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의 마니아썰]이보미가 운전면허 없는 이유

김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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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6-06-2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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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는아직운전면허는없지만인생에있어서는'베스트드라이버'다.사진편집=박태성기자
운전면허는 현대인에게는 필수 자격증이다. 주머니 사정상 ‘마이 카’가 없어 취득하는 순간 ‘장롱 면허’가 될지언정 일단은 따고 본다.

처음 나만의 자동차를 마련했을 때다. 주말이면 여기저기 쏘다녔다. 평일 밤에도 기름 값 아까운 줄 모르고 청평을 거쳐 양평 일대를 한 바퀴 휘 돌아오곤 했다.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느끼는 공기의 흐름 속에서는 왠지 모를 여유를 느꼈다. 자동차를 통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일종의 마음의 자유를 얻은 거다.

프로 골퍼들에게는 종종 ‘공짜 자동차’가 생기는 행운이 따른다. 대회에서 홀인원을 했을 때 등이다. 부상으로 대개 고급 자동차가 걸려 있다. 일본 투어에서는 우승자에게 다양한 상품을 부상으로 준다. 쌀, 소고기, 과자, 심지어 굴삭기를 부상으로 내건 대회도 있다.

이보미는 지난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어스 먼다민컵에서 우승하면서 8000만원 상당의 포르셰 자동차를 부상으로 받았다. 그는 지난해에도 이 대회 우승으로 포르셰를 받았다.

다음주 US여자오픈 출전에 앞서 국내에 잠시 들어온 이보미와 전화통화를 했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에 대해 물었다. “저 아직 운전면허가 없어요.” 그와 그동안 여러 차례 만났지만 아직 운전면허가 없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이유를 물었다. “딸 시간이 없었죠. 매년 시즌 끝난 후에는 곧바로 전지훈련 가야 되고, 도무지 시간이 나야죠.” 투어 초년 시절이면 모를까 이보미의 나이(28세) 쯤 되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선수라면 대부분 고급 자동차를 직접 몰고 다니기에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보미는 이렇게 말했다.

“한편으로는 두려워요. 만약 운전을 직접 하게 되면 저 역시 일부러라도 시간 내서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면서 놀 거예요. 그러면 골프에 소홀해 지는 시간도 늘겠죠. 전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선수로서 제 목표를 달성하고, 그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서죠. 지금 당장 친구들 만나서 놀러 다니는 것도 좋지만 나중에 은퇴를 할 때쯤이면 아마 골프에 소홀했던 저에 대해 후회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아직까지 면허를 딸 계획은 없어요.”

이보미는 지난해 시즌 7승을 거두며 JLPGA 투어 상금왕을 차지했다. 특히 남녀 통틀어 단일 시즌 최다 상금액을 경신했다. 최저타수, 다승 등 대부분의 부문에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역시 시즌 2승을 달성하며 상금 선두를 달리고 있다. 11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톱5에 입상해 이 부문의 새로운 기록도 썼다.

그의 올해 목표는 올림픽 출전이다. 한국 여자골프는 현재 4명의 선수를 내보낼 수 있다. 세계 랭킹 14위인 이보미는 한국 선수로만 따지면 박인비(3위)-김세영(5위)-전인지(6위)-양희영(8위)-장하나(10위)-유소연(11위) 다음이다. 상위 4명에 끼지 못한다.


손가락 부상을 겪고 있는 박인비가 불참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지만 출전권을 획득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보미는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1%라도 있으면 끝까지 도전하겠다”고 했다.

다음 주 US여자오픈에서 마지막 도전에 나서는 이보미는 “어릴 적 TV에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보며 감명을 받았기에 꼭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고 했다.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흘리는 눈물도 감동적이지만 비록 메달은 못 땄어도 그들의 노력, 그리고 못 딴 아쉬움에 흘리는 눈물을 보며 더욱 감명을 받았다는 게 이보미의 말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상금왕을 차지한 이보미는 사실상 골프 선수로서 이룰 건 거의 다 이뤘다. 코스 밖에서도 상한가를 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 눈 팔지 않고 제 길만 간다.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그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할 것이다.

이보미가 성공신화를 쓰기 위해 지금까지 포기한 건 비단 운전면허만은 아닐 것이다. 지갑 속에 ‘1종 보통’이라고 적힌 면허증은 없지만 이보미는 삶의 자세에 있어서는 ‘베스트 드라이버’가 아닐까 싶다.

김세영 마니아리포트 국장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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