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日 무찌르겠다" 이정후, 도쿄돔에서 외친 '선전 포고'

2017-11-18 06:00

"일본, 두 번 패배는 없다" 17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대만과 2차전에서 6회 선제 결승 1타점 3루타를 뽑아낸 국가대표 외야수 이정후.(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일본, 두 번 패배는 없다" 17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대만과 2차전에서 6회 선제 결승 1타점 3루타를 뽑아낸 국가대표 외야수 이정후.(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의외였다. 막내의 패기일 수도 있지만 숙적의 안방, 그것도 일본 야구의 심장에서 외친 대담함은 예상 밖이었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19 · 넥센)이 제대로 선전포고를 했다. 예선에서 아쉬운 패배를 설욕하겠다는 다짐을 형들을 대신해서 다부지게 해냈다.

이정후는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17' 대만과 2차전에서 천금의 선제 결승타를 때려내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6회 승부를 결정지은 3루타를 뽑아내 신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 한 방이 아니었다면 대표팀의 승리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전날 일본과 연장 접전을 치른 대표팀은 후유증 탓인지 타선이 힘을 쓰지 못했다. 일본 타선을 상대로 역대 최다인 7점을 뽑아냈던 대표팀 타선은 대만 선발 천관위(지바 롯데)에 5회까지 무득점에 막혔던 터. 한국 선발 임기영이 호투하고 있었지만 자칫 불의의 패배를 안을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정후가 승부를 결정지은 것이다. 이정후는 6회말 2사 1루에서 완벽투를 펼치던 좌완 천관위를 1타점 3루타로 두들겼다. 1볼에서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한복판 변화구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직격하는 큼직한 타구를 날렸다.

상대 우익수가 1점 승부인 점을 감안해 무리하게 잡으려다 담장에 부딪혀 엉거주춤하게 볼을 처리하면서 1타점 3루타가 됐다. 정상적으로 펜스 플레이를 했다면 2사 2, 3루가 됐을 상황이었다. 그만큼 중요한 승부처였다는 방증이었고, 그 상황에서 이정후가 해결을 해준 것이다.

이정후는 16일 일본과 1차전에서도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중심 타자로 제몫을 해냈다.(도쿄돔=KBO)
이정후는 16일 일본과 1차전에서도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중심 타자로 제몫을 해냈다.(도쿄돔=KBO)
경기 후 공식 중계 인터뷰도 화끈했다. 타깃은 일본이었다. 이정후는 이날 승리로 확정된 결승전 각오를 묻자 "어제는 많은 팬들이 와주셨고 형들이랑 꼭 이기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지만 결승에 가게 되면 예선에서 봐줬던 것들을 완전히 무찌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날 일본과 1차전에서 한국은 9회초까지 4-3, 10회초까지 7-4로 앞섰지만 끝내 7-8 역전패를 안았다. 이정후는 2타점 2루타로 4-1 리드를 벌렸지만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대만전 승리로 한국은 결승행을 확보한 터. 일본이 18일 대만과 경기에서 이기거나 비겨도 19일 결승에 오르는 만큼 이정후의 각오는 일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이정후의 발언은 그야말로 작심한 것이다. 평소 인터뷰에서 신중하고 침착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이정후이기에 더 그렇다. 전날 패배 뒤 선배들과 아쉬움을 곱씹으며 설욕을 다짐하지 않았다면 나오기 어려운 발언의 수위다.

자격은 충분하다. 이정후는 1, 2차전 모두 중심 타자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 한번 겪어본 상대인 만큼 자신감도 충분하다.

더욱이 이정후의 아버지인 이종범 대표팀 코치는 일본과 인연이 깊다. 해태 시절 KBO 리그를 평정한 이 코치는 1998년 일본 주니치로 진출해 특유의 주력과 타격으로 신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상대 투수들의 견제 속에 팔꿈치를 투구에 맞아 불의의 골절상을 입었다. 이 여파로 결국 4년 동안 타율 2할6푼1리 27홈런 99타점에 머문 뒤 한국에 복귀했다.

이종범 대표팀 코치가 2006년 WBC 일본과 2라운드 경기에서 결승 2루타를 때려낸 뒤 환호하는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DB)
이종범 대표팀 코치가 2006년 WBC 일본과 2라운드 경기에서 결승 2루타를 때려낸 뒤 환호하는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DB)
해태의 후신 KIA에서 여전한 기량을 뽐낸 이 코치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야구에 설욕했다. 미국에서 열린 일본과 2라운드 경기에서 이 코치는 천금의 결승 2루타를 때려내며 포효했다. 초대 WBC 4강 진출을 확정지은 한 방이었다.

그의 아들인 이정후가 일본 야구의 심장인 도쿄돔에서 대담한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물론 19살 아직 어린 선수의 넘치는 패기일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이종범 코치의 아들이고 보면 허투루 넘길 말도 아니다. 더욱이 일본 투수들의 공을 상대해본 뒤의 발언이다.

일본이 결승에 올라오지 못할 가능성도 작지만 남아 있다. 대만이 18일 일본을 정규이닝에서 누른다면 가능하다. 그러나 이정후는 일본이 올라올 것을 확신하고 대담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은 개막전에서 일본에 졌지만 4강전에서 설욕하며 초대 대회 우승까지 차지한 바 있다. 과연 이정후가 자신의 대담한 발언을 책임질 기회가 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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