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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싸웠지만 졌다' 치열했던 한일전 소득과 아쉬움

2017-11-17 05:30

선동열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노컷뉴스)
선동열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노컷뉴스)
프로야구가 1982년에 출범한 한국 야구에게 일본 야구는 라이벌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다. 1991년 제1회 한일슈퍼게임에서 출전한 선동열 감독이 "나도 긴장했다"고 말할 정도로 특히 일본 야구의 메카로 불리는 도쿄돔 원정은 결코 쉽지않은 무대였다.

지난 16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17 한일전에서 선동열 감독이 이끈 한국 야구 대표팀은 개최국 일본을 상대로 잘 싸웠다.

내야진의 실수로 먼저 1점을 내줬지만 4번타자 김하성의 대포 한방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선제점 허용의 빌미룰 제공했던 선수들의 분전으로 흐름을 뒤집어 4-1 리드를 잡았다.

3점차 리드를 지키지는 못했다. 4-3으로 앞선 9회말 불펜의 난조로 4-4 동점을 허용한 장면은 뼈아팠다.

대표팀은 승부치기 규정이 적용된 연장 10회초 류지혁의 적시타, 하주석의 2타점 2루타로 7-4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연장 10회말 동점 3점 홈런을 허용했고 이어 다무라 다쓰히로에게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고 7-8로 지고 말았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일본 대표팀의 선발 야부타 가즈키는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직구와 스플리터의 위력이 굉장했다. 하지만 이정후를 비롯한 대표팀 타자들은 스플리터 유인구에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과거 대표팀과는 달랐다. 예전에는 일본을 상대할 때마다 볼카운트 싸움의 승부처에서 떨어지는 변화구, 특히 포크볼을 구사하는 일본 투수들에게 속절없이 방망이를 돌린 타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24세 이하, 프로 3년차 이하 대표팀 타자들은 일본의 패턴에 침착하게 대응했다. 유인구에 거의 속지 않았다.

투수들은 역으로 일본 타자들을 괴롭혔다. 선발 장현식을 필두로 불펜 투수들까지 직구 위주의 투구를 펼쳤다. 일본 타자들은 투 스트라이크 이후 포크볼을 비롯해 떨어지는 변화구를 상대하는 게 익숙하다. 그때마다 한국 투수들은 역으로 직구 승부를 펼쳤다. 8회 장필준의 역투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아쉬웠다. 9회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김윤동은 직구 위주의 투구로 첫 타자를 가볍게 요리했다. 하지만 승부의 중압감 때문이었을까. 이후 직구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 이는 다음 투수 함덕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4-3으로 앞선 9회말에 동점을 허용했다. 7-4 리드를 잡은 10회말에는 역전을 당하고 말았다.

그래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일본 투수들의 성향에 맞서 무려 7점이나 뽑았다. 대표팀은 대회에 참가하기 전까지 일본을 상대로 얼마나 많은 점수를 뽑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김하성이 대포를 가동했고 특유의 몰아치기 그리고 참을성을 바탕으로 일본 투수들을 괴롭혔다.

하지만 대회 전부터 우려됐던 마운드에 끝내 발목이 잡혔다. 직구 위주의 피칭에 일본 타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대표팀 투수들이 먼저 흔들려 제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역전패의 빌미가 됐다.

불펜은 흔들렸지만 프로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일본을 상대로 한국은 분명 잘 싸웠다. 하지만 결과는 졌다.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그래도 승부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접전을 펼친 점에 대해서는 합격점을 줄만하다. 혹시나 결승 무대에서 일본과 다시 만난다면 '잘 싸워서 이겼다'는 타이틀을 달고 싶다.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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