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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에서 역할 놀이까지…팬들, 가상세계에 빠지다

2014-06-28 09:00

(위부터)치즈인더트랩등장인물들과배우이민호와박보영의가상드라마예고편.(치즈인더트랩웹툰캡처,유튜브영상캡처)
(위부터)치즈인더트랩등장인물들과배우이민호와박보영의가상드라마예고편.(치즈인더트랩웹툰캡처,유튜브영상캡처)
"하루만 멤버 A가 되면 어떤 느낌일까?", "배우 B가 이 역할에 딱인데…"

스타들에 대한 팬들의 상상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인기 웹툰 '치즈인더트랩'의 드라마 제작이 확정되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드라마의 가상캐스팅을 놓고 네티즌들의 의견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엄친아' 남자 주인공 유정 역에는 많은 남자 배우들과 아이돌들이 물망에 올랐다. 유정의 부드럽지만 서늘한 분위기를 고려해 박유천, 박해진, 이장우, 연우진, 빅스 홍빈 등이 언급됐다.

평범한 대학생인 여자 주인공 홍설 역에는 배우 오연서가 원작 속 주인공과 닮은 꼴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밖에도 박신혜, 이세영, 진세연, 천우희 등 20대 여배우들이 후보로 지목됐다.

가상캐스팅이 온라인 상에서 재밌는 상상문화로 자리잡으면서 영상화될 가능성이 높은 인기 웹툰이나 소설에 대한 팬들의 가상캐스팅이 통과의례처럼 자리잡았다. 인기있는 외국 드라마나 영화, 만화 등도 모두 '한국판' 가상캐스팅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같은 가상캐스팅으로 대중들의 기대가 높아질수록, 실제 캐스팅에 대한 부담감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끊임없이 원작과 비교되는 위험성을 안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실제 캐스팅이 대중의 부푼 기대감을 채우지 못한다면 방송 혹은 상영 내내 끊임없이 논란에 시달려야 한다. 과거 MBC 드라마 '궁'에 출연했던 윤은혜를 비롯, 인기리에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도 초반에 캐스팅 논란이 불거졌다.

MBC '해를 품은 달'의 여주인공 한가인 역시 원작 속 이미지와 맞지 않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상상에서 가상 영상까지...네티즌들의 영역이 넒어진다

단순히 상상을 통한 가상캐스팅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커플로 보고 싶은 배우들을 데리고 가상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각 배우들이 출연한 드라마 영상을 잘라내 자신이 상상한 새로운 이야기에 맞게 편집하면 그럴듯한 영상이 완성된다.

이미 유튜브엔 배우 이민호와 박보영의 가상 드라마 예고편, 김수현과 문근영의 사극 드라마 예고편 등이 퍼져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퀴어 드라마'가 국내 정서상 쉽게 제작되지 않는 점을 고려해 남자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완성도 높은 '가상 퀴어 드라마'를 제작하기도 한다.

이런 영상들을 일종의 패러디물로 인식할 수도 있지만 짜깁기 영상인만큼, 저작권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한 네티즌은 수준 높은 가상 드라마 제작으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지난 5월 자신의 블로그에 "SBS 측의 저작권 관련 게시중단 요청으로 인해 SBS 관련 영상들이 일괄 게시 중단됐다"면서 "해당 사안을 통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됐다. 다른 방송사에서 제재가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블로그와 카페를 계속 운영해 나가야 할지, 영상 활동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가상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자신과 스타를 동일시하는 경우도 있다.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멤버놀이는 자신을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로 설정해 친구들과 함께 SNS, 스마트폰 메신저 등으로 대화를 나누는 일종의 역할놀이다.

실제 아이돌 그룹 멤버 수에 따라 놀이에 참여하는 숫자가 결정되며 이들은 가상의 역할놀이로 마치 스타가 된 것 같은 만족감을 누린다.

스타에 대한 동경심이 강한 10대들 사이에서 이런 멤버놀이는 비교적 흔하다. 트위터에 '멤버놀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각자 '팸'(패밀리의 줄임말)의 '팸원'을 모집하는 홍보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의 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멤버놀이와 관련된 커뮤니티 사이트는 1천여 개이고, 회원 수는 10만여 명에 달했다. 10대들이 얼마나 멤버놀이에 매료돼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부작용도 있다. 멤버놀이의 채팅 대화 내용이 유출돼 실제 스타들의 대화로 오해받고, 역할놀이에 깊게 빠져든 이들이 멤버를 사칭하기도 한다.

이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걸스데이' 공식 팬카페 데이지에서는 "SNS 내에서 걸스데이 사칭으로 피해를 입은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온라인 상의 멤버놀이를 전면 금지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네티즌들의 '놀이 문화'로 바라보지만 한편에서는 실제가 아닌 가상의 결과물로 인해 스타들의 이미지가 왜곡되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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