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한화금융클래식]'현역 최고령' 강수연, '살아 있네'

2014-07-30 10:13

[마니아리포트 유혜연 기자]강수연(37)에게는 ‘원조 필드의 패션모델’, ‘현역 최고령’, ‘군기반장’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여자골프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옛 동료들은 하나둘 은퇴했지만 강수연은 여전한 ‘현역’이다. 지난해에는 일본 무대에서 8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살아 있음’을 입증했다. 강수연에게 31일부터 충남 태안 골든베이 골프&리조트에서 열리는 한화금융클래식(총상금 12억원)은 또 하나의 정상 도전 무대이자 삶의 활력소다.

필드 패션은 강수연 이전과 이후로 분할

한국여자골프의 패션은 강수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면바지에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나오던 시절 강수연은 매 라운드마다 골프화부터 모자까지 톡톡 튀는 패션으로 갤러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금이야 모든 여자 선수들이 ‘패션 모델화’됐지만 당시엔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물론 빼어난 골프 실력이 있었기에 그녀의 패션은 더욱 돋보였다. “이왕 옷까지 예쁘면 보는 분들이 더 즐겁지 않겠느냐”는 게 강수연의 지론이었다.

여자선수들의 화려한 옷차림과 미모는 남성 팬들은 물론 아줌마들까지 여자골프계로 시선을 돌리게 만들었다. 최근 국내 남자골프가 극심한 침체기를 맞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여자골프가 인기를 끄는 밑바탕에는 이런 요소가 큰 역할을 했다. 강수연이 일으킨 새로운 바람이 국내 프로골프계의 지형을 바꿔놓은 셈이다.

인생스코어 ‘버디, 보기, 버디…’

12세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장에 갔다 골프에 입문한 강수연은 국가대표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프로 무대에서도 성공 가도를 달렸다.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강수연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 연속 최저타수상을 차지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2001년에는 상금왕까지 차지했고, 국내에서는 세 번째로 단일 대회 3연패(하이트컵여자오픈․2000~2002년)의 위업을 달성했다. ‘천하의 박세리’마저 ‘한 수’ 아래로 평가할 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강수연의 골프인생은 미국 무대 진출로 바뀌게 된다. 편안한 국내 무대를 박차고 2001년 경쟁이 치열한 미국 무대에 뛰어들었지만 아픔을 겪는다. 퀄리파잉스쿨에서 조건부 출전권을 획득한 그는 2001년 3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 차례만 컷을 통과했다.

눈물을 뿌리며 국내 무대에 전념한 강수연은 한국여자오픈, 하이트컵, LG레이디카드오픈 등 3승을 쓸어 담으며 마음을 추슬렀다. 2002년에도 2승을 올린 강수연은 다시 한 번 LPGA 투어에 도전장을 냈다. 퀄리파잉스쿨 7위로 당당히 전 경기 출전권을 손에 넣었지만 후배들의 우승 파티에 들러리로 서는 신세는 여전했다.

때 늦은 미국 진출로 미국 골프코스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았던 데다 장시간 이동과 호텔 예약과 식사 등 모든 게 걸림돌이었다. 더구나 몸도 자주 아팠다. 주변에서는 “그만 하고 국내에 돌아오라”는 권유도 잇따랐다.

강수연은 그럴 때마다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미국 무대를 고집했다. 그 집념과 오기는 마침내 2005년 세이프웨이클래식 정상에 오르며 결실을 맺었다. 이 우승으로 강수연은 ‘한국 최고의 선수’라는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다.

인고의 세월… 여왕의 ‘귀환’

강수연은 미국무대에서 1승을 올렸지만 이후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주위에서 “이제는 쉴 때도 됐다”는 얘기도 들렸다. 하지만 강수연은 포기하지 않았다. 2011년 일본으로 건너가 재기를 칼날을 갈았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그는 입술을 깨물며 샷을 가다듬었다. 인고의 세월 속에 강수연은 최고의 선수라는 자부심을 버리고 노력하는 선수가 됐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왔다. 2013년 10월 일본 시즈오카현 도메이 골프장.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스탠리레이디스골프토너먼트 최종일 마지막 18번 홀에서 8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강수연은 오른손을 하늘로 힘차게 뻗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2005년 미국 무대 우승 이후 8년 만에 들어 올린 우승컵이었다.
▲2013년JLPGA투어스탠리레이디스에서우승컵을들어올린강수연.사진
▲2013년JLPGA투어스탠리레이디스에서우승컵을들어올린강수연.사진

사실 일본에서도 30대 후반의 선수가 뛰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그래도 미국보다는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게 강수연의 설명이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선수들도 가끔 강수연에게 쇼트 게임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고 할 정도로 친밀감도 쌓였다. 강수연은 이제 무서운 군기반장 대신 후배들의 밥을 챙기는 살뜰한 맏언니가 됐다.

마흔을 앞둔 강수연은 게임을 즐길 줄 알게 됐다. 경기 중의 스트레스는 없어지고, 후배들과의 수다가 그를 경기장으로 이끈다. 강수연은 “롱런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롤 모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번 한화금융클래식에서도 그는 모처럼 국내에 있는 후배들과의 수다를 즐기며 그들에게 인생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 강수연 역대 우승 기록
국내 무대(8승)
2000년 한국여자오픈, 하이트컵여자오픈
2001년 한국여자오픈, 하이트컵여자오픈, LG레이디카드여자오픈
2002년 스카이밸리-김영주패션 인비테이셔널, 하이트컵여자오픈
2004년 PAVV 인비테이셔널

미국 무대(1승)
2005년 세이프웨이 클래식

일본 무대(1승)
2013년 스탠리레이디스골프토너먼트

아시아 서키트(3승)
2000년 말레이시아여자오픈, 인도네시아여자오픈, 태국여자오픈

[r201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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