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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정일우, 스크린에 녹아든 '극과 극' 삶

다큐 영화 '미스 프레지던트' '내 친구 정일우' 26일 나란히 개봉

2017-10-23 12:46

박근혜와 정일우, 스크린에 녹아든 '극과 극' 삶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부른 전직 대통령과 한평생 빈민의 곁에서 고통을 함께했던 신부. 극과 극에 놓인 삶을 다룬 두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오는 26일 나란히 개봉합니다. 그 주인공 '미스 프레지던트'와 '내 친구 정일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 '박정희 세대' 향한 비판적 이해와 성찰의 길…'미스 프레지던트'

박근혜와 정일우, 스크린에 녹아든 '극과 극' 삶
#1. 충북 청주에 사는 농부 조육형 씨는 매일 아침 일어나 의관정제하고 박정희 사진에 절하며 국민교육헌장을 암송한다. 그는 새마을 운동 역군으로 자신의 존재를 불러줬던 박정희에 대한 감사가 삶의 힘이고 사람의 도리라 여긴다.

#2. 울산에 사는 김종효 씨 부부는 6·25 직후 동네마다 굶어죽는 사람이 흔하던 시절에, 배고픔이라는 원초적 공포를 해결해 준 박정희만 생각하면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부부는 흰 한복을 입고 병든 자를 안아줬던 육영수 여사 이야기만 나오면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듯 슬픔과 추억에 잠긴다.

이들은 박정희·육영수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충격적인 상황 앞에서 세상이 뒤집힌 듯한 혼란을 느낀다.

영화 '미스 프레지던트'는 젊은 시절 새마을 운동을 경험한 '박정희 세대'를 다룬 기록물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올 초 박근혜 탄핵 직후까지, 박정희와 육영수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트루맛쇼' 'MB의 추억' 등 사회파 다큐멘터리 영화를 선보여 온 김재환 감독은, 신작 '미스 프레지던트'를 두고 "'박정희는 잘했고 육영수는 그립다'는 정서를 공유하는 '박정희 세대'에 관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분들과 어떻게 대화할까라는, '공존'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라고 생각했다"며 "박사모 집회에서 무대에 선 사람들과 아래에 서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근혜와 정일우, 스크린에 녹아든 '극과 극' 삶
아직 개봉 전이지만,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 분위기다. 보수와 진보는 물론 보수단체들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이어지는 까닭이다.

김재환 감독은 "양쪽에서 화끈하게 욕먹고 있다. 댓글을 보면 살벌하다"며 "한쪽은 '폐기처분해야 할 박정희 세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줬다'고 욕하고 포스터만 보고도 평점 0점을 줬다. 다른 쪽은 좌파 감독이 만든 보수 파괴 영화라고 또 욕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봉하고 영화를 확인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긍정적인 보수층 관객들의 반응도 둘로 나뉘고 있고, 영화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작사 단유필름 측은 "전국 시사회를 열고 있는데, 특히 지난 19일 열린 '노년유니온' 시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중장년층이 영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눈물도 많이 흘려 놀랍다"며 "'좌빨' '틀딱'이라는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다름'이 ' 경멸'로 치닫는 한국 사회에 대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건네려 했다"고 전했다.

◇ 가난한 이들 곁 지켰던 파란 눈의 신부…'내 친구 정일우'

박근혜와 정일우, 스크린에 녹아든 '극과 극' 삶
"1988년의 나(감독)는 헝클어진 머리, 볼품없는 옷을 입은 한 신부를 만났다. 매일 같이 커피, 담배, 술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오늘은 또 무슨 장난을 칠까' 궁리했던 개구쟁이, 노란 잠바를 입고 '노란샤쓰의 사나이'를 멋들어지게 불렀던 '파란 눈의 신부'는 그렇게 우리들의 삶에 스며들었다. '가난뱅이가 세상을 구한다'는 믿음으로 모든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됐던 고(故) 정일우 신부는 모든 것을 초월해 사랑을 나누며 예수의 삶을 몸소 실천했던 '진짜' 사람이었다."

영화 '내 친구 정일우'는 '판자촌의 예수'라 불리며 한평생 한국의 빈민들 곁을 지켰던 고 정일우 신부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정일우 신부는 종교뿐 아니라 인종·국적·신분·나이 등 권력자들이 그어둔 모든 경계를 허물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곁을 지킴으로써 사람과 사람으로서의 진정한 만남을 이어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개봉에 앞서 공개된 예고편에서 생전의 정일우 신부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 교육 받은 사람, 돈 있는 사람, 힘 있는 사람, 권력 있는 사람들이 이 나라를 올바르게 잡아야지. 그런데 안하기 때문에, 절대로 안하기 때문에 이 나라의 희망은 가난뱅이뿐이에요"라며 "제 소망은 죽기 전에 인간이 되고 싶은 거예요. 다른 것이 없어요"라고 강조한다.

박근혜와 정일우, 스크린에 녹아든 '극과 극' 삶
강제 철거 현장에서 정일우 신부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철거민, 그러한 철거민을 따뜻하게 안으며 고통을 함께하는 그의 모습은 몹시 인상적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그를 두고 "그 모습이 진짜 인간의 모습"이라고 회고한다.

전작 '송환'으로 지난 2004년 선댄스영화제 표현의자유상을 받으며 한국 다큐멘터리의 지평을 넓혔던 김동원 감독은, 9년 만에 내놓은 '내 친구 정일우'를 통해 데뷔작 '상계동 올림픽'(1988)으로 인연을 맺었던 고 정일우 신부의 79년 삶을 재조명한다.

김동원 감독은 최근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다'는 말이 상계동 철거촌에 있을 때 가깝게 와닿았다"며 "정일우 신부님의 매력은 자유로움에 있다. 그 자유로움은 가난을 즐기는 것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어쩌면 가난은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일 것이다. 가난을 즐길 줄 알면 우리는 더 이상 가난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함께했던 배우 안성기는 "'내 친구 정일우'는 나에게, 우리에게 있었던 사실을 다시 우리 속으로 들어오게 한 영화였던 것 같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었다"며 "돌아가셨음에도 남아 있는 분들에게 축제의 기분을 전한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에겐 감동적인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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