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제국의아이들은 왜 에이핑크가 되지 못할까

2014-06-20 07:00

제국의아이들은 왜 에이핑크가 되지 못할까
임시완은 수많은 ‘연기돌’ 중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고, 황광희는 예능에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박형식은 요즘 가장 핫한 ‘예능돌’이다. 이들 모두 한 팀 멤버다. 그런데 세 명이 뭉친 제국의 아이들은 성적이 영 신통치 않다.

제국의 아이들은 2010년 1월 ‘마젤토브’로 야심차게 데뷔했다. ‘이별드립’ 등을 거쳐 1년여 만에 첫 정규앨범을 발표했고, 이후 정규 2집 앨범을 비롯해 ‘워치 아웃’(Watch Out), ‘피닉스’, ‘바람의 유령’ 그리고 최근 발표한 신곡 ‘숨소리’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런데 기억에 남는 곡이 없다. 대표곡을 꼽으라면 2집 타이틀곡 ‘후유증’ 정도다.

당시 ‘후유증’은 제국의 아이들에게 회심의 카드였다. 광희가 SBS ‘강심장’ 출연을 계기로 2011년 본격적으로 예능스타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임시완이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스타덤에 오른 직후다. 때맞춰 정규 앨범으로 잔뜩 힘을 줬다.

‘후유증’이 무난한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동급 최강 스타 2명을 보유한 팀에 대한 기대감에는 못 미쳤다. 따라 부르기 쉽고 중독성 있는 ‘꽤 잘 빠진’ 곡이었던 터라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들이 ‘왜 못 뜨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오르내렸다.

그러던 중 제국의 아이들은 지난해 또 한 번 사고를 쳤다. 엄밀히 말하면 멤버들이 또 한 번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박형식이 MBC 예능 ‘진짜 사나이’와 SBS 드라마 ‘상속자들’로 급부상했고, 임시완은 11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에서 열연을 펼쳤다.

지난 2일 발표한 미니앨범 ‘퍼스트 옴므’(First Homme)는 그래서 더 기대를 모았다.

3주가 흘렀다. 첫 주 멜론 주간차트 92위였던 타이틀곡 ‘숨소리’는 이미 일간차트 톱100에서도 사라졌다. 2달도 더 이전에 음원이 공개된 에이핑크의 ‘미스터 츄’(Mr. Chu)가 여전히 20위 정도인 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실망스러운 결과다.

지난해부터 승승장구하고 있는 에이핑크도 시작은 제국의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1년 데뷔곡 ‘몰라요’를 시작으로 ‘마이마이’(MyMy), 2012년 ‘허쉬’(Hush), ‘부비부’ 등으로 활동하며 괜찮은 반응을 얻었지만 그 이상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반전의 계기는 제국의 아이들처럼 스타 멤버의 등장이었다. 정은지가 화제의 드라마 tvN ‘응답하라 1997’,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연이어 출연하며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이후 에이핑크가 발표한 곡이 ‘노노노’(NoNoNo)고 첫 1위 트로피를 가져다줬다.

한 아이돌그룹 관계자는 두 팀의 차이로 ‘색깔’을 꼽았다.

그는 “에이핑크는 섹시 일변도이던 걸그룹 시장에서 일관되게 순수를 내세웠다. 주목을 더 받게 됐을 때 차별화된 색깔의 포텐이 터진 것”이라며 “반면 제국의 아이들은 여러 명의 스타가 있지만 관심을 팬심으로 연결할 만큼의 차별화된 색깔은 없다”고 했다.

제국의아이들은 왜 에이핑크가 되지 못할까
제국의 아이들 소속사는 물론이고 멤버들도 색깔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멤버들은 앨범 발표 쇼케이스 당시 “멤버별 인지도에 비해 팀과 음악 인지도가 낮다”고 인정하면서 “우리만의 색깔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그 부분을 부각시키겠다”며 각오를 내비쳤다.

결과적으로 ‘숨소리’는 제국의 아이들만의 색깔이라고 하기엔 2% 부족했다. 지난해 유닛 제아파이브로 신선하게 출격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것도 타 그룹과의 차별화 실패였다.

제국의 아이들은 가창력이나 춤 등에서 다른 정상급 아이돌그룹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 또 데뷔 때부터 이들의 엄청난 연습량과 성실함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제국의 아이들을 놓고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앨범에서 성장과 변화의 노력이 엿보인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알앤비곡 ‘비틀비틀’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고, 멤버 민우는 ‘삐끗삐끗’을 공동 작사, 케빈과 형식은 ‘원’(One)을 공동 작곡하는 등 앨범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색깔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제국의 아이들 측 관계자는 “이제 활동 3주차에 접어들었다.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아직까지 이번 앨범에 대해 평가하기엔 이른 것 같다”며 “이전보다 팬들이 다른 멤버들에게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선 일단 긍정적이다”고 전했다.

제국의 아이들은 수많은 팀이 쏟아져 나온 가요계에서 살아남았고 나름의 입지를 구축했다. 남은 과제는 팀으로서 더 다양한 매력을 보여줘 앞에 놓인 벽을 깨고 나가는 일이다. CBS노컷뉴스 정병근 기자 kafka@cbs.co.kr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