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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부부' 장기용 "좋아하던 배우 손호준과 호흡, 설렜다"

[인터뷰] '고백부부' 정남길 역 배우 장기용 ①

2017-11-30 21:45

지난 18일 종영한 KBS2 '고백부부'에서 정남길 역을 맡은 배우 장기용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8일 종영한 KBS2 '고백부부'에서 정남길 역을 맡은 배우 장기용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8일 종영한 KBS2 '고백부부'에서 대학 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ROTC 정남길 역을 맡았던 장기용은 극중 1999년 새내기 시절로 돌아온 마진주(장나라 분)뿐 아니라 많은 시청자를 설레게 만들었다.

186㎝의 큰 키, 깔끔하고 도시적인 마스크, 무표정에서의 무심함과 웃을 때의 상반된 얼굴, 세상 냉정한 철벽남 같지만 좋아하는 상대 앞에서는 긴장하는 캐릭터 정남길.

하병훈 감독이 오디션을 보러 가는 장기용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인사를 나눴을 때 '남길이 같다'는 생각을 했을 만큼, 정남길 역은 장기용에게 꼭 맞는 옷과 같았다.

신세를 졌으니 맛있는 걸 사겠다는 진주가 뭘 좋아하느냐고 묻자 "너"라고 대답했던 5회는 방송 직후 포털 사이트를 뒤덮을 만큼 큰 화제를 모았다. '사랑의 온도' 양세종, '매드독' 우도환과 함께 급부상한 '신예'로 꼽히는 배우 장기용을 지난 27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고백부부' 결말은 진주와 반도가 다시 2017년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진주와의 로맨스가 있던 또 다른 상대로서 아쉽진 않았나.

전혀 아쉬운 건 없었고 무사히 끝나 좋다. 처음에 오디션 봤을 때도 그렇고 캐릭터가 너무 좋았고 작품 자체도 예능드라마라고 해서 웃긴 게 아니라 그 안에 감동도 있고 아픔도 있어서 되게 처음부터 욕심이 났었다. 누구보다 더 많이 준비를 했고 '이건 해야 된다!', '하고 싶다'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준비를 잘해서 오디션을 봤는데 다행히 마음에 들어 하셔서 캐스팅이 됐다. 이 좋은 작품에 끝까지 좋은 선배님들이랑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

▶ 오디션 때 하병훈 감독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탄 에피소드가 있더라. 왜 '남길'로 선택받았는지 나중에라도 감독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오디션이 오전 11시 정도였다. 10시 40분쯤, 좀 빨리 도착했다. 긴장해서 손에 땀도 많이 나고 바람도 쐴 겸 밖에 있었는데 뿔테 안경 쓰고 가방 멘, 감독님 같은 분이 들어가시는 걸 보고 '오케이, 같이 타자!' 해서 엘리베이터에 탔다. 저도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어서 약간 어색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웃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되게 차갑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인사할 때의 어색한 느낌과 진지한 모습을 보고 그 순간에 생각하셨다고 한다. '남길이 같다'고.

오디션 방 안으로 들어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그때 (오디션 현장을 찍는) 카메라 한 분이 늦게 오셔서 15~20분 정도 감독, 작가님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래도 제가 잘하는 것을 짧게나마 어필할 시간이 있어서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때 리딩도 했는데 감독님이 느낌이 좋다고 하셨다.

극중 ROTC로 나온 장기용은 제복, 체육복 차림으로 자주 등장했다. (사진='고백부부' 캡처)
극중 ROTC로 나온 장기용은 제복, 체육복 차림으로 자주 등장했다. (사진='고백부부' 캡처)
▶ 본인이 잘하는 것이라면 어떤 걸 오디션에서 선보였는지.

오디션에 울렁증이 있다. 긴장도 많이 하는 성격이고. 장점 어필할 수도 있겠지만 준비한 것만 보여주고 오자는 생각이 컸다. '고백부부' 오퍼가 있을 때 밀란(밀라노) 패션위크 스케줄이 있어서 3주 전부터 취소를 못하는 상황이었다. 모델 생활하면서 후회됐던 것 중 하나가 해외무대 못 가 본 거였는데 이번에 먼저 자랑 아닌 자랑을 했죠. (웃음) 명품 브랜드에서 먼저 오퍼가 와서 가게 돼 너무 좋았다는 그런 얘기, 처음 뵙자고 했을 때 못 간 것들을 편하게 했다. 제가 이런 말투고 이런 편안한 느낌으로 말을 한다는 것을 보여드렸다.

▶ 가족의 소중함과 잊고 지냈던 사랑을 깨닫는다는 큰 줄기가 있어서 결말이 진주♥반도로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지만, 남길의 인기도 굉장했다. 뜨거운 반응을 본인도 느꼈는지.

감독님이 처음에 말씀하신 건데 (웃음) 오디션부터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이거 잘하면 (웃음) 되게 인기 많이 얻을 거라고 하셨다. 항상 장난 식으로 말씀하셨던 것 같다. "검색어 1위가 내 목표다" (웃음) 그 말 들어도 사실 들어오진 않았다. 당장 내 앞에 있는 거는 남길이 캐릭터를 분석하느라 바빴다. 왜 이런 말투를 쓰며, 집안 환경이 어떻고 등등 촬영이 눈앞에 있어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드라마 배우들 중에서 나이도 되게 어리고 후배인데, 드라마 안에서는 선배 역할을 해야 되는 거니까 우여곡절이 되게 많았다. 막상 생각한 대로 잘 안 돼서 "이때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하면서 작가님에게도 많이 물어봤다. 준비를 나름대로 해도 잘 안 나와서 자신감이 많이 다운된 상태에서 있는데 감독님과 (장)나라누나가 제게 오셔서 무슨 힘든 일 있느냐고 물어보시더라.

감독님이 그러셨다. "온 배우 중에서 네가 제일 고민 많은 것 같다"고. 제 딴에는 촬영장 안에 스며들고 싶었고, 이미 너무 좋은 캐릭터인 걸 알지만 제 매력도 플러스해 남길의 매력을 더 어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근데 잘 안 돼서 자신감이 없을 때 감독님이 '그냥 진주 믿고 따라가면 된다'고 하셨다. 나라누나는 하병훈 감독님 믿고 우리 그냥 가자고 하셨고.

그냥 하신 말씀이실 수도 있는데 저는 그 말이 되게 힘이 됐다. '우리 믿고 가자'는 게. 어차피 할 건데, 촬영은 스타트됐고 저는 캐스팅됐는데 굳이 이렇게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하는 거 그냥 편하게 하자. 두 분이 그 말씀을 하셨을 때 내가 이 드라마에 '속해 있구나' 싶었다. 약간 식구 같은 느낌? 그 뒤로 사르르 녹아들었다. 편안해져서 연기할 때도 편했다.

장기용은 시니컬해 보이지만 사실은 좋아하는 진주(장나라 분) 때문에 내심 어쩔 줄 몰라하는 귀여운 구석을 지닌 남길 역을 맡았다. (사진='고백부부' 캡처)
장기용은 시니컬해 보이지만 사실은 좋아하는 진주(장나라 분) 때문에 내심 어쩔 줄 몰라하는 귀여운 구석을 지닌 남길 역을 맡았다. (사진='고백부부' 캡처)
▶ 왜 사람들이 남길에 열광하거나 그에게 응원을 보냈을까.

겉으로는 되게 차갑고 시크하고 되게 멋지고 (웃음) 제복도 입고 나오고 너무 멋진 캐릭터지만 안에는 아픔이 있는 친구거든요, 여러 모로. 처음 진주랑 만났을 때 차가운 매력이 있었지만 진주가 계속 눈에 들어오게 되면서 '얘 뭐지?' 할 때 약간의 엉뚱함이 있다. (진주가) 땀냄새 난다고 했을 때 (당황하는) 4차원 같은 매력도 있었고. 뒤로 갈수록 엄마로 인한 아픔으로 감정씬이 있었고 아빠랑 붙을 때도 아빠와의 감정선이 있었다.

매력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욕심이 났다. 되게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제가 100% 다 살리지는 못했지만. 진주에게 표현하는 것도 그렇고 은근히 속은 여리고 부끄러운 매력이 있었다. 예를 들어 클럽이나 술 되게 좋아할 것 같은데 속은 전혀 안 그런 (웃음) 느낌인 것 같았다.

▶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 신발장에 장나라 사진을 붙여놓을 만큼 배역에 몰입했다고 들었다. '정남길'을 만들기 위해 들인 다른 노력이 있나.

남길이가 진주한테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약간 로맨스적인 그런 소재들이 되게 많이 들어갔지 않나. 또, 부자지간의 갈등이나 처음에 남길이가 등장했을 때 캠퍼스 안에서 제복만 입고 나와도 멋진 남길의 이미지 등을 봤을 때 모티프로 삼았던 게 김우빈 선배님의 캐릭터들이었다. 되게 시크한데 그 안에 따뜻함이 있고, 여러 생각들이 있는. 김우빈 선배님이 나왔던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참고했던 것 같다.

그 뒤에 제 작은 노력이 있다면, 나라누나 사진을 집에 붙여 놓고 시간 날 때마다 계속 봤다. 사진 보면서 혼자 (대본) 리딩해 보고. (기자 : 아직도 붙어있나요?) 네! (그 사진을 보면) 처음에 제가 준비했던 과정들이 생각이 난다. 그걸 보면 드라마 처음 준비했을 때 생각이 난다.

▶ 극중에서 장나라와 붙어서 나오는 씬이 가장 많았다. 현장에서 보니 어떤 배우였나.

음, 굉장히… 현장에서 나라누나 바라봤을 때 주연이고 촬영 분량도 엄청 많으셔서 항상 집중의 끈을 잡고 있으셨던 것 같다. (웃음) 저도 말을 걸고 싶은데 누나 감정씬일 때는 (괜히 말 걸어서) 흐트러질까봐 멀리서 지켜보기도 했다.

누나가 젤리를 되게 좋아한다. 누나가 되게 힘든 게 보일 때, 좋아하는 젤리를 기억해 뒀다가 하나씩 갖다드렸다. 제 주머니에 항상 핫팩이 2~3개 있었는데 추울 때는 누나 먼저 갖다드리고. 항상 집중의 끈을 잡고 있어서 그 모습을 보고 제가 옆에서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으니까 최대한 할 수 있는 것, 챙겨드릴 수 있는 걸 했다. 그게 누나한테는 귀여워보였던 것 같다. (기자 : 장나라 씨가 '귀염둥이'라고 한 인터뷰가 있었다) 아… 맞다. (웃음)

장기용은 극중에서 연적으로 나온 손호준과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되어 설렜다고 밝혔다. (사진='고백부부' 캡처)
장기용은 극중에서 연적으로 나온 손호준과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되어 설렜다고 밝혔다. (사진='고백부부' 캡처)
▶ 소위 '심쿵'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내가 봐도 이건 멋있었다거나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재밌었던 건 아무래도 반도랑 남길 씬이 아닐까. (9회) 에필로그에서 손 드는 것! 그게 대본으로만 읽었을 때는 웃기거나 하진 않았는데 촬영할 때 엄청 웃겼다. 호준이 형이랑 촬영할 때는 거의 다 재밌었다. 원래 영화 '바람'부터 시작해서 형이 연기하는 것도 봤고 되게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드라마 안에서 호흡 맞추는 것에 대해 좋으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설렜다. 브로맨스적인 요소들이 좀 있으니까. 반도랑 남길이 처음 만났을 때 되게 삼각구도로 나오는데, 나중으로 갈수록 티격태격하면서도 둘이 좋아하는 것 같은 브로맨스적인 요소가 많아서 엄청 재밌게 촬영했던 기억이 있다. 방송으로 봐도 되게 재밌었다.

▶ 진주와 반도는 각자 대학시절 단짝들이 있었다. 그에 비해 남길은 만인의 연인이었지만 '3인방' 이런 친구들은 없었다. 촬영장에서 외롭진 않았나.

다른 배우분들은 다 화기애애한데 저는 고독… (웃음) 항상 제복 입고 혼자 있고 진주-설이(조혜정 분)-보름(한보름 분), 반도-재우(허정민 분)-독재(이이경 분)가 낄낄 웃고 있었다. 촬영 쉬는 시간마다 '나는 언제쯤 들어가지' 하면서 멀리서 지켜봤었다. 남길이가 워낙 그런 아이기도 하고 멀리서 진주를 지켜보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잠깐 외로운 것 말고는 재밌었다.

▶ 촬영장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고 들었다.

지금도 톡방(단체대화방)에서 안부 계속 묻고 있다. 이번주에 보름누나랑 나라누나가 시간이 되신다고 해서 같이 밥 한 끼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것 같다. 이경이 형은 영화 준비, 정민이 형과 호준이 형도 바쁘셔서 아마 시간 맞는 사람들끼리 만날 것 같다. 시간 맞춰서 여행 한 번 가는 것도 되게 좋을 것 같다. 나이대가 다 다르지만 드라마 안에서는 친구처럼 나오니까 그게 더 좋았다. 나이는 어리지만 선배 역할로 나와서… (웃음)

▶ 장나라는 모녀 사이로 연기한 김미경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는데, 여러 연령대의 연기자들과 함께해 본 소감이 어떤지.

나라누나는 김미경 선생님 눈빛과 툭 하는 대사 한 마디에 바로 몰입이 된다고 했다. 저는 김미경 선생님이랑 붙는 씬이 하나도 없어서 아쉽다. 판석(이병준 분) 선생님이랑 붙는 씬이 하나 있었다. 선생님들이랑 연기를 좀 더 해 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종방연 때 제가 김미경 선생님께 인사드렸는데 '아, 남길이~' 하고 되게 예뻐해 주시는 거다. 같이 셀카도 찍고. 수고하셨다는 짧은 인사하면서 잘 마무리했다.

(노컷 인터뷰 ② '고백부부' 장기용 "좋은 말만 듣고 안주하면 발전 없다 생각")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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