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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아이피' 이종석이 감춰둔 '50가지 그림자'

[노컷 인터뷰 ①] "김광일 살인 장면, 나도 속이 좋지 않았다"

2017-09-05 06:00

'브이아이피' 이종석이 감춰둔 '50가지 그림자'
어느 배우에게나 전환점이 있다. 배우 이종석에게는 내공 있는 선배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영화 '브이아이피'가 그런 작품이다.

쉴 틈 없이 달려오다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었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어쩌면 연기에 있어 새로운 원동력이 필요한 시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종석은 살인을 '일상적' 취미로 즐기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김광일 역에 흔쾌히 자원했다. 그간 자신이 해 온 여타 연기와는 다른 것을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했으리라. 아름다운 청년의 얼굴 뒤에 숨겨진 '악인'의 모습은 다소 낯설기까지 하다.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꾸준히 성장을 보여 온 배우인만큼, 이종석은 실력 있는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이종석이 지닌 특유의 분위기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영화에 또 다른 색을 입혔다.

이 거칠고 논란 많은 남성 느와르 영화에서 그의 실험이 성공했는지는 결국 관객들이
평가해 줄 일이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의외로 내성적인 그는, 연기에 대한 도전은 무모하리만큼 용감하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장르여서 이런 '남자 영화'를 동경해왔다는 이유부터가 그렇다.

'동경'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스스로 위험 부담이 큰 장르에 발을 담그는 것이 배우로서는 하기 힘든 선택임에 분명하다. 다음은 이종석과의 일문일답.

'브이아이피' 이종석이 감춰둔 '50가지 그림자'
▶ 사실 사이코패스 캐릭터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가 굉장히 많다. 지독한 악마성을 가진 김광일을 어떻게 표현해야 차별화가 된다고 생각했나.


- 그냥 캐릭터 자체가 모든 사람이 내 발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모처럼 나를 자극하는 인물, 채이도가 나타난 거다. 김광일이 웃는 건 거기에 흥미를 나타내는 거다.
처음으로 채이도에게 광분하며 달려드는 건, 성불구자라는 말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에게 모욕을 주는 인물이 처음이라서 나오는 반응이다. 김광일에게 살인은 희열을 느끼는 행위라기보다는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경험치가 부족했기 때문에 선배님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었고, 지문들도 보면 대사를 하면서 계속 미소를 짓는다. 그게 더 어려웠다.

▶ 직접 박훈정 감독을 찾아갔다고 들었는데, 이런 남성 느와르 영화 출연은 처음이지 않나. 김광일 캐릭터는 본인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나.

- 시나리오를 내가 구해서 보고 감독님을 찾아간 거다. 지금까지 했던 역할과는 많이
다른 역할이라 거기에 대한 기대도 있고, 욕심도 있었다. 물론 어떤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형사인 채이도 역을 하는 건 잘 그려지지 않는다. 가진 것들을 무기로 삼아서 김광일 같은 역은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북한사투리 연기는 정말 자연스럽더라. 아무래도 이전에 북한사투리 연기를 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상당히 다른 배우들과 결이 다른 캐릭터이고 연기였는데 어떻게 만들어갔나.

- 이전에 드라마에서 해봤으니 북한사투리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고위층 자제이기 때문에 북한말과 서울말 중간 정도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 솔직히 애매했다. 감독님이 박희순 선배 말투가 좋다고 해서 그걸 보고 따라했다. 목소리 톤은 무기력하면서도 나른하게 뭔가 공기 반, 소리 반 느낌으로 조절했다. (웃음) 하면서도 괜찮은건가 생각을 하긴 했다.

'브이아이피' 이종석이 감춰둔 '50가지 그림자'
▶ CIA 요원과도 자유롭게 영어로 말을 해야 되는 장면이 있었다. 북한사투리보다 영어 연기가 더 어려웠는지 궁금하다.

감독님이 연기는 대충해도 영어는 잘 해달라고 그랬었다. 영어는 정말 수천번을 녹음 파일을 듣고 대사를 달달 외웠는데 안되는 건 안되더라. 보면서 땀이 났다. 매니저한테 물어봤는데 '영어는 좀 이상했다'고. 그래서 '너한테도 그렇게 들렸으면 다른 사람들도 알겠다'고 이야기했다.

▶ 첫 살인 장면과 마지막 장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길에서 만난 여학생을 김광일 무리가 살해하는 장면을 두고 여성 혐오 논란도 생겼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여성 관객들이 많다.

- 그 장면이 첫 촬영이었다. 나 역시 그 장면을 찍으면서 불편했고, 속도 되게 좋지 않았다. 그런데 그 장면이 없었다면 모든 캐릭터들이 반응하고, 분노하고, '김광일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관객들의 감정 이입 자체가 어려웠을 거 같았다. 그게 없었다면 김광일이 너무 연약하거나 유약한 느낌이 들 거 같았다.

▶ 마지막에 장동건이 맡은 국정원 직원 박재혁과 대치하는 장면에서는 굉장히 감정이 폭발하는 느낌이 들었다. 여태까지 김광일이 보여준 모습 중 가장 인간적이랄까.

- 그 장면만큼은 감독님이 별다른 디렉션 없이 풀어놨던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 장면만 굉장히 시원한 느낌이 있다. 내가 생각한 대로 해도 되나 눈치를 보면서 억눌려 있었던 감정이 있었다. 그 때는 별말씀을 안하셔서 그렇게 터뜨렸다.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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