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김윤동과 韓 불펜, 한일전 아픔 대만전에서 털어낼까

2017-11-17 09:57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노컷뉴스)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노컷뉴스)
16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17 한일전에서 한국이 4-3으로 앞선 9회말 마무리 김윤동은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제구 난조에 시달렸다. 그러자 선동열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은 갑자기 입고 있던 점퍼를 벗더니 김윤동을 격려하려고 마운드를 향해 걸어갔다.

그 모습은 마치 덕아웃에서 대기하는 선수가 교체 지시를 받고 그라운드로 걸어나가는 것 같았다. 선동열 감독의 박력있는 모습은 예전을 떠올리게 했다. 선동열 감독은 현역 시절 일본프로야구 무대에서 '나고야의 수호신'으로 불렸던 전설. 승리를 위해서는 대표팀에게도 수호신이 필요했다. 하지만 없었다.

김윤동이 연속 볼넷과 피안타로 쌓은 1사 만루 위기를 함덕주가 막아내지 못했다. 그것도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허용했다.

한국은 승부치기가 진행된 연장에서 먼저 3점을 뽑았다. 승부치기는 심리적으로 먼저 공격을 하는 팀이 유리하다. 후공을 하는 팀에게는 상대가 뽑아놓은 점수를 쫓아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덕주는 동점 3점홈런을 맞았고 이어 등판한 이민호는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김하성의 홈런, 선발 장현식의 눈부신 호투 등으로 쌓은 한일전 승리 가능성이 불펜 난조로 날아갔다.

제구 난조가 아쉬웠다. 구창모는 한국이 4-1로 앞선 6회말 무사 1루에서 일본의 4번타자 야마카와에게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초구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렸다. 구창모는 대표팀 소집 이후 선동열 감독이 크게 기대한 투수 중 한명이었다. 결정적인 순간 실투가 나왔다.

박진형과 장필준은 2⅔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8회 등판한 장필준은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직구를 주로 던졌다. 투스트라이크를 잡고도 유인구를 뿌리지 않고 오히려 정면승부를 걸었다. 그런 패기에 일본 타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한국은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3개를 남긴 상황에서 2번이나 동점 혹은 역전을 허용했다.

김윤동은 9회말 첫 타자 도노사키를 3구 삼진으로 처리했다. 공 3개 다 직구였다. 도노사키는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에서 직구가 또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헛스윙을 했는데 타이밍이 아예 맞지 않았다.

다음 타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만한 장면이었다. 과감한 승부가 성공을 거두면서 대표팀 배터리가 수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홈런이 잘 나오는 도쿄돔의 특성이 갑자기 뇌리를 스쳤을까. 갑자기 제구가 흔들렸다.

선동열 감독은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투수가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해야 하는데 자꾸 불리하게 간다"고 수차례 말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패배가 아쉬운 것은 사실이나 대표팀 투수들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 아마 지금껏 뛰었던 경기 중 이번 한일전처럼 중압감이 큰 경기는 없었을 것이다.

아직 대회는 끝나지 않았다. 한국은 17일 오후 7시 도쿄돔에서 대만을 상대한다. 대만을 잡으면 일본과 결승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만에는 거포가 많다. 도쿄돔은 외야 담장이 높지만 홈플레이트와 좌우 중간 지점의 거리가 짧아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다. 실투를 조심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도망가는 투구로 일관해서는 안된다. 일본전을 통해 배운 경험이다.

여전히 불펜의 역할은 중요하다. 선동열 감독은 적시적소의 마운드 운영이 강점인 지도자. 불펜이 뒷받침돼야 한다. 일본전에서 쌓은 아픈 경험이 대만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을 모은다. 아픈 기억을 최대한 빨리 떨쳐내는 게 중요하다.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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