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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의 재활' 그들에게는 농구 코트가 절실했다

2017-08-22 06:00

'2년의 재활' 그들에게는 농구 코트가 절실했다
운동 선수들은 재활을 흔히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외롭고,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다. 경기장을 누비는 동료들과 달리 단순한 운동만 반복한다. 다시 경기장에 서겠다는 목표 하나로 버틴다.

여자프로농구에 2년이라는 긴 재활을 버티고 돌아온 둘이 있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신지현(KEB하나은행)과 2년 뒤인 2015년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윤예빈(삼성생명)이 그 주인공이다. 최고 유망주였지만, 2년 동안 재활에만 매진했던 둘이 2017년 박신자컵을 통해 코트로 돌아왔다.

◇"농구를 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신지현은 2014-2015시즌 만장일치 신인상을 받는 등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WKBL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연습경기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긴 재활의 시작이었다. 조금 나아졌다 싶으면 다른 부위에 무리가 왔다. 결국 두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재활의 연속이었다.

신지현은 "멘탈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면서 "컨디션을 올릴 만하면 다른 데 무리가 와서 쉬게 됐다. 그래서 오래 걸렸다. 지금은 크게 아픈 부분이 없다. 지난 일은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재활기간이 길어질 수록 연습경기를 지켜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농구 코트가 너무나도 절실했다.

신지현은 "지난해 이 때 연습경기를 바라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웨이트장에서 있는데 일본팀과 훈련을 바라보는 마음이 힘들었다"면서 "이제 본 운도을 하니까 운동이 힘들다. 그래도 코트에서 힘든 게 낫다. 하기 싫을 때는 지난해 마음을 떠올리면서 하는 것 같다"고 모처럼 활짝 웃었다.

신지현은 21일 우리은행전에서 16분33초를 뛰며 5점을 올렸다.

윤예빈은 고교시절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지만, 가능성을 인정 받아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동기들, 그리고 후배들이 하나씩 데뷔했지만, 윤예빈은 재활에만 전념했다. 수술 받았던 십자인대는 지난해 5월 재수술까지 받았다. 지난 2월 깜짝 데뷔전은 치렀지만, 박신자컵이 사실상 데뷔 무대였다.

윤예빈은 "부럽기도 했지만, 나에게도 늦지만 기회는 온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2년이라는 긴 재활. 남들과 달리 공 없이 하는 운동에 소외감도 느꼈다.

윤예빈은 "구단과 언니들이 잘 해주셨다. 열심히 했는데 재활 기간이 길다보니 조금 힘들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언니들과 한 번도 맞춰본 적이 없어서 해보고 싶었다. 언니들이 도와줘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면서 "많이 힘들었다. 소외감도 들었다. 부모님 생각을 하면서 이겨냈다"고 털어놨다.

윤예빈은 34분27초간 코트를 누볐다. 성적은 12점 2어시스트 2스틸. 삼성생명 차세대 1번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이제 다치지 말아야죠."

사실 부상 후 긴 재활을 거치면 몸을 사리기 마련이다. 특히나 부상 부위와 관련되면 자연스럽게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신지현과 윤예빈도 마찬가지.

하지만 둘은 오히려 몸을 부딪히면서 트라우마를 이겨낼 계획이다.

신지현은 "복귀 초반에 그랬다. 몸이 덜 만들어져서 일본팀과 연습경기 때 그랬는데 지금은 나아졌다. 내가 먼저 부딪히고 하면 큰 부담은 없다"고 말했고, 윤예빈 역시 "아직은 (트라우마가) 없지 않아 있다. 몸을 사리면 더 다친다고 해서 더 적극적으로 몸싸움도 하면서 이겨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창 뛰어야 할 나이에 재활에만 쓴 2년. 이제 신지현과 윤예빈은 다시 날개를 펴려 한다. 급한 마음은 없다. 일단 다치지 않고 한 시즌을 치러내는 게 목표다.

신지현은 "아무래도 오랜 만에 뛰어서 뛰기 전에 조금 설렌다고 해야 하나, 그런 마음에 들뜬 부분도 있었다"면서 "몸은 70% 정도 된 것 같다. 남은 두 달 최대한 끌어올리겠다. 부담은 크지만 올 시즌은 큰 욕심을 버리려 한다. 뛸 수 있는 시간 만큼, 뛰는 시간에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예빈도 "우리 팀이 1번이 없어서 경쟁한다고 하는데 아직 고칠 점이 많다. 언니들 경기하는 걸 보면서 기회가 되면 잘 하고 싶다"면서 "일단 다치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게 목표다. 기회가 있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속초=CBS노컷뉴스 김동욱 기자 grin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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