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농구에 '미친' 필리핀, 허재호 亞 4강 위한 공략법은?

2017-08-16 11:47

농구에 '미친' 필리핀, 허재호 亞 4강 위한 공략법은?
필리핀은 농구의 나라다. 2013년 필리핀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취재를 갔을 때 그 뜨거운 열기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대표 경기가 열리는 날 최대 2만명을 수용하는 마닐라의 몰오브아시아 아레나는 어렵지 않게 만원관중을 채웠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이 오전 일찍부터 현장 티켓을 사기 위해 체육관 앞에 줄지어 서있었다. 그 행렬은 체육관을 한바퀴 돌고도 남았다.

길거리에 있는 농구 골대에 슛을 던지는 어린 아이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유니폼을 일상복처럼 착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닐라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사설 체육관 관리자에게서 밀도 끝도 없이 신동파 전 대한농구협회 부회장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깜짝 놀랐다. 신동파 전 부회장은 1969년 아시아선수권에서 필리핀을 상대로 50점을 넣어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필리핀에서 농구의 전설로 통하고 있고 아직도 그를 기억하는 필리핀 현지 팬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필리핀 미디어도 농구에 대한 관심, 호기심이 많다. 자국 대표팀에게만 한정돼 있지는 않다.

한국이 필리핀에 79-86으로 패한 2013년 아시아선수권 준결승이 끝난 뒤 한국 대표팀 소속 김민구에 대한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그가 27점을 넣어 필리핀을 강하게 위협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김민구를 소개하는 박스 기사를 담은 신문도 있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 필리핀을 상대로 38점을 몰아넣은 문태종에게 첫 질문을 던진 기자는 필리핀 농구 기자였다. 그는 "당신은 누구입니까(Who are you)?"라고 물었다.

필리핀 남자농구는 1960년대까지 아시아의 강호로 군림했지만 이후 한동안 정상에서 멀어졌다. 최근 들어 다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2013년과 2015년 아시아선수권 대회(현 아시아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4년 농구 월드컵에서는 전패를 당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승을 올렸다. 필리핀은 1승4패로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예선에서 세네갈을 눌렀고 크로아티아, 푸에르토리코, 아르헨티나 등 농구 강호들과 5점차 이내 박빙의 승부를 펼쳐 세계 농구계를 놀라게 했다.

필리핀은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진행되고 있는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도 우승후보 중 한 팀으로 손꼽힌다. B조 예선에서 중국을 꺾는 등 3연승 무패 행진을 달리고 8강에 안착했다.

광복절 새벽 아시아컵 12강전에서 일본을 81-68로 누르고 8강행 티켓을 거머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다음 상대가 바로 필리핀이다.

한국과 필리핀의 아시아컵 8강전은 한국시간으로 17일 오전 12시30분에서 열린다. 개최 장소는 베이루트지만 한국 선수들은 마치 필리핀에서 원정경기를 치르는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필리핀은 예나 지금이나 농구에 '미쳐' 있다. FIBA 홈페이지에 따르면 조별예선을 보기 위해 베이루트를 방문한 필리핀 농구 팬들의 숫자는 2천명을 넘는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맞대결이 펼쳐졌던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는 한국 팬만큼 필리핀 팬들도 많았다. 전체 관중의 절반 수준인 2천5백 여명이 체육관을 찾았다. 당시 한국의 홈경기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필리핀 팬들의 응원 열기를 굉장했다.

이같은 농구장의 분위기는 4년만의 아시아컵 4강 진출은 노리는 대표팀 선수들이 극복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필리핀 선수들은 작다. 이번 대회 평균 신장은 191cm로 196cm의 한국보다 6cm나 작다.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 필리핀이 신장과 힘을 겸비한 유럽, 중남미 강호들을 위협했던 3년 전 농구 월드컵 대표팀의 평균 신장은 191cm에 불과했다.

신장이 180cm보다 작은 선수가 3명이나 있지만 그들은 공격시 높이 문제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뛰어난 개인 기술로 높이의 한계를 뛰어넘는 팀이다. 179cm의 테렌스 로메오는 팀내 가장 많은 17.7점을 기록 중이다. 베테랑 가드 제이슨 카스트로 윌리엄은 175cm의 작은 선수이지만 2013년 아시아선수권 준결승에서 한국 가드진의 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플레이로 국내 팬들에게도 이름이 잘 알려진 선수다.

필리핀은 조별예선 3경기에서 평균 39.7개의 리바운드를 잡았다. 이번 대회 전체 5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한국(38.3개)보다도 많다. 또 필리핀은 팀 평균 득점(86.7점, 한국 84.8점)과 3점슛 성공률(42%, 한국 36%) 등에서도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돌파 능력과 외곽슛을 겸비한 필리핀 가드들을 어떻게 봉쇄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이번 대회에서 2미터 장신 포워드 최준용을 정면에 내세우는 3-2 형태의 지역방어로 효과를 보고 있다. 지역방어는 보통 외곽슛에 약점을 보인다고 알려져있지만 3-2 지역방어는 외곽을 넓게 커버해 그런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수비다. 또 상대 돌파를 견제할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

다만 필리핀은 지역방어 공략 능력이 탁월한 팀이다. 상대가 3-2 형태로 서자마자 3-2 지역방어의 약점인 베이스라인을 공략하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지역방어를 시도할 때 5명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잘 움직이느냐가 대표팀 수비의 관건이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오세근, 김종규, 이승현, 이종현이 지키는 골밑이 주무기다. 득점 생산부터 리바운드 장악까지 뛰어난 경쟁력을 발휘하며 매경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들이 골밑과 높이의 우세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경기를 풀어가기가 수월해진다.

한국은 2010년 이후 아시안게임과 아시아컵 무대에서 필리핀에 3승1패로 앞서고 있다. 하지만 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를 펼쳤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다.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