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유부남 골퍼의 ‘분유 파워’

2017-11-15 10:33

김승혁과 그의 부인
김승혁과 그의 부인
[마니아리포트-더골프 신석주 기자]
“결혼을 하면서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게 됐고, 골프에서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난 3월, 결혼한 김승혁이 데상트코리아먼싱웨어매치플레이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이다. 김승혁은 정확히 2년8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챙겼다. 대다수 언론에서는 김승혁의 우승 이후 ‘분유 파워’, ‘가장의 책임감’을 테마로 기사를 쏟아냈다. 그래서 궁금했다. 과연 결혼과 프로 골퍼의 성적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외로움과 슬럼프를 극복하는 힘 ‘가족'
골프는 철저한 개인 스포츠다. 팀 종목처럼 함께 뛰는 동료도 없고, 모든 결과를 혼자 책임져야 한다. 그만큼 고독하고 외롭다. 또 종목의 특성 상 1년 중 200일 이상을 외지에서 보내야 한다. 때문에 외로움이 슬럼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가족은 이러한 외로움과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후원군이다. 특히 가족과 함께 투어를 다닐 경우 훨씬 더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

최진호는 대회 때나 비시즌 기간에도 항상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는 “가족의 힘이 지금의 나를 바꾼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가족과 여행을 다니고 아들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심적으로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심리적으로 안정되다 보니 대회장에 갔을 때도 예전과는 달리 골프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결혼 전 골프에만 몰두하며 스코어에 따라 울고 웃고 순위에 따라 중압을 느꼈고 스트레스도 많았던 것과 달리 결혼 후 ‘가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오히려 골프가 편해졌다는 것이다.

최진호는 “예전에는 오로지 대회 참가를 위해 이동했다. 때문에 지치고 힘들 때가 많았다. 전국 여러 곳을 다녀도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성적이 우선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회장 주변의 명소를 찾아다니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결혼 후 달라진 점이다”고 강조했다.

최진호 패밀리
최진호 패밀리
확실한 동기 부여, 경기력 상승

오로지 자기 자신과 골프만 바라보던 선수가 ‘남편이나 아버지’로 바뀌면 특별한 책임감이 따르게 된다. 김승혁과 강경남은 올해 아빠가 됐다. 때문에투어에 임하는 각오가 확 달라졌다.

지난 3월 결혼한 김승혁은 2년간의 슬럼프에서 벗어나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았다. 데상트코리아먼싱웨어매치플레이에서 우승의 기쁨을 맛본 김승혁은 그 이유를 “응원해준 아내와 뱃속에 있는 아이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상 내 옆에서 응원해주는 내 편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 플레이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서 적극적으로 승부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지금까지 아내가 투어를 함께하며 뒷바라지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이제는 내가 아내에게 갚을 차례다. 너무 미안하고 또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9월, 진짜 아빠가 된 김승혁은 제네시스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첫날부터 마지막까지 단 한 차례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함께 플레이했던 노승열은“김승혁의 플레이에서 빈틈을 찾을 수 없었다”고 감탄했다.

‘풍운아’ 강경남도 결혼 후 안정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강경남은 올해 진주저축은행·카이도남자오픈에서 우승하며 ‘10승’ 대열에 합류했다. 2013년 5월 해피니스광주은행오픈에서 9승을 챙긴 이후 1승을 추가하는 데 4년 2개월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2년의 군 생활과 결혼, 딸 출산까지 많은 일을 겪었다. 그리고 한층 여유롭고 성숙한 모습으로 코리안투어 무대로 복귀했다.

강경남은 우승 후 가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전에는 남 신경 안 쓰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성격이었다. ‘골프만 잘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혼하고 가정이 생기니 ‘내가 잘못을 하면 내가 아닌 가족에게 화살이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아기까지 생기니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이제는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국민대학교 스포츠심리학과 홍준희 교수는 “결혼 후 더 좋은 기량을 선보이는 것은 확실한 동기 부여가 생기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가족이 생기는 순간, 선수는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생긴다. 확실한 동기부여를 받는 것이다. 부양할 가족이 생겼기 때문에 자신의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중요한 순간에 더 많은 집중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또한 힘든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높아진다.”

강경남 프로
강경남 프로
동기 부여가 지나치면 독이 된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무한 책임이 경기력을 상승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만 지나칠 때는 문제가 된다. 프로는 결혼 전에는 자기 자신과 골프에만 전념할 수 있지만, 결혼 후에는 가족까지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스트레스가 작용하게 되고 이는 경기력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결혼 후 지지부진한 것은 이러한 이유가 크다.

“골프보다 가족을 우선순위에 두게 되면 자연히 가족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연습량을 줄이게 되고 대회에 대한 몰입도가 낮아진다. 골프는 복합적인 스포츠다. 따라서 경기력의 원인을 결혼 유무 한 가지로 정리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골퍼가 결혼을 어떤 가치관으로 바라보는지,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 도움을 받을 수도, 방해가 될 수도 있다.” 홍 교수의 말이다.

/th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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