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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작? 명작? …'명량'의 작품성 논쟁이 의미 없는 이유

2014-08-14 17:42

영화'명량'포스터
영화'명량'포스터
한국 영화 흥행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영화 '명량'(감독 김한민)의 작품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명량'은 지난 13일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누적 관객 수 1211만 4489명을 돌파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역대 흥행 순위 1위인 '아바타'(1330만 2637명) 기록을 거뜬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명량'은 흥행 기록 보다는 작품성 논란으로 더 시끄럽다. 요즘 어느 모임에 가서든 '명량'이 재밌었는지 혹은 별로였는지는 핫'한 토론 주제고, 영화평론가 겸 방송인 허지웅과 진중권 교수는 영화가 졸작인가 아닌가에 대해 '트위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명량'의 작품성 논란. '명량'은 과연 졸작일까, 아니면 '명작'일까.

◈ 흥행 열풍에도 아쉬운 점 많아

영화'명량'스틸컷
영화'명량'스틸컷
사실 '명량'을 '명작'이라고 부르기엔 아쉬운 점들이 꽤 많다.

'명량'의 아쉬운 점으로 먼저 진부한 스타일의 감정 이입 요소를 꼽을 수 있다. 그중 정 씨 부인(이정현 분)과 임준영(진구 분)의 스토리가 대표적인 예다.

물론 이정현이 바위 위에 올라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며 절규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정현이 처음 등장하는 씬에서부터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영화 말미에 감성을 자아내는 요소로 작용하겠구나'라고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특히 전투가 끝난 후 바다에서 진구의 유품을 건져 올린다는 설정은 매우 억지스러웠다.

인상적인 조연 캐릭터의 부재도 아쉽다. 류승룡과 조진웅이 각각 구루지마와 와키자카역을 맡아 고군분투 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의 임팩트를 주진 못했고, 이순신의 개인적 고뇌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그 외 캐릭터들을 조명하지 못하면서 마치 '이순신과 아이들'로 묶여버린 듯 한 인상을 줬다. 상대적으로 최민식과 비교대상이 되어서인지 몇몇 배우들의 연기는 아쉽기도 했다.

또 이순신과 배설(김원해), 김억추(박노식) 사이의 갈등 구조라던지 그에게 무한한 신임을 보이는 장수와 병사들이 왜 그토록 그를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는지 등의 세부적인 이야기를 담지 않고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적 지식에 기댄 측면도 다소 아쉽다.

◈ 1200만 관객 돌파에는 그래도 이유가 있다

'명량'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제공)
'명량'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제공)
하지만 명량'은 '졸작'이라고 평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 자체적으로 매력적인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명량'의 가장 큰 장점은 화려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61분간의 해상 전투씬이다.

이순신 장군이 단 12척의 배를 이끌고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배와 맞서는 통쾌한 활약상을 실감나게 재연한 이 전투씬은 많은 이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였지만 이를 '명량' 수준의 영상콘텐츠로 만들어낸 전례가 없기에 청소년부터 중·장년층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다.

또 '최민식이 아니었다면 누가 이순신을 이토록 군더더기 없이 재연해 냈을까'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최민식의 호연은 흥행을 이끈 주요한 요소였다.

◈ 작품성 논란…더이상 의미 없어

'명량'스티컷(사진=CJ엔터테인먼트제공)
'명량'스티컷(사진=CJ엔터테인먼트제공)
'명량'의 작품성 논란은 사실 이제 의미가 없다. 특히 우리가 처한 사회적 상황이 논쟁을 의미 없게 만든다. '이순신 신드롬'이 불수밖에 없을 만큼 어디하나 기대하고 마음의 위로를 받을 곳이 없다는 점이 흥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무엇보다도 1200만의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졸작'이라고 폄하하기엔 무리가 있다. 여기에 영화적으로 아쉬운 측면들도 많이 노출했다는 점에서 '명작'으로 추켜올리기에도 부족하다.

결국 '명량'은 명작도 졸작도 아니라 그냥 '흥행에 성공한 꽤 잘 만들어진 상업 영화'라고 부르는 게 가장 어울린다. '명량'에 대한 작품성 논쟁은 제작될 가능성이 높은 후속작으로 넘기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CBS노컷뉴스 김현식 기자 ssi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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