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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킬러’ 신지은 “내 이름 잊히기 싫었다”

텍사스슛아웃 최종일 132개 대회 만에 우승...무관의 설움 날려

2016-05-02 13:15

▲신지은이텍사스슛아웃우승직후트로피에입을맞추고있다.AP뉴시스
▲신지은이텍사스슛아웃우승직후트로피에입을맞추고있다.AP뉴시스
[마니아리포트 김세영 기자]2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텍사스 슛아웃에서 정상에 오른 신지은(24.한화)은 2011년 데뷔했지만 그동안 우승이 없었다. 몇 차례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 3월 JTBC 파운더스컵 당시 그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당시 그는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지다 결국 팬들에게서 잊히는 선수들을 많이 봐 왔다”며 “나는 그렇게 되기 싫다. 적어도 내 이름인 제니 신은 팬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했다.

신지은은 2001년 9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골프 유학을 떠난 게 아니라 아버지 친척들이 모두 미국에 있어서였다. 한국에 있던 8세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지만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건 미국으로 건너간 후부터였다.

주니어 시절 그는 두각을 나타냈다. 13세 때인 2006년에는 미국여자주니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뒀다. 당시 그 대회 역사상 두 번째 최연소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에는 15세의 나이로 US여자오픈에 본선에 올랐다. 2010년 LPGA의 2부 투어 격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1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4위 자격으로 이듬해부터 LPGA 투어에 합류했다.

신지은은 현재 한화의 후원을 받고 있고, 국산 브랜드인 오토파워 샤프트를 사용하고 있다. 한화와 인연을 맺은 건 김상균 한화골프단 감독이 신지은을 주니어 시절부터 눈여겨봐서다. 오토파워 샤프트는 지은희의 소개로 올해 기아클래식 때부터 사용 중이다.

LPGA 투어 5년을 뛰면서 그가 가장 아쉽게 여긴 대회는 2012년 HSBC 위민스 챔피언스다. 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다.

“골프 신(神)이 있다고 하잖아요. 정말 그때는 그 분이 저한테서 돌아선 거였어요. 천둥만 안 쳤으면 무조건 우승이었거든요. 샷도 좋았고, 컨디션도 좋고, 멘탈 등 모든 게 우승과 맞아 떨어졌어요. 하지만 천둥이 치면서 경기가 중단됐는데 당시는 경험이 없어서 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무 것도 몰랐어요. 2시간 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었죠. 반면 앤젤라 스탠퍼드는 라커에서 몸을 풀면서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다시 시합이 재개됐는데 저 때문에 다른 선수들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잖아요. 더구나 모두 언니들이었고요. 그래서 그냥 쳤는데 마지막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연장에 끌려들어갔고, 결국 졌죠. 아마 다시 그런 기회가 온다면 절대 그 때처럼 아마추어 같은 행동은 하지 않을 거예요.”

한번 우승을 놓친 신지은은 이후에도 몇 차례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매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면서 “올해는 원숭이 해다. 나도 원숭이 띠니까 잘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마음가짐도 바꿨다. 그는 “우승을 하지 못한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 그들의 공통점은 그 시기를 지나면 하락을 한다는 거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라진다”며 “나는 그런 게 정말 싫다. 우승은 못 하더라도 준우승이라고 많이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조급증이 생기다 보면 더욱 성적이 나지 않고, 결국 잊힌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신지은은 LA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대회가 열리면 요크셔 테리어 강아지를 종종 데리고 다니곤 한다. 이름은 ‘지홍’이다. 그는 “강아지가 조용하고 침착해서 데리고 다녀도 큰 문제가 없다”면서 “시합을 할 때는 호텔방에 혼자 있다가 내가 가면 반갑게 맞아준다”고 했다.

신지은이 또 하나 좋아하는 건 음식이다. 자칭 ‘라면 킬러“라는 그는 ”먹는 걸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먹는 양에 비하면 살은 안 찐다. 운동을 많이 해서다. 2년 전에는 두 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3마일씩 뛴 적도 있다. 최근에는 달리기 대신 일주일에 4~5일 근력 강화 운동을 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거리가 20야드 정도 늘었다.

지난 3월 “우승이 코앞에 왔으니 이제 잡기만 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던 신지은은 결국 132개 대회 만인 텍사스 슛아웃에서 그토록 원하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무관의 설움’도 훨훨 날렸다.

김세영 기자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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