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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KBL은 7년 만에 외인 드래프트제를 폐지했나

2017-09-04 15:49

왜 KBL은 7년 만에 외인 드래프트제를 폐지했나
프로농구 외국 선수 자유계약제도가 8년 만에 부활한다.

한국농구연맹(KBL)은 4일 "지난 1일 오전 8시 이사회를 열고 현행 외국 선수 드래프트 제도의 문제점과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구단 자유 선발로 변경하고 샐러리 캡은 총 70만 달러(약 7억9000만 원)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8-2019시즌부터 외국 선수는 자유계약제도로 선발한다. 이에 따른 세부 운영 세칙(샐러리캡 인당 상한액 제한 등)은 2017-2018시즌 종료 전까지 실무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외인 자유계약제도는 2011-2012시즌 이후 8년 만이다. KBL은 1997년 출범과 함께 드래프트로 외국 선수를 선발하다 2004-2005시즌부터는 3년 동안 자유계약제도로 바뀌었다. 2007-08시즌부터 드래프트가 재도입돼 2011-12시즌을 제외하고 올 시즌까지 운영됐다.

▲"드래프트는 韓 농구만 있는 독특한 문화"
외인 선발 제도는 그동안 뜨거운 감자였다. 드래프트든 자유계약이든 일장일단이 있었다. 구단 사이의 이해 관계도 상충됐다.

드래프트는 구단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데다 연봉 상한제 때문에 수준급 선수가 KBL을 마다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재 드래프트 1라운더는 월봉 3만 달러, 2라운더는 2만 달러의 제한이 있다. 재계약을 하면 오르지만 어쨌든 연봉 상한이 없는 국내 선수와 다른 부분이다.

자유계약제도는 구단 운영비가 제한된 상황에서 외인 몸값이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의견이다. 연봉 상한이 있었지만 모 선수의 경우 100만 달러가 훌쩍 넘는다는 공공연한 비밀로 퍼졌다. 기량이 너무 뛰어나면 국내 선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왜 KBL은 7년 만에 외인 드래프트제를 폐지했나
이성훈 KBL 사무총장은 최근 "10개 구단 의견을 보면 자유계약제도에 대해 6-4 혹은 7-3 정도로 찬반이 나뉘더라"면서 "한국 프로농구가 처한 상황상 자유계약제도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선수가 주인공이 돼야 할 KBL의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KBL은 자유계약선수 제도를 부활시켰다. 세계적인 흐름이기 때문이다. 김영기 KBL 총재는 평소 "외인 선발은 자유계약으로 가는 게 맞다. 그래야 좋은 선수가 올 수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드래프트는 KBL뿐"이라는 의견을 견지해왔다.

때문에 KBL의 드래프트 제도는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의 화제거리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드래프트 현장에 뉴욕 타임스 등 현지 취재진이 파견돼 기사화되기도 했다. 신기한 한국 농구만의 문화라는 것이다.

▲드래프트 허점 파고든 꼼수 만연
여기에 드래프트 제도의 허점이 여기저기 드러났다. 성적의 역순인 선발 우선권에 따른 눈치 싸움이 벌어졌다.

지난 시즌 대표적인 케이스가 마커스 블레이클리다. 울산 모비스는 부상 대체 선수로 뛴 블레이클리를 완전 교체 선수로 원했으나 안양 KGC인삼공사에 우선권이 있어 영입이 무산됐다. 이후 블레이클리는 인삼공사와 계약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됐다.

2017-2018시즌에는 개막도 하지 않아 각 구단들의 외인 교체 도미노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꼼수라는 지적이다. 일단 지명을 해놓고 KBL 경력자들로 교체한다는 것이다. 다가올 시즌에는 2015, 2016년 트라이아웃에 참가했거나 KBL에서 뛴 선수는 시즌 도중 대체 선수로 선발이 가능하다.

왜 KBL은 7년 만에 외인 드래프트제를 폐지했나
서울 SK는 드래프트 1라운더 테리코 화이트에 이어 2라운더로 뽑은 대리언 타운스의 대체 선수로 애런 헤인즈에 대한 가승인 신청을 했다. 헤인즈는 2008년 이후 9시즌 연속 KBL 무대에서 뛴 검증된 외인이다. 이밖에 부산 kt도 테런스 왓슨 대신 최근 KBL 골밑의 들소로 활약한 웬델 맥키네스 영입 의사를 밝혔다.

물론 본래 취지에 맞게 선수의 기량과 신체 조건 미달로 외인을 교체한 구단도 있다. 그러나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선수 교체가 적잖은 상황이다. 여기에 연봉 상한이 있음에도 이른바 '뒷돈' 의혹이 있는 구단도 있다. 이미 세금 보전 등 혜택 외의 규정 위반이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KBL은 잡음이 끊이지 않은 드래프트 폐지에 나선 것이다. 계약을 구단 자율에 맞긴다는 취지다. 물론 2명 합계 70만 달러의 상한제가 지켜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프로야구의 경우도 연봉 상한제를 폐지했음에도 외인들의 실제 연봉이 발표액과 다르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유계약제도가 드래프트 제도보다는 부작용이 더 적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8년 만에 부활한 외인 자유계약제도가 차츰 살아나고 있는 한국 농구의 인기에 기폭제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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