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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루×전미선×권소현과 나눈 '내남사' 10문 10답

[노컷 인터뷰] 성지루, "진부한 시한부? 삶의 민낯을 꺼내는 영화"

2017-11-01 12:00

삶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

영화 '내게 남은 사랑을'은 누구나 한 번 쯤 생각해보지만, 결코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가족 영화다. 가족 한 사람의 죽음을 받아 들이는 과정은 '마지막'이라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마지막'이라 더욱 안타깝고, 처절하다.

인간의 두려움, 가족에 대한 걱정 그리고 사랑. 이 모든 것이 소용돌이치며 영화 속에 녹아들어 죽음이란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임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여기 '내게 남은 사랑을'의 가족들이 한데 모였다. 이 시대의 가장 김봉용 역의 성지루, 늘 가족의 중재자인 아내 이화연 역의 전미선,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딸 달님 역의 권소현까지. 서로 진실한 속이야기를 꺼내 놓는 세 사람의 담소를 지켜보면 진짜 가족 못지 않은 끈끈한 애정이 엿보였다.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이들이 기자와 나눈 대화를 대담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 배우들이 영화를 처음 만났을 때의 소감이 궁금하다.

성지루> 한 세 번 봤나? 볼 때마다 포인트가 다른데 항상 울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내가 맡은 가장 김봉용의 캐릭터가 살아 있나를 봤다. 다음에는 가족들 개개인이 서로 어떻게 만나는지를 봤다. 병원에서 아내 전미선 씨가 내게 손을 내밀고 함께 일어나는 그 장면이 참 좋았다.

전미선> 맞다. 그 장면이 정말 좋았다. 보고 5분 정도는 나도 말을 못했다. 슬픈데 희망적이기도 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 각자의 자리에서 부모와 딸을 연기했는데 실제로 배우들은 얼마나 공감이 됐는지 알고 싶다.

성지루> 200%, 300% 공감한다. 막내딸이 없고 내가 그렇게 아프지 않다는 것만 빼면 정말 똑같다. 아들 둘이 있는데 밥먹자고 하면 무시하고 간다든지, 둘이 뭐만 얘기하면 싸운다든지, 화장실 앞에서 빨리 나오라고 티격태격 한다든지…. (웃음)

전미선> 다들 바쁘니까 우리 세 가족이 딱 뭉쳤을 때 가급적이면 오해하지 않게 중립적인 입장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항상 중간에서 풀어주면서 이야기하는 입장이라 오히려 이 영화를 찍으면서 집에서 못하는 말을 잔뜩 했다. (웃음)

권소현> 실제로 오빠가 있는데 아침밥 먹을 때, 아무것도 아닌데 의자를 치고 가면 그게 기분이 나빴고, 부모님은 또 싸운다고 뭐라고 하고 그랬다. 치고 받고 하는 게 남보다 더했던 것 같다.

▶ 사실 '시한부'라는 소재가 그리 독특하지는 않다. 잘못 풀면 진부하게 흘러갈 수도 있는데 작품의 어떤 측면이 배우들을 설득했는지 궁금하다.

성지루>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내용을 표현할 때 '진부하다'는 말을 쓰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이걸 정면으로 마주하고, 꺼내놓고 성찰한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은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는 일을 건드린 영화다. 우리가 놓치고 갔던 그런 부분들을 보듬어주고 어떤 준비를 제시한다고나 할까.

전미선> 그런 것 같다. 우리가 모두 겪는 일이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마치 내 자존심인 것 같고, 치부인 것 같고 그러니까 더 내 가정사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아픔을 보여줬을 때 그냥 울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게 맞느냐면 그게 아니라 함께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보도록 건드려주기 때문에 눈물이 난다고 생각한다.

권소현> 저는 그런 생각을 계속 했다. 아버지에게 혹은 부모님에게 어떤 표현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 각자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영화라 설득력이 있었던 것 같다.

▶ 병이 심화되는 증세를 연기해야 했는데, 단계별로 섬세한 연기가 필요해서 고되었을 것 같다.

성지루> 강도를 계산해야 했다. 촬영할 때 집보다는 야외 장면이 더 좋았다. 집은 갈등의 장소이면서 또 홀로 고통스러워하고 이런 공간이어서…. 전미선 씨랑 손잡고 나들이 하는 장면이나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는데 별님이와 함께 손잡고 걷는 장면도
있었는데 그 장면들을 촬영할 때는 정말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증상이 어떤지 암병동을 가보려고 했는데 이게 사람마다 전부 다르다고 하더라. 그래도 극 속에서 어떤 표현이 되어야 하니까 강도를 계산해서 연기했다.

지난달 31일 인터뷰 전에 사진을 촬영한 영화 '내게 남은 사랑을'의 배우 권소현.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지난달 31일 인터뷰 전에 사진을 촬영한 영화 '내게 남은 사랑을'의 배우 권소현.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버스킹 공연을 하면서 그룹 포미닛 시절과는 전혀 다른 장르의 노래를 하는데 그 모습이 뭔가 행복해 보였다. 가수로서 하는 노래와 배우로서 연기를 위해 하는 노래는 무엇이 달랐나.

권소현> 사실 팀 활동 이후에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있을까 내리지 못했다. 그런데 감사하게 영화에서 노래를 하게 됐을 때 너무 기뻤다. 팀 색깔이 강해서 사실 다른 장르 노래를 많이 해보지 못했다. 한발자국 떨어져 나와서 해보니 이렇게도 노래부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성지루> 처음에는 무대가 아닌데서 노래하니까 굉장히 쑥스러워했다. 거기가 다 길바닥 아니냐. 실제 행인도 있었고 우리 보조 출연자들도 있었는데 (권)소현이가 쑥스러워했다. 그래도 역시 가수는 가수다. 녹음실 들어가거나 카메라 돌아가면 그렇게 노래를 잘 하더라.

▶ 실제로 처음에는 권소현과 양홍석, 두 배우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들었다. 연기 경험이 아무래도 부족해서 그것에 대한 걱정이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서로 극복해 나갔는지 알려달라.

전미선> 아이돌 출신 때문인 건 관계 없이 그냥 연기 경험이 거의 처음이니까 그게 걱정이 됐었다. 나도 처음 연기할 때는 진짜 못했거든. 사실 누가 잘 가르쳐주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달라진다. 그런데 두 사람은 촬영이 7시면 5시부터 현장에 나왔다. 이런 경우는 내가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도 많이 못봤다. 그리고 성지루 선배를 붙든다. '아빠, 이렇게 하는 게 맞아요?'하면서. 그러면 선배는 계속 가르쳐주시고 그랬다.

성지루> 처음에 두 사람을 보니 자신감이 결여된 상태더라. 눈을 딱 보면 눈이 흔들린다. 그리고 처음 연기하는 사람은 대사 어미가 내려간다. 끝까지 감정을 줘야 되는데 그게 어려운 거다. 그 대사를 다듬는 것도 많이 했고, 일상적으로 본인들이 생활하는 것처럼 연기하도록, 자신감을 주려고 거기에 집중했다. 어느 순간 궤도를 타기
전까지는 더뎠지만 명석하게 잘 따라왔다.

전미선> 선배는 안 그래도 선배 연기에 주력을 해야되는데 이렇게 하니까 내가 중간에서 오히려 어떻게 해야 될 줄을 몰랐다. (웃음)

성지루> 내 거만 한다고 해서 연기가 다 되는 게 아니니까 그렇다. 연기는 결국 주고 받는 거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해준 게 (양)홍석이와 (권)소현이라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이 아이들은 연기가 처음이기 때문에 내가 양심껏, 지난 시간들에서 얻은 액기스를 좋은 걸로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소현> 정말 이 영화를 통해 제대로 된 현장 경험을 했다.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전보다 시야가 더 넓어진 것 같다. 이전에는 하나밖에 볼 줄 몰랐다면 이 도움으로 두 세개 정도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지게 됐다. 내게는 너무 큰 자양분이 됐다. 앞으로는 기회가 오면 어떤 역할이든 다 하고 싶다.

▶ 성지루 씨와 전미선 씨는 실제 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알고 있는데 한 작품에서 부부로 만나니 어떤 느낌이었는지 알고 싶다.

성지루> 내 연기 생활 30년 동안 아내가 많지는 않았다. 전미선 씨는 현실에서도 편안하게 의지할 수 있고, 실제 가정에서도 보면 말 속에 항상 같이 있다는 그런 존재감이 있는 사람이다.

전미선> 기본적으로 너무 편했다. 이렇게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재미있게 끌고 나가는 상대 배우를 만나는 것도 참 흔치 않은 일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편하게 연기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 성지루 씨와 전미선 씨는 주로 다른 작품들에서는 조연으로 많이 활약했었다. 이미 많은 역할들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어떤 걸까.

전미선> 연기는 계속해야 실력이 늘어나는 것 같다. 잠깐이라도 쉬면 항상 모자란다. 내가 연기를 해서 계속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재밌고 매력있는 작품이면 한 장면이라도 참여한다. 내 몸이 따라주는 한 액션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다. 고정관념을 깨면 가능하다고 본다. 국내에서 배우에 대해 보는 시각이 변한다면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성지루> 역할은 비슷할 수 있지만 사실 나도 늘 캐릭터를 바꾼다. 그런데 항상 비슷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조연은 주인공이 무게를 잡으면 그걸 풀어주는 역할을 맡는 게 대부분이다. 누군가는 이걸 해야 하고, 그걸 풀어주는 게 참 어렵다. 주변 환경과 설정이 바뀌거나 관객들이 마음을 관대하게 열어준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 실제로 내게 마지막으로 짧은 생의 시간이 남았다면 어떤 계획을 세울 것인지 듣고 싶다.

성지루> 김봉용처럼 그대로 할 것 같다. 아마 남은 가족들을 위해 길을 닦아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전미선> 내가 없더라도 가족들이 행복하게 있었으면 하니까 각자에게 편지를 남길 것 같다. 내가 지켜봤을 때 각자 다른 점을 알려주는 편지다. 그게 최선이지 싶다. 그리고 아마 그런 사실을 알리는 과정도 부부이기 때문에 영화와 똑같을 것 같다. 성인으로 열심히 살아왔을 때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은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누군가는
결국 남편이라고 생각하니까.

권소현>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만약 부모님이 이런 상황이라면
사진을 진짜 많이 찍을 거다. 엄청 놀러다니고 하루에도 몇백장씩 담아둘 것 같다. 시간이 아까우니까 그렇게라도 쌓아서 남겨두고 싶다. 기억할 수 있게.

▶ 마지막으로 각자 생각한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를 부탁한다.

성지루> 아마 각자 입장에 맞춰서 볼 것 같다. 있을 법한 소재이지만 '내게 남은 사랑을'은 날것 그대로, 민낯을 보여주는 영화다.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2017년 11월에 살고 있는 아버지들이 보고, 또 그런 아버지들을 기억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전미선> 내 입장을 주장하는 영화가 아니라 상대방은 저런 감정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다. 이전 영화들은 내 주장과 생각을 가지고 봤다면 이 영화는 주변 친구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영화다.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권소현> 1인칭인 '나'로 계속 따라가면서 볼 수 있는 영화이다보니까 관람이 끝나고 나면 부모님에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후회없이 사랑을 표현하면서 살았으면 한다.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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