작가로 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펜 단막극에 공모된 작품은 3천여 편이다. 김 센터장은 "처음엔 20편을 뽑았다. 그 중 10편을 먼저 제작한다. 3천 편 중 10편을 선정하기까지의 과정이 저희 오펜이나 드라마 스테이지의 컬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일 오펜 센터장과 이윤정 PD (사진=CJ E&M 제공)
김지일 오펜 센터장과 이윤정 PD (사진=CJ E&M 제공)
김 센터장에 따르면 이번 작품 선정 과정에는 현재 방송사·제작사에서 가장 감각적인 PD들, 영화감독들, TV 단막극 PD들이 참여했다. 김 센터장의 표현대로 "현업에서 가장 핫하게 활동하거나 감각을 유지하는 분들"이 참여한 것이다.

김 센터장은 "저희가 선택한 10편은 다양한 컬러를 가지고 있다. 젊은 감각부터 시작해 30대 여성들의 직장-가정생활 등 이 시대의 젊은층과 중년층이 가장 궁금증을 갖고 있던 것을 소재로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스테이지'는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밤 12시에 방송된다. 이른바 '황금시간대'는 아니다. 이에 대해 김 센터장은 "시청하기 편안한 시간은 아니"라면서도 "12시는 작품을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요즘은 여러 형태로 모니터를 하는 시대"라며 "성공적으로 안착해 내년에는 보기 편한 시간대로 편성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종영한 '아르곤'의 연출자이자 '드라마 스테이지'에서 '문집'이란 작품을 만든 이윤정 PD는 "15년 만에 단막극을 연출할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단막극은 시장성이 없다고 배척받았지만, 시장성은 한 번에 생기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라마의 힘은 창의성과 창조력에서 나온다. 창조력은 어떤 패턴을 답습하는 게 아니라 자기 것을 배우고 이뤄가는 과정이다. 감독과 작가에게도 끝까지 가볼 수 있는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드는 작업은 꼭 해 봐야 하는 것"이라며 '단막극의 가치'를 되새겼다.

◇ 첫 작품은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

2일 밤 12시에 방송되는 tvN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 (사진=CJ E&M 제공)
2일 밤 12시에 방송되는 tvN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 (사진=CJ E&M 제공)
'드라마 스테이지'를 통해 가장 먼저 시청자들을 만나는 작품은 윤성호 감독의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연출 윤성호, 극본 최지훈)이다.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밤에는 희대의 인터넷 소설 로맨스 작가로 변신하는 건설회사의 모태솔로 대리 이야기를 다룬 코믹성장 멜로다.

마성의 로맨스 작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짝사랑하는 이유린(조수향 분)에게 말도 제대로 못 거는 박대리 역은 배우 이주승이 맡았다. 김예원은 회사 내에서 유일하게 박대리의 사생활을 아는 출판사 편집자 최보민으로 분한다.

윤 감독은 영화 '은하해방전선',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출출한 여자', '아이돌 권한대행', '내일부터 우리는'을 비롯해 '대세는 백합', '게임회사 여직원들' 등 드라마까지 두루 거친 인물이다.

윤 감독은 "영화, 드라마를 해 봐서 단막극이 쉬울 줄 알았는데 정해진 시간에 타인의 각본을 충실히 옮겨야 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에 비유하자면 웹드라마는 분식, 영화가 코스요리라면 단편(단막극)은 확실한 특성이 있는 단품메뉴 같았다"며 "단막극으로는 신인이어서 많은 공부가 됐다"고 회상했다.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을 쓴 최지훈 작가는 "단막극은 신인작가들에게 유일한 기회다. 바로 미니시리즈로 갈 수 없기 때문에 (단막극이) 그 디딤돌"이라며 "경이로운 느낌"이라고 밝혔다.

최 작가는 "작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는 얘기를 듣고 기대를 많이 하면서 지원했다"며 "이 기획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 다음으로는 'B주임과 러브레터'(연출 윤현기, 극본 신수림), '직립보행의 역사'(연출 장정도, 극본 최성욱), '소풍 가는 날'(연출 명현우, 극본 이정민), '오늘도 탬버린을 모십니다'(최규식 연출, 극본 김동경), '문집'(연출 이윤정, 극본 신하은), '낫 플레이드'(연출 유종선, 극본 강민수), '우리 집은 맛나 된장 맛나'(연출 김상호, 극본 윤조), '마지막 식사를 만드는 여자'(연출 황준혁, 극본 박주연), '파이터 최강순'(연출 성용일, 극본 유영주) 등이 방송될 예정이다.

CJ E&M은 이번 '드라마 스테이지' 10편 방송 후 내년에 오펜 2기를 뽑는다. 김 센터장은 "그렇다고 1기 작가들과의 인연을 끊는 건 아니"라며 "작가들이 원한다면 우리와 계속 관련을 맺고 드라마 작가로서 입지를 세우는 것을 같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tvN 단막극 '드라마 스테이지'의 첫 작품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은 2일 밤 12시(자정)에 방송된다.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의 최지훈 작가, 배우 이주승, 김예원, 윤성호 감독 (사진=CJ E&M 제공)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의 최지훈 작가, 배우 이주승, 김예원, 윤성호 감독 (사진=CJ E&M 제공)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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