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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향한 폭력은 관행, 제2의 김기덕 감독 많다"

2017-08-14 12:01

"여성 향한 폭력은 관행, 제2의 김기덕 감독 많다"
한국 예술 영화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김기덕 감독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여성 배우 A 씨의 고발에 이어 이영진까지 방송을 통해 "터질 게 터졌다"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영화계 전반 분위기를 폭로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최근 전국영화산업노조의 도움을 받아 김기덕 감독을 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뿐만 아니라 4년 전 '뫼비우스' 촬영 당시 사전 합의 없는 베드신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일은 실제로 영화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영진은 10일 방송된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에 출연해 과거 자신의 경험을 밝히며 인권 침해에 노출된 여성 배우들의 현장 상황을 전했다.

그는 "한 영화 촬영을 앞두고 가장 감독에게 많이 들었던 말이 '여자는 자고 싶어야 돼'라는 이야기였다. 마치 다른 능력은 이걸 갖춘 다음인 양 그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시나리오에 한 줄 뿐이었던 베드신이 '전라 노출'로 바뀌었던 사건도 공개했다.

이영진은 "사실 지금도 늦게 터졌다는 생각이 든다. 민감한 사안은 철저한 계약 하에 찍어야 한다"며 "시나리오만 보면 모든 베드신이 한 줄이었고, 제작사 대표는 이미지 처리를 할 거라 노출 부담은 가지지 말라고 했었다. 그런데 감독님 의도는 전라 노출이더라. 현장에서 단순한 설득에 의해 저런 장면 촬영이 가능하지는 생각해 볼 부분"이라고 이야기했다.

그가 저예산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거장인 것도 사실이다. 정말 김 감독의 현장은 여성 배우에게는 기본적인 인권조차 지켜지지 않는 열악한 곳이었던 걸까.

김기덕 감독과 이전에 작품을 함께 했던 한 스태프는 "영화는 보통 단체 작업인데 김기덕 감독은 워낙 개인적으로 영화를 찍는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시나리오가 현장에서 새로 만들어지고 끊임없이 바뀐다. 스태프들도 대체 무엇을 찍는 건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결국 확정된 시나리오가 없어 베드신 수위가 갑작스럽게 높아지거나 새로운 장면이 얼마든지 추가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 해당 장면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와는 합의할 시간적 여유 자체가 없다.

이 스태프는 "현장에서 어쨌든 감독은 절대적인 존재다. 감독이 배우에게 연기할 장면을 주고, 그 장면에 대한 편집권까지 갖고 있는 것"이라며 "촬영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끼거나 성희롱, 성폭력을 당해도 감독이 가진 위계 권력에 따라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을'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계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화계 내부 분위기는 이영진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다. '터져도 한참 전에 터졌어야 할 문제가 지금에야 터졌다'는 것이다. 김기덕 감독 한 명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독 '젠더 감수성'과 '인권 감수성'이 낮은 영화계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여성 평론가는 "합의 없는 베드신 정도면 양반일 정도로 그간 영화계에는 충격적인 일들이 많았다. 김기덕 감독이 유명해 논란이 됐을 뿐, 이보다 더한 감독들도 많다. 영화계 내에서 여성 배우들은 예술적 감수성을 끌어낸다는 명분으로 끊임없이 성적인 폭력에 노출되며 인권 유린을 당해왔다. 여성 스태프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번에 김기덕 감독 사건이 터지게 된 이유는 세상과 함께 영화계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영화계 내부의 젠더 감수성과 인권 감수성은 엄청나게 낮지만 최근 데뷔하는 감독들은 이렇게 작업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김기덕 감독의 이 같은 작업 방식은 영화계 내에서도 심각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진단했다.

'연출 과정 중에 발생한 오해'라는 해명에 대해서는 여성 배우들이나 스태프의 인권을 침해한 감독들 대부분이 이러한 생각을 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 평론가는 "정말 자신이 잘못을 했다는 것을 모를 가능성이 높다. 왜 그러냐면 보통 감독들은 자신이 그런 행위를 함으로써 해당 배우의 잠재력을 끌어냈다고 생각한다. 즉, 모두 '예술'을 위해 하는 행위라서 예외적인 상황이었다는 논리다. 실제로 이런 논리들이 지금까지 수용돼왔고, 그래서 문제적 감독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영화계에서 살아남아왔다"고 지적했다.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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