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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 '유리정원' 이면의 문근영을 말하다

[노컷 인터뷰 ②] "나답지 않게 변할까봐 좋은 평가도 무서워"

2017-10-30 06:00

영화 '유리정원'에서 과학도 재연 역을 맡은 배우 문근영.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영화 '유리정원'에서 과학도 재연 역을 맡은 배우 문근영.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간단한 질문에도 문근영은 기다렸다는듯이 대답을 건네지 않는다. 그는 좀 더 생각하고, 진심으로 고민한 다음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굳이 말을 더하지 않고, 그러다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레 얹는 식이다. 이런 방식의 '꾸밈 없음'은 연예인들에게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이지만 어쨌든 문근영은 그렇다.

그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신이 마음을 천천히 여는 사람이라고 했다. 어색한 첫 만남과 이야기를 나누다 간간이 나오는 웃음들 그리고 인터뷰가 끝날 즈음에
드는 아쉬움. 이렇게 착실한 감정의 흐름을 밟는 인터뷰는 오랜만이었다. 호흡이 느려지니 시간까지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무심코 지나쳐버릴 가벼운 이야기들도 문근영에게는 깊은 고민을 거쳐 나온 답변인 것을 알아 최대한 빠짐없이 싣게 됐다. 거창하고 재미있는 뒷이야기 없이도 충분히 배부른 인터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다음은 이어지는 문근영과의 일문일답.

영화 '유리정원'에서 과학도 재연 역을 맡은 배우 문근영.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영화 '유리정원'에서 과학도 재연 역을 맡은 배우 문근영.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 홀로 스트레스를 풀거나 쉴 때는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뭔가 책을 많이 읽을 것 같은 느낌이다.

- 기분이 울적하면 혼자 맥주 마실 때가 많아요. 같이 마시면 제 의도나 상태보다 많이 마시게 되거든요. 혼자 마시면 적당한 선에서 마실 수 있어서 좋아요. 책은 읽지 않고, 그냥 생각을 해요. 자연을 보거나 노래를 듣고 좀 심심하면 뜨개질을 한다거나.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것도 지겨우면 좋아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죠. 좀 활동적으로 운동이나 레포츠를 즐기기도 하고요.


▶ 예전부터 꾸준히 기부와 봉사로 이름이 오르는 연예인이었다. 선하고 착실한 이미지가 때로는 부담도 되었을 것 같다.

- 대단한 마음을 품고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보이는 게 저는 좀 부끄럽더라고요. 이런 이야기 하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게 무섭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그래요. 연기로 보여주는 건 괜찮은데 가면이 사라지고 온전히 문근영만 남았을 때는 무서운 것 같아요.

▶ 안 좋은 루머들이나 좋지 않은 반응들은 그럴 수 있지만 사실 '기부천사' 같은 이미지는 연예인들이 꺼리지 않는다. 그게 왜 무서운지 이유가 궁금하다.

-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달라지고 변해가기도 하죠. 사람은 결국 달라지기 위해 고민하며 살아가는 건데 어떤 모습들이 누군가에게 좋은 평가를 받거나 그 반대이거나 그게 제가 문근영으로 살아가는 시간에 되게 영향을 주더라고요. 좋은 행동에 좋다는 말을 들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한 행동이어도 의식해서 하거나 하지 않게 돼요. 실망스러운 혹은 기대 이상의 말과 행동을 할 때 바로 오는 상처도 무섭지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는게 자꾸 나답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무서운 거 같아요.

영화 '유리정원'에서 과학도 재연 역을 맡은 배우 문근영.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영화 '유리정원'에서 과학도 재연 역을 맡은 배우 문근영.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 그러면 주변 사람들과는 어떻게 친분을 맺나. 낯가림도 조금 있을 것 같다.

-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는 되게 적극적인데 그렇지 않으면 잠잠해요. 이성에게도 똑같이 오래 지켜보면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인데 그 시간을 많이 못 견디더라고요.

▶ 만약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원래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어릴 때 꿈은 모험가였거든요. 만약 배우가 아니었으면 여행가이지 않았을까요? 언젠가 한 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죽는 순간에는 뭐가 제일 아쉽고 속상할까. 세상에는 느낄 수 있는 게 너무 많은데 그걸 못 느껴보고 가면 되게 속상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게 말하면 세상을 떠돌아 다니면서 사람도 보고, 세상도 보고, 문화도 보고 하는 거죠. 정말 해결이 안되거나 필요하면 여행을 가곤 해요. 저는 강원도 바다가 너무 좋아요.

▶ '유리정원'이 반가운 이유는 최근 영화 시장에 여성 감독이나 제작자, 배우들이 주인공이 된 작품이 별로 없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여배우는 오늘도'를 감독한 배우 문소리처럼 이를 정면에서 해결하고자 나서는 선배들도 있는데 본인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 문제의식은 갖고 있었지만 다른 생각을 해보지 않았어요. '여배우는 오늘도'를 보지는 못했지만 굉장한 자극과 충격 그리고 반성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저도 여배우들이 설 수 있는 자리가 없고 그런 기회가 많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내가 뭘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고, 그냥 기회가 생기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안일한 생각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문소리 선배는 그걸 개척해가는 거고요. 정말 멋있는 여성이고 배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분의 노력이 있어서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물론 제가 뭘 한다고 바로 이뤄지는 건 없죠. 시도하고 도전하면 그게 쌓이고 쌓여서 기회와 가능성이 생기는 건데 저는 그거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 거예요. 그게 부끄러운 거죠. 큰 소리를 내서 행동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고민하고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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