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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최경주가 말하는 '한국의 마쓰야마'가 나오지 않는 이유

2017-09-24 16:51

최경주가오랜만에한국투어에앞서연습라운드를가졌다.사진=마니아리포트DB
최경주가오랜만에한국투어에앞서연습라운드를가졌다.사진=마니아리포트DB
[인천=마니아리포트 김현지 기자] "대회의 목적이 선수를 기르고 싶은 건지, 대회만 달랑 하고 트로피 전달이 끝인 건지 잘 생각해야 한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의 전설이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통산 8승을 올리며 선구자 역할을 한 최경주(47, SK텔레콤)가 현재 KPGA투어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최경주는 "일본은 1952년부터 PGA투어의 문을 두드렸지만, 지금 활약하고 있는 선수로는 마쓰야마 히테키(25, 일본)가 유일하다"고 했다. 반면 "한국에서 실력을 쌓아 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수는 재미교포를 제외하고도 5~6명이나 된다"고 하며 "이는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이번 시즌 PGA투어 제 5의 메이저 대회라 불리는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한 김시우(21, CJ대한통운)를 필두로 PGA통산 1승의 노승열(26), 가열차게 첫 승에 도전 중인 강성훈(30)과 안병훈(26, CJ대한통운), 김민휘(25) 등 한국 선수들이 PGA투어에서 시드를 가지고 활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한국오픈에서 2연패에 성공했던 이경훈(26, CJ대한통운), 이동환(28, CJ대한통운) 등은 PGA투어 웹닷컴을 통해 꿈의 무대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렇게 대단한 선수들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최경주의 벽을 넘어 세계 랭킹 2위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던 마쓰야마 히테키와 같은 걸출한 스타는 탄생하지 않는 것일까?

최경주는 첫 번째로 코리안 투어 대회운영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최경주는 "선수가 시합에 열광하며 도전을 하고, 연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선수 개개인이 경기 외적으로 불필요한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부분은 골프 환경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데, 현재 KPGA투어의 경우 선수들이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여의치 않다"고 했다.

실제로 KPGA투어에 특급 대회라고 손꼽히는 몇몇 대회를 제외하고는 대회장 내에 제대로 된 드라이빙 레인지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

더욱이 드라이빙 레인지가 갖춰진 코스라 할 지라도 연습에 있어 제약이 많다. 24일 막을 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 역시 연습라운드 당시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 구는 30알로 제한되어있었고, 연습 시간도 오후 6시까지로 한정됐다.

제네시스챔피언십을하루앞두고드라이빙레인지에서연습하는양용은.사진=마니아리포트DB
제네시스챔피언십을하루앞두고드라이빙레인지에서연습하는양용은.사진=마니아리포트DB

사실 드라이빙 레인지 이용 문제의 경우 바로 전 주에 치러진 신한동해오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도 연습 시간 제한으로 인해 선수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1라운드 오후 조로 출발한 이상엽(24)은 경기를 마치고 샷 점검을 위해 드라이빙 레인지를 찾았을 때, 오후 6시가 지났다는 이유로 드라이빙 레인지를 이용하지 못했다. 이에 이상엽은 자신의 SNS와 협회를 통해 불만을 제기했다.

당시 이와 관련해 기자가 협회 측에 문의하자, 협회 측은 “앞으로는 더욱 세심하게 신경 쓰겠다. 다음주 예정된 제네시스 챔피언십의 경우 6시 40분까지 협의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제네시스 챔피언십 역시 드라이빙 레인지가 타석이 적고, 천연 잔디 시설이기 때문에 정비에 손이 많이 가 일몰 전 넉넉한 정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1회 이용 시 30알씩 연습구에 제한을 뒀다. 이용시간도 오후 6시까지였다.

이에 연습라운드 이후 최경주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고, 연습 구는 50알로 늘어났다. 시간도 오후 6시 이후까지 사용 가능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로 그치지 않는다. 다른 대회의 경우는 더하다. 최경주는 "구색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대회장을 벗어난 곳에 연습장을 섭외해 선수들에게 연습하라고는 하나 정상적인 대회 운영은 아니다"라며 "일반적으로 첫 홀은 파4 홀인데, 대회장에 도착해 연습 그린에서 퍼팅 연습만하다가 빈 스윙 몇 번 하고 첫 홀에 들어가는 게 말이나 되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공 개수 제한이나, 연습 시설의 경우 이미 한국투어에 익숙한 어린 선수들의 경우 불편함을 못 느낄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불편하다. 이런 측면에 있어서는 선수들이 끊임없이 쓴 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연습라운드의 경우도 4인 1조로 해야 한다는 것과 단 하루에, 그것도 정해진 시간 내에서 스케쥴을 잡아야 한다는 것 역시 문제다"라고 하며 "더욱이 캐디도 못 들어가게 하니 내 캐디는 코스도 모르는 상태에서 1라운드를 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문제는 바로 코스다.

이번 시즌 코스에 대한 원성은 수 많은 선수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제네시스연습라운드에서최경주(왼쪽)가권명호와이야기를나누고있다.사진=마니아리포트DB
제네시스연습라운드에서최경주(왼쪽)가권명호와이야기를나누고있다.사진=마니아리포트DB

최경주 역시 코스 세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주는 "일단 세계무대 추세에 맞지 않게, 전장이 너무 짧다는 것이 문제다"고 했다. 또한 "핀 위치 역시 규격에 맞게 꽂아야 한다"고 하며 "세계 무대에 발 맞춘 코스 세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형성(37, 현대자동차)도 의견을 보탰다. 김형성은 “PGA투어와 JGTO, KPGA투어의 차이점은 코스 세팅이다”고 이야기하며 “PGA투어에 갔을 때 파4 홀이 무려 530야드더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김형성은 “한국 코스의 경우 짧고 평이하다”고 하며 "그렇다고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한국 선수들의 수준은 매우 높으나 한국 코스에서 경기를 하다가 해외 코스에 나가면 긴 전장과 트러블 상황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고 하며 "이 때문에 해외 코스에 적응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JGTO와 KPGA를 병행하며 KPGA투어 1승을 올린 강경남 역시 같은 생각이다. 이번 시즌 강경남은 코스세팅에 있어 꾸준히 입을 열었다. 강경남은 “나처럼 KPGA투어를 오래 뛴 선수라면 알겠지만, 요즘 KPGA투어 코스 세팅은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하며 “일본의 경우 페어웨이와 러프의 구분이 확실하다. 그린 역시 까다로워 잘 친 샷과 못 친 샷에 대한 보상과 벌이 확실한데, 요즘 한국 코스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어 강경남은 “한국 남자선수들이 해외에 나가서도 좋은 성적을 얻게 하기 위해서는 코스 세팅이 좀 더 세심하고 까다로워져야 한다”며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오랜만에 한국 무대를 마치고 19년 차 PGA투어 선수로 돌아가는 최경주는 “요즘 후배들을 보면 스윙이나 기술적인 부분, 체력, 먹는 것 등 나 때와는 20년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운동을 한다. 좋은 장비와 좋은 코치로 좀 더 효과적으로 샷을 구사한다”고 하며 “이런 후배들이 좋은 길을 가기 위해서는 선수 개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선배들과 어른들이 힘을 합쳐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최경주는 “대회를 유치하는 목적이 선수를 육성하고 싶은 건지, 대회만 달랑 하고 트로피 전달이 끝인 건지 잘 생각해야 한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928889@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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