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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함과 느긋함, 3달 간 '효리네 민박' 덕분에 행복했다

2017-09-25 07:00

느슨함과 느긋함, 3달 간 '효리네 민박' 덕분에 행복했다
지난 6월 25일 첫 방송된 JTBC '효리네 민박'이 24일 14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효리네 민박'은 2013년 결혼해 제주 살이 중인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직접 살고 있는 집에서 '민박 영업'을 한다는 명확한 콘셉트만으로 방송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민박을 원하는 일반인의 사연만 2만 건이 모였을 정도다.

첫 방송에서부터 그날 방송된 종편 4사 모든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방송 한 달 만에 갤럽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0일 9회 방송은 11.1%(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JTBC 예능 역대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으며, '올해의 예능 브랜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각종 기록을 써 내려가며, 3달 간 시청자들의 큰 사랑 속에 방송됐던 '효리네 민박'은 다양한 매력을 지닌 프로그램이었다.

◇ 다시 만나기 힘든 조합 '이효리-이상순-아이유'

느슨함과 느긋함, 3달 간 '효리네 민박' 덕분에 행복했다
우선, 민박집 주인 이효리-이상순 부부와 민박집 직원 아이유의 캐스팅을 들 수 있다. 결혼 이후 연예계 활동을 쉬엄쉬엄 하고 있음에도 언제나 섭외 1순위로 꼽히는 '슈퍼스타' 이효리, 이효리의 남편이자 롤러코스터의 멤버라는 사실 외에 알려진 것이 적어 '신선한' 이상순, 지금 이 순간 가장 잘 나가는 가수 아이유가 아닌 '자연인' 이지은의 조합을 다른 프로그램에서 기대할 수 있을까.

각자 개성도 뚜렷했다. 서글서글하고 솔직한 성격에 공감대 형성까지 잘해 손님들과 스스럼 없이 지내는 회장님, 민박집 운영의 처음과 끝을 담당하는 듬직함과 의외의 개그 센스를 자랑하는 사장님, 느리지만 꼼꼼하고 어쩐지 재미있어 보이는 본인만의 취향과 습관을 지닌 직원.

또한 세 사람이 모두 '뮤지션'이라는 공통점은 서로를 좀 더 가깝게 맺어주는 연결고리가 됐고, 함께 가사를 쓰고 연주를 하는 자작곡을 만드는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 프로그램을 더 풍성하게 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해했던 그들은 민박 영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진솔한 속내를 나눴다. 가까워지는 과정이 차근차근 나타났기에 시청자들도 어렵지 않게 그 과정에 동행할 수 있었다.

◇ 제주도라는 천혜의 공간, 민박집을 채웠던 손님들

느슨함과 느긋함, 3달 간 '효리네 민박' 덕분에 행복했다
'효리네 민박'이 최근 가장 핫한 '힐링 예능'으로 떠오른 데에는 '제주도'라는 배경이 큰 몫을 했다. 쏟아질 듯 많은 별들, 분홍빛과 보랏빛, 주황빛이 한데 섞여 오묘하고 신비로운 빛깔을 만들어 내는 해질녘의 하늘, 그 하늘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잔잔한 바다까지 한 회 한 회 '캡처를 부르는' 아름다운 풍광은 휴식처럼 다가왔다.

손님이 없을 때는 보통 한적한 효리네 민박집 자체도 편안한 느낌을 전달했다. 낮잠 자기 딱 좋은 늦은 오후 같은 나른함과 여유를 보여주기에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집은 딱 적격이었다. 여기에 민박집 손님들이 각자 계획해 온 관광지나 독특한 체험기도 등장해 지루할 틈이 없었다.

'효리네 민박'에 들렀던 손님들의 존재도 빼 놓을 수 없다. 동갑내기 아이유에게 다가가 결국 친구가 되었던 '김해 시스터즈' 5명, 마치 딸을 챙기듯 음식재료를 바리바리 싸 와 맛깔나는 반찬을 만들어 나누어 준 윤숙이 할머니, 2년 전부터 청각을 잃었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모두를 뭉클하게 한 정담이 씨, 10대-20대-30대로 구성된 귀요미 삼남매 등 총 13팀 39명의 손님들이 '효리네 민박'을 거치며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다.

◇ 내려놓음으로써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 제작진

'효리네 민박'은 특유의 따뜻하고 느긋한 분위기 덕분에 더 사랑받았다. 제작진은 최대한 뭘 더 '안 하는' 방식으로 출연자들이 알아서 뛰놀게 만들었다.

제작진 개입이나 각종 설정을 최소화한 대표 예능으로 평가받는 나영석 PD의 '삼시세끼' 시리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대놓고 '느슨함'과 '느긋함'을 추구한 것이다.

제작진의 말소리가 출연자의 말소리와 섞일 일이 없었고, 출연자들의 개별 인터뷰도 마지막날을 빼고는 들어가지 않았다.

'예능적 재미'를 위해 억지로 캐릭터를 부여하거나, 갈등 상황을 무리해서 만들지 않았다. 자막은 출연자의 특성을 단정짓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나온 말과 벌어진 상황을 전하는 데에 주로 쓰였고, 그래서 담백했다.

그렇다고 제작진이 '한 게 없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환경을 조성해 보다 더 진솔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게 판을 깔았고, 스치듯 지나가는 찰나도 놓치지 않아 곱씹을 수 있는 말과 생각을 잡아내 '효리네 민박'을 빛냈다. 특히 시의적절한 배경음악을 고르는 실력이 일품이었다.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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