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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김단비? 제 2의 정선민까지 될래요"

여자농구 차세대 에이스 김민서 인터뷰

2017-07-11 06:00

"제 2의 김단비? 제 2의 정선민까지 될래요"
한국 여자 농구를 이끌 차세대 에이스가 쑥쑥 크고 있다. '제 2의 김단비'를 넘어 '제 2의 정선민'까지 바라고 있는 기대주다. 현재 최고 에이스와 왕년 미국 무대까지 진출한 전설의 길을 꿈꾸고 있다.

주인공은 경기도 성남 수정초등학교 6학년 에이스 김민서(12 · 167cm). 올해 초등학교 전관왕을 이끌었다. 가장 규모가 큰 지난 5월 전국소년체전에서는 당당히 최우수선수(MVP)의 영예까지 안았다.

김민서는 현재 팀의 해결사다.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에 이은 날카로운 돌파로 공격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속공에서는 언제나 맨앞에 달린다. 지난 4월 대한민국농구협회장기에서는 평균 10점이 넘는 기록으로 총득점상을 받았다. 한 팀에 20~30점 경기가 대부분인 초등학교 여자부임을 감안하면 평균 10점 이상은 주목할 만한 기록이다.

여기에 상대팀 에이스를 전담 마크한다. 공수에서 김민서는 팀의 주축인 셈이다. 신장이 작지 않음에도 몸이 빠르고 센스가 있어 상대 득점원 수비를 도맡는다. 포지션은 슈팅 가드와 스몰 포워드. 올해 4관왕을 노리는 수정초등학교의 핵심이다.

"제 2의 김단비? 제 2의 정선민까지 될래요"
더 고무적인 것은 농구 입문이 또래들보다 훨씬 늦었다는 점이다. 더 크게 발전할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김민서는 4학년 2학기에야 농구공을 잡았다. 학교 달리기 시합 때 발군의 스피드가 눈에 띄어 농구부로 스카우트됐다.

보통 3학년 때부터 시작하는 다른 선수들보다 1년 이상 늦은 셈. 하지만 빠르게 기량이 늘었다. 6학년이 되면서 주전을 꿰차더니 이제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시작은 늦었지만 열정이 대단하다. 하루 5시간 정도 훈련을 거뜬히 소화한다. 연습 경기와 체력, 기술 훈련을 쉴새없이 소화해 몸무게(42kg)가 늘 시간이 없다. 김민서는 "농구를 하면서 점점 재미를 느낀다"고 웃는다.

특히 농구를 위한 '나머지 공부'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민서는 주말을 이용해 4~5시간씩 스킬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농구 명문 대경상고-고려대를 거친 프로 서울 삼성 출신 허진수 코치가 스승이다. 허 코치는 불의의 부상으로 일찍 은퇴했지만 이규섭 현 삼성 코치, 전문 슈터 오광택(은퇴) 등과 대경상고 전성기를 이끈 가드였다.

"제 2의 김단비? 제 2의 정선민까지 될래요"
김민서는 근 1년 동안 허 코치의 특훈을 받으며 빠르게 발전했다. 또래들보다 입문이 늦어 부족했던 기본기가 착실하게 쌓여갔다. 아무래도 전술과 대회에 집중해야 하는 학교 팀에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던 드리블, 패스, 스텝 등 개인 스킬을 익혔다.

6학년 초만 해도 5명 주전 안에 들지 불확실했지만 이제는 에이스로까지 도약했다. 허 코치는 김민서에 대해 "기본적으로 열심히 하기 때문에 실력이 늘 수밖에 없다"면서 "또 스텝이 좋아서 속공과 돌파를 잘한다"고 칭찬했다.

이어 "아직 드리블이 미숙한 데다 힘이 부족해 원핸드 슛의 궤적이 낮고 거리가 짧다"면서 "또 5학년 때부터 경기를 뛴 또래들과 달리 실전 감각도 살짝 부족하다"는 따끔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워낙 열정이 있고 신체 조건이 좋아 훈련과 경험이 쌓인다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김민서의 꿈은 원대하다. 일단 한국 여자프로농구(WKBL) 최고의 선수가 목표다. 김민서는 "인천 신한은행 김단비 선수가 롤 모델"이라면서 "단비 언니처럼 팀이 어려울 때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단비는 2016-2017시즌 평균 14.7점 6.5리바운드 4.2도움 1.4블록 2가로채기를 기록했다. 득점, 리바운드, 블록, 가로채기에서 국내 선수 1위에 오른 만능 해결사다.

"제 2의 김단비? 제 2의 정선민까지 될래요"
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더 큰 무대를 바라본다. 김민서는 "해외 선수까지 포함하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스테판 커리"라면서 "커리처럼 최고의 무대 미국에서 뛰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2015, 2016년 NBA(미국프로농구) MVP인 커리는 지난 시즌 골든스테이트의 우승을 이끌며 5년 2억100만 달러(약 2300억 원)에 재계약한 최고 선수다.

커리처럼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뛰고 싶은 것이다. 여자 선수라 NBA는 갈 수 없지만 WNBA(미국여자프로농구)를 목표로 한다. 김민서는 "WKBL 선수가 WNBA 캠프에는 갔지만 아직까지 실제 경기에서 뛰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국을 넘어 미국 무대에서도 서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앞서 WNBA에서 뛴 선수가 있다"고 들려주자 김민서는 놀라는 눈치였다. 바로 2003년 시애틀에서 한 시즌을 뛴 정선민 현 신한은행 코치다. 김계령(은퇴)도 2007년 피닉스로 진출했지만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다. 14년 전 정 코치의 활약할 당시는 김민서가 태어나기도 전인 만큼 어쩌면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얘기를 전해들은 김민서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김민서는 "정 코치님이 내가 좋아하는 팀인 신한은행의 코칭스태프로 있다"면서 "앞으로 김단비 언니와 정 코치님처럼 한국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가 된 뒤 WNBA에서 뛰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 여자농구를 이끌 기대주 김민서의 다부진 꿈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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