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주연작이기도 하지만 실존 인물인 백범 김구 선생의 청년기를 그려내야 했기 때문이다. 위인으로 꼽히는 인물의 성장기를 한 배우가 온전히 그릇에 담아내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그렇다면 조진웅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아직 백범 김구 선생이 '김창수'였을 시절을 영화적으로 재해석했을까. 그는 평소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한 크나큰 애정이 바탕에 있지 않았다면 이 정도의 몰입은 어려웠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연극 배우 시절, 후배들에게 백범 김구 선생의 좋은 글귀를 전했을 정도로 조진웅은 백범 김구 선생과 깊은 인연을 자랑한다. 연기를 하면서 체득했던, 삶을 대하는 백범 김구 선생의 태도에 감동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조진웅에게 '대장 김창수'가 가진 의미와 백범 김구 선생을 연기한 과정을 자세히 들어봤다. 다음은 조진웅과의 일문일답.
▶ 실존 인물인 백범 김구 선생의 청년기를 연기해야 했는데 당연히 이에 따른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다. 어떤 식으로 그의 청년기를 해석했나.
- 원래 내가 존경하던 분이었다. 신조로 삼은 말씀도 많았고. 오히려 이 작업을 하면서 내가 더 얻은 게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감사하게 참여했던 작업이다. 원래 영화라는 작업이 고난스럽고 힘들고 그렇다. 우리가 괴로울수록 관객들은 즐길 수 있는 거다. 스스로 가져야 했던 강단있는 의지 같은 부분들을 세우는게 훨씬 더 어려웠던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 스스로 가져야 했던 의지는 당시 김창수였던 백범 김구 선생 이야기를 말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어떤 의지와 신념이 필요하다고 느꼈나.
- 역사적 사료를 근거로 발췌했으니 당연히 대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했다. 캐릭터가 아닌 그 실제 인물로서 가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참여하는 사람의 의지와 신념이 있으면 가능하다. 실제로 하셨던 분들의 백분의일이라도 하겠다고 생각하면 가능하다. 애초부터 피하려고 마음먹지 않고 더 부딪치기 위해 직구를 던졌다. 규격이 정확히 있기 때문에 변화구로 던질 수도 없고 걸러서 던질 수도 없다. 분명히 맞을텐데도 직구를 던지니 어떻게 이 상황에서 이럴 수 있었는지 생각했다. '해야 한다면 하라'는 그 메시지처럼 지금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 '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해서 한다'. 이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응당 해야 하는 건데 외면하기보다는 당당하게 걸어가서 더 굳건해지라는 건데 이 시점에 가장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사실 내게도 피하거나 돌아갈 수 있는 일들이 많다. 그런데 아무리 피곤해도 그러지 말라는 말씀 같았다. 그런 성정에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누가 저한테 이제 (백범 김구 역을 했으니) 길거리 다니다가 나쁜 짓도 못하겠다고 하더라. 원래 그런 행동은 안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작품을 통해 배웠다.
▶ 백범 김구 선생을 존경하던 분이라고 했는데 어떤 면에서 그런 지점을 발견했나. 실제 삶에 도움이 됐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 대학 다닐 때도 김구 선생님 명언을 후배들이 힘들다고 그러면 문자로 보내주고 그랬었다. '흰 눈밭을 걸어감에 있어 한치의 오차 없이 걸어라'는 그런 말이 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뒷사람에게 길잡이가 된다는 이야기다. 작업을 할 때 굉장히 힘이 나더라. 내가 가는 길이 잘못된 길일 수도 있지만 당당하게 걷자고 마음을 먹었다. 예술에 정답이 어딨느냐는 생각도 있었고. 쉽지 않은 길이면 돌아가볼까 생각도 하는데 지금도 그게 잘 안 된다. 아내도 이것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한다.
▶ 유일한 악역이 바로 조선인 감옥소장 강형식 역의 송승헌이다. 사실 굉장히 걸어온 길이 다른 배우인데 실제로 함께 연기해보니 어떤 느낌인가.
- 내가 왜 이런 역할을 하는지 물어봤다. 사실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역할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정말 큰 박수를 보냈다. 내가 영화 '명량'에서 그런 악역을 해봐서 아는데 그런 선택을 하고 역할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가지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강형식 역은 조선 사람이고, 마지막에 뭔가 한 방이 있어서 속이 다 시원하더라. 개인적으로 멋있었다. 배우들은 저 사람 모습이 연기인지 아닌지 딱 판단하는데 송승헌은
정말 신사적이고 성숙한 모습이라 나도 갖추고 싶은 성품이라고 생각했다.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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