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첫 우승’ 박지영 “매일 살 찢어지던 아픔 이제 보상”

무관 탈출 위해 이 악물고 훈련, 쇼트게임 향상...시즌 3승, 최저타수상 목표, 향후 일본 진출 계획

2016-06-13 07:35

▲박지영이S-오일챔피언스인비테이셔널에서생애첫우승을차지한후기뻐하고있다.제주=박태성기자
▲박지영이S-오일챔피언스인비테이셔널에서생애첫우승을차지한후기뻐하고있다.제주=박태성기자
[마니아리포트 김세영 기자]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의 통과의례가 있다. 손바닥 여기저기에 물집이 잡혀 터지고, 손가락에는 밴드나 반창고가 훈장처럼 붙는 것이다. 이후 어느 정도 굳은살이 자리를 잡힌 뒤에는 웬만해선 더 이상 살이 터지지 않는다.

지난 겨울 박지영(20.CJ오쇼핑)의 손은 그러나 매일 터졌다. 하얀 반창고는 그의 손가락을 떠날 줄 몰랐다. 박지영은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각오로 클럽을 휘둘렀다. 지난해 생애 딱 한 번뿐인 신인왕을 차지했지만 정작 우승컵이 없던 터라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고, 그걸 메우기 위해서였다.

박지영은 마침내 그토록 갈구하던 꿈을 이뤘다. 10일 제주 엘리시안제주 골프장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서다. 4타 차의 넉넉한 타수 차이로 생애 첫 우승을 달성했다.

그는 “그동안 고생했던 걸 이제 보상을 받는 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승 퍼트를 넣자마자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며 “TV 중계화면에는 제가 떨지 않는 것처럼 나왔다고 하던데 사실은 초반에 엄청 떨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이날 시즌 2승 거둔 장수연(22.롯데)과 챔피언 조에서 우승 경쟁을 벌였다. 박지영은 12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동타를 허용했다. 우승 경험이 없기에 이후 무너질 법도 했지만 그는 침착했다. 박지영은 이와 관련, “이상하게 그 전에는 떨렸는데 막상 동타가 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일단 목표를 달성한 박지영은 “생애 첫 우승이라는 게 어려운데 결국 해냈다. 앞으로는 우승 경쟁을 할 때 자신 있게 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3승 정도 했으면 한다”고 했다. 또 하나의 목표는 ‘최저 타수상’이다. 꾸준한 플레이를 해야만 받을 수 있기에 더욱 욕심이 난다는 게 박지영의 설명이다.

▲지난동계훈련당시박지영의손모습.그의손엔항상반창고가붙어있었다.
▲지난동계훈련당시박지영의손모습.그의손엔항상반창고가붙어있었다.


박지영은 지난해에 비해 가장 눈에 띄게 발전한 부분으로 ‘쇼트 게임’을 꼽았다. 그는 지난 동계훈련 때 이정민(24.비씨카드), 조윤지(25.NH투자증권), 정희원(25.파인테크닉스), 정연주(24.SBI), 김지현(25.CJ오쇼핑) 등과 함께했다.

박지영은 “제가 캠프 멤버 중 제일 막내였는데 언니들 플레이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정말 많이 배웠고, 덕분에 쇼트 게임 실력이 향상된 것 같다”며 “당시 익힌 에임 포인트 익스프레스 방법도 올 시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퍼트 라인을 보는 방법 중 하나인 에임 포인트 익스프레스는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가 사용하면서 선수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 그린의 빠르기와 기울기 등을 발로 느끼면서 손가락을 홀을 향해 펼쳐 목표 지점을 찾는다.

박지영은 욕심이 많다. 무작정 욕심만 많은 게 아니라 그걸 채우기 위해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지난해 처음 정규 투어에 합류했을 당시에도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는 꾸준한 플레이를 앞세워 목표였던 신인왕을 달성했다.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소리 없이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 가고 있는 박지영의 눈은 이미 미국과 일본을 향해 있다. 미국 무대를 위해 그는 고교 시절부터 인터넷 강의 등을 통해 영어를 익혔다. 최근에는 일본어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박지영은 “미국보다는 아무래도 일본 쪽 문을 먼저 두드릴 계획”이라며 “요즘 핸드폰에 일본어 앱(어플리케이션)을 깔아놓고 배우고 있는데 쉽지는 않다”며 웃었다. 이어 “우승도 했으니 내일은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놀러 가고도 싶은데 정해진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다른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

김세영 기자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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