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정규시즌 2위의 주역, 코치 차명석의 ‘아쉬운 퇴장’

팀 평균자책점 1위의 '일등공신', 가정사로 잠시 그라운드 떠나

2014-02-13 01:08

▲지난11일,가정사로자진사임을선언한LG차명석코치.사진│LG트윈스
▲지난11일,가정사로자진사임을선언한LG차명석코치.사진│LG트윈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12일, 소치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000m 종목에서는 꽤 뜻 깊은 레이스가 펼쳐졌다. 서른여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올림픽에 참가한 이규혁(36)이 나이를 잊은 역주로 선전했기 때문이었다. 초반 600m까지 그는 앞서 참가했던 그 어떠한 선수보다 빠른 기록으로 레이스를 펼쳤고,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같은 조에 속했던 러시아의 이고르 보골류브스키보다 훨씬 앞선 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물론 그의 기록은 1분 10초 049로 자신의 최고기록(1분 7초 07)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현역 시절 마지막 모습을 머릿속에 담아 두려는 이들은 그의 레이스를 끝까지 지켜봤고, 그가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관중들을 포함하여 타국가 선수들도 아낌없는 경의를 표했다. 그렇게 ‘올림픽 6회 연속 출전’ 기록을 세운 노장은 선수로서 맞이하는 마지막 올림픽을 그렇게 마무리 지었다. 아름다운 퇴장이었다.

정규시즌 2위의 주역, 코치 차명석의 ‘아쉬운 퇴장’

소치 올림픽 중계방송을 시청하는 국민들이 이규혁의 은퇴 경기에 아쉬움을 표하기 하루 전날, LG 트윈스 팬들은 또 다른 영웅의 퇴장에 안타까움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은 올 시즌 스토브리그 시작과 함께 ‘잔류군(3군) 총괄 책임자’에 내정됐던 차명석 코치. 2002년 이후 11년 만에 LG를 가을잔치에 올려놓은 주인공 중 하나이자 ‘2013시즌 팀 평균자책점 1위’의 공신이었던 그가 자진사임의 형태로 팀을 떠난 것이다. 어떠한 형태로든지 팀에 남아주기를 바랐던 팬들로서는 그의 사임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할 만했다.

사실 차 코치의 사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미 지난 시즌 중 신장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몸 상태가 좋을 리 없었다. 담당 의사 역시 1년 휴식을 권했고, 차 코치 역시 이 의견을 받아들여 시즌 직후 김 감독에게 이미 사임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물론 이는 김 감독의 간곡한 만류로 인하여 비교적 부담이 적은 잔류군 감독을 맡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이 역시 얼마 가지 못했다. 지난 주 차 코치는 가정사(아내의 지병 간호)를 이유로 다시 한 번 더 자진 사임 의사를 밝혔고, 이에 구단에서는 숙고 기간을 갖고 차 코치를 조금 더 배려하는 방향으로 설득을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코치 역시 이러한 구단의 배려를 모를 리 없었다. 오히려 이러한 배려를 바탕으로 가정사와 구단 모두를 챙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배려에 차 코치는 미안한 마음이 더욱 커질 뿐이었고, 이는 곧 ‘자신이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이 팀에 방해가 될 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이 결정에 구단도 더는 ‘자리를 지켜 달라.’라는 요청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차 코치는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안은 채 야인으로 돌아가야 했다.

선수단이나 팬들 사이에서 차 코치의 자진 사임이 생각보다 큰 공백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가 선수나 지도자로서 단 한 번도 LG를 떠난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1992년 입단 직후에는 한때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며 주로 선발 투수로 중용됐고, 전성기였던 1997년에는 68경기서 119와 1/3이닝을 소화하며 11승 4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2.79를 마크한 바 있다. 그렇게 2001년 은퇴하기 전까지 그는 총 10시즌 동안 LG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만 입었으며, 2년간의 야인 시절에는 잠시 야구 해설을 맡기도 했다.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한 팀에서만 투수코치와 불펜코치, 재활코치, 육성군 투수코치 등을 두루 경험했다. 보직만 달라졌을 뿐, 잠실이나 구리 구장에서 차 코치의 모습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그는 1992년 입단 이후 무려 22년간 LG와 인연을 맺어 왔다. 현재 LG 코칭스태프 중에는 유지현 코치가 유일하게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한 팀에서만 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까지는 잔류책임코치로 재직중이었던 김영직 전 2군 감독이 1990년을 시작으로 가장 오랫동안 LG 유니폼을 입었던 이였다.

이렇듯, LG 팬들이 차 코치의 사임을 아쉬워하면서도 그에 대해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것도 지난해 그로 인하여 행복을 느꼈던 이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올 시즌 직후 다시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게 될 차 코치의 모습을 은근히 기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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