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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문근영, "연기 고민 늘었지만 뻔한 건 재미없어"

[노컷 인터뷰 ①] "투병생활하면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집착 버렸다"

2017-10-30 06:00

영화 '유리정원'에서 과학도 재연 역을 맡은 배우 문근영.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영화 '유리정원'에서 과학도 재연 역을 맡은 배우 문근영.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문근영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그의 인생은 마치 한 편의 성장드라마 같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풋풋한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의 변태(變態)에 매끄럽게 성공했다. 그러다가 급성 구획 증후군으로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완치 후, 뮤지컬 무대를 시작으로 영화까지 차근 차근 '배우'라는 본업으로 복귀 중이다.

연기로 누구와도 만날 수 없었으니 아마 그에게는 고되고 아픈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 '유리정원'의 문근영에게서는 그 어느 작품보다 간절하면서도 행복한 느낌이 묻어나온다.

온갖 고통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재연'은 지금껏 문근영이 해 온 어떤 연기들보다 폐쇄적이고 다층적이라 더욱 종잡기 어려운 캐릭터다. 그럼에도 문근영은 영화 속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유리정원' 이후, 좀 더 성숙한 배우로의 다음 변태(變態)를 꿈꾸는 문근영과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문근영과의 일문일답.

▶ 힘든 투병 생활이었을 것 같다. 연기를 잠시 쉬고 본인에게만 집중하면서 달라진 생각들이 있나?

- 복잡하게 생각하는게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건강 회복을 우선에 두고 몸도 마음도 같이 건강해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전까지는 어떻게 잘 살아야겠다는 게 있었거든요. 멋있게, 부끄럽지 않게. 그런데 그런 생각이 나를 계속 고민하게 하고 괴롭게 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어떻게'라는 부분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 '유리정원'은 여성 감독이 주관하는 여성 캐릭터 주연의 영화다. 아무래도 여성 감독이 그려낸 여성 캐릭터이기 때문에 좀 더 섬세한 표현이 가능했다고 생각하나.

- 같은 여자라 소통에서 편한 부분이 분명히 있겠지만 그걸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신수원이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 감정, 감성 이런 게 너무 좋았고 멋있었어요. 같이 공유하는 방법들도 너무 좋았었고요. 그러다보니 서로 좀 더 알고 싶어하고 이해하려는 마음들이 생겨서 점점 더 재밌게 소통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영화 '유리정원' 스틸컷.
영화 '유리정원' 스틸컷.
▶ '유리정원' 이후, 또 어떤 작품으로 대중들과 만날지 궁금하다. 연기를 쉬었던 기간이 있는 만큼, 더 욕심이 날 것 같기도 한데.

- 개인적으로는 따뜻함이 가득한 영화를 하고 싶어요. 장르 상관없이 따뜻하다고 느낄 수 있는 영화요. 영화 촬영 다 끝난 후에 신수원 감독님이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영화를 추천하면서 '야, 이거 꼭 봐. 보고나서 얘기하자'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봤는데 그 영화가 그렇게 따뜻한 영화였어요. 감독님과 작품 중에는 얼굴 마주할 날이 너무 많았어요. 쉬는 날도 앞에 나가면 감독님 카페에 앉아계시고, 그러면 같이 수다 떨다가 들어가고 그랬거든요.

▶ 아역배우부터 지금까지 경력을 따지면 웬만한 중견 배우급이다. 곧잘 그런 배우들을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본인 또한 그런 느낌이 있나.

-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진다는 느낌이에요. 사람의 삶이 복잡하다는 것도 조금씩 알아가는 거 같아요. 연기 그리고 연기를 하는 내 모습, 나에 대해서도 인지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한 작품을 해나갈 때마다 신경쓰게 되는 것도 많아져요. 세 개 고민했던 게 어느 순간부터 열 개가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이 정도면 잘했네 싶은 일도 이제는 체크하고 신경써야 될 게 너무 많아요. 잘했는지도 못했는지도 모르겠고 그러니까 자꾸 어려워지는 게 아닐까요? 너무 욕심이 많아진 게 아니냐고도 하는데 내가 편해지자고 고민해야 하는 부분들을 무시하고 포기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영화 '유리정원'에서 과학도 재연 역을 맡은 배우 문근영.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영화 '유리정원'에서 과학도 재연 역을 맡은 배우 문근영.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 경력에 비해 다작하는 배우는 아니다. 같은 또래 배우들 중에는 쉬지 않고 작품을 하는 배우들도 많은데 호흡을 여유롭게 가는 이유가 있다면.

- 마음먹고 했을 때는 한 해 세 작품도 하고 그랬는데 좀 지나고 보니까 하고 난 후가 너무 힘들었어요. 아무런 충전없이 다 써버린 느낌이 들고, 다작할 수 있으려면 체력과 에너지 분배를 똑똑하게 잘 해야 되는데 전 서툰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욕심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러다가도 또 바로 다음달에 작품 들어갈 수도 있어요.

▶ 이야기를 나눠보면 굉장히 성실하고, 신중한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드라마나 영화나 항상 선택하는 캐릭터들은 파격적인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 뻔한 건 사실 재미가 없어요. 독특한 걸 찾고 싶어하는 건 아닌데 뭔가 스스로 흥미가 생기고 전투적으로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매력적인 캐릭터였던 거 같아요. 혼자 조용히 제 감정을 정리하는 걸 좋아하다보니까 캐릭터들은 자꾸 뭔가를 표현하고 발산시키거나 평상시 모습과 전혀 다른 지점에 있는 것들을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게 아닐까요?

▶ 연기에 있어서도 그런 의외성을 중시하는 편인가? 보기에는 치밀하게 준비해 갈 것 같은데.

- 사실 연기는 항상 의외성에서 나오는 게 많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의외성에 모든 걸 다 걸 수는 없거든요. 의외성을 가로막는 걸 수도 있는데 생각을 많이 하고, 고민을 많이 해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온전히 의외성에만 기댈 수는 없어요. 저는 그 때 그 때 감정에 집중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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