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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가 '최민식'이라는 '침묵', 본인은 어떻게 연기했을까

[노컷 인터뷰] 영화 '침묵' 임태산 역 최민식 ①

2017-11-05 22:35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침묵'에서 임태산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침묵'에서 임태산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해피엔드'(1999) 이후 18년 만에 '침묵'으로 최민식과 다시 만난 정지우 감독은, 코멘터리 예고편에서 "장르가 최민식"이라는 한마디로 영화 설명을 마쳤다. 대배우에 대한 굳은 신뢰를 이 이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지난 2일 개봉한 '침묵'은 약혼녀 유나(이하늬 분)이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 미라(이수경 분)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좇는 남자 임태산의 이야기다.

다양한 캐릭터가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역시나 무게중심을 잡는 것은 주요 등장인물 모두와 연결돼 있는 임태산 역의 최민식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최민식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는 몹시 구체적으로, 자신이 해석한 임태산과 '침묵'이란 작품에 대해 말했다. 언론 시사회에서 이미 영화를 보았지만, 최민식의 풍부한 '주석'으로 영화가 한결 더 가까이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단,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독자를 위해 스포일러가 될 만한 부분은 제하고 옮긴다.

◇ "뭐가 됐든지 간에 한 번 해 보자"로 시작한 '침묵'

'올드보이' 때 최민식과 합을 맞춰 봤던 임승룡 대표가 정지우 감독과 '뭔가'를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최민식은 "나를 끼워주기로 했다니까 뭔가 한 번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임 대표가 중국 영화 '침묵의 목격자'를 제안했고, 최민식의 배역은 당연히(?) 임태산으로 정해졌다. 처음 영화를 보고 "자기 딸만 귀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으면서도 "스릴러적인 재미는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침묵' 최민식 캐릭터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침묵' 최민식 캐릭터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최민식은 이 영화가 정지우 감독을 거치면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했다. 영화에 배이게 될 '정지우만의 색깔과 냄새'가 궁금했다.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침묵'은 원작과는 조금 다른 방향성을 띠게 됐다.

이른바 '범인 찾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임태산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어떤 행동을 왜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한 인간의 동기를 들여다보자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

"임태산은 그렇게 집착했던 프레임(돈과 권력에 집착하는)을 한순간에 다 팽개쳐버린다. 진짜 소중한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조차도 사실 상투적일 수는 있는데 오랜만에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냐는 데에 합의했다. 돈과 권력을 위해 무한 질주했던 사내, 늦은 나이에 찾아온 사랑, 아버지라는 것을 현금인출기로 알았던 딸. (유나 살인사건 이후) 태산은 딸을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게 된 것이다."

◇ 최민식이 분석한 임태산이라는 사람

극중 임태산은 드러내놓고 돈 이야기를 꺼내는 재벌 회장이다. 태산그룹이라는 대기업을 운영하며 많은 돈과 권력을 가졌고, 높은 인기를 누리는 젊고 아름다운 가수 유나와 약혼한 상태다.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한 순간, 약혼녀가 죽어버리고 그 사건 용의자로 딸이 지목되는 '최악의 사건'이 벌어진다.

최민식은 임태산을 많은 고생을 겪은 자수성가형 인물이라고 이해했다. 그는 "수도 없는 갑질에 무수히 짓밟혀 봤고, 그래서 '나는 반드시 돈을 벌고 말 거야' 하며 성공과 야망을 불살랐던 인물"이라며 "(방해가 되면) 정말 가차 없이 처단하고 고난을 극복해 나가며 오늘날 태산그룹을 일으켜 세우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침묵'의 한 장면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침묵'의 한 장면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내내 유지되는 임태산만의 특징은 신봉에 가까울 만큼 집착적인 '물질만능주의'다. "돈 떨어지면 다 떠나는 거야", "돈이 진심"이라는 대사는 자못 진지하지만, 관객들은 그 비장함에 도리어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최민식은 그런 대사들이 임태산을 대변하는 철학이라고 봤다. 동시에 임태산에게서 인간미를 엿봤다. 그는 "임태산과 유나는 그룹 총수와 당대 유명 가수다. (관객들은) 저 놈이 돈 지랄하는구나, 데리고 노는구나 했을 거다. 처음에는 그랬을 수 있지만 만나다 보니 처음으로 감정을 느낀 거다. 모성애를 느낄 수도 있고 진짜 내가 잘해주고 싶은 대상이어서 새로운 세상을 접했을 거란 가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근데 죽어버렸고 (살인사건) 중심에 내 딸이 있다. 임태산은 여태까지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다른 유형의 고통을 겪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작 '특별시민'의 변종구 역과 겹쳐 보인다는 말에는 "변종구는 오로지 권력에 대한 야망과, 거기에 중독돼 정치인의 기본 소양을 저버렸다. 임태산은 돈에 취했으니 그런 면에선 비슷하다"면서도 "어차피 이야기가 달라 부담은 없었다"고 답했다.

◇ 순서대로 찍지 못해 감정 잡기 힘들지만 "그게 우리가 하는 일"

'침묵'에서 임미라를 변호하는 최희정 변호사 역을 맡은 배우 박신혜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침묵'은 시나리오보다 극장에서 더 재밌었다고 밝힌 바 있다. 최민식은 최종편집 결과에 대해 어떻게 볼까.

"밀도도 고려했던 것 같고, 사건 전개과정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이 기술적인 면이 배려됐던 것 같다. 그래서 (장면들이) 많이 날아갔다. 참, 속이 쓰렸다. (웃음) 어떤 작품이든 간에 욕심을 부리자면 밑도 끝도 없죠. 제가 항상 떠드는 얘기가 우리도 영화 3~4시간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웃음) 그런 면에서 정지우 감독하고 우리 편집기사 왕기사가 최선을 다했던 거 같다.

고마운 게 우리랑 상의를 해 줬다. 편집할 때 아주 디테일한 것까지는 배우들과 나누지 않는다. 영화는 감독예술이기도 하고, (배우들도) 정 감독 생각을 존중해야 되는 게 마땅한 건데, 자꾸 의논을 해 주니 모양새가 너무 고마운 거다."

배우 최민식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최민식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든 드라마든 내용이 흘러가는 순서대로 촬영하지 못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침묵'도 마찬가지였다. 엔딩을 가장 마지막에 찍긴 했지만 나머지는 들쑥날쑥했다고. 태국 현지 촬영은 마지막에 다 몰아서 했다는 게 최민식의 설명이다.

감정이 완전히 바뀌는 부분에서 쉽게 몰입하기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최민식은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거든요"라고 답했다.

그는 "그래서 사실 힘들다. 특히 이런 드라마 같은 경우는 아주 미세한 그런 것까지 봐야 한다"며 "거미줄 같이 아주 예민한 주파수가 맞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우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극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야 하지 않나. 튀면 안 되고. 근데 또 그게 저희들이 해야 될 일이고, 그걸로 먹고 살지 않나. 힘들죠"라면서도 "그래서 연출이 중요한 것 같다. 연출이 헷갈리면 믿고 의지할 데가 없다. 설악산의 울산바위처럼 떡 하니 버티는 감독이 있으면 (배우들이) 기댈 데가 있다"고 덧붙였다.

◇ 본인만 도드라지지 않길 바랐던 이유

최민식은 분명히 이 영화를 묵직하게 받치고 있었다. 훌륭한 연기로 이번에도 스크린을 압도했다. 하지만 혼자만 툭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침묵'을 끌고 가는 이야기도 죽지 않고 함께 보였던 것. 이 같은 평에 최민식은 곧장 "다행이네"라며 웃었다.

"근데 내가 튄다, 안 튄다의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악보'('악마를 보았다') 같은 경우는 최민식-이병헌의 극단적인 대립이 보였다. 할 수 있는 극단을 보여줘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거였다. 아주 강한 선율이다. 록(Rock) 같은 것이다. 이건('침묵') 그야말로 교향곡이다. 자극적인 소재지만 교향곡 같이 하모니가 중요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식으로 연기해선 안 되는 작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최민식은 다른 배우들과 맞추려고 특히 신경을 썼다고 고백했다. 완벽한 대립 구도인 동성식 검사(박해준 분)와 있을 때, 딸의 변호를 맡은 최희정 변호사와 만났을 때, 유나의 극성팬으로 회유가 필요한 김동명(류준열 분)과 대화할 때 나오는 분위기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최민식은 "그런 식으로 같이 합을 맞추는, 다른 편의 악기와 하모니를 이루는 게 중요하죠"라며 "그 하모니가 깨지는 순간, 삐거덕거려서 배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컷 인터뷰 ② 칭찬요정 최민식이 말하는 '침묵' 배우들과 정지우 감독)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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