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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0]누구도 예상치 못한 1992년 롯데 우승의 추억

'슈퍼 베이비' 박동희 필두로 하위 타선의 박계원-공필성 '폭발'

2014-02-04 23:59

▲1992년롯데우승주역중한명인박계원현KT위즈코치.사진│김현희기자
▲1992년롯데우승주역중한명인박계원현KT위즈코치.사진│김현희기자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한국 프로야구가 흥행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LG와 롯데, KIA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이러한 사실만 놓고 보면, 이들 3구단을 제외한 나머지 7개 구단 관계자나 지역사회 팬들은 서운해 할 수도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이야기는 ‘근거 없는 낭설’로 흘려들을 수 있다. 특히, 야구의 질적인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최근에는 ‘팬들을 향하여 얼마나 투자를 아끼지 않는가?’에 대한 문제에 당당하게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답변을 거침없이 할 수 있는 구단일수록 명문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세 구단은 국내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곳을 연고지로 하고 있다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LG는 전신인 MBC 시절을 포함하여 프로야구 원년부터 ‘국내에서 가장 큰 시장’을 지니고 있는 서울을 연고지로 삼아 왔으며, 롯데의 연고지 역시 ‘야생야사’ 한다는 구도 부산이다. 전신인 해태 시절을 포함하여 KIA 역시 호남지역의 유일한 프로구단이라는 자부심을 안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무려 10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는 사실은 지역사회 야구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 모으는 바탕이 됐다. 특히, 이들 세 구단은 1990년대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나눠 갖는 등 실질적으로 프로야구의 흥행 카드로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동희와 하위타선’의 반란, 1992년 롯데 우승의 추억

특히, ‘구도 부산’의 야구팬들에게 1992년은 잊지 못할 한 해였다. 최동원을 앞세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이후 8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당시 롯데의 선전이 ‘의외’로 받아들여졌던 것은 그들의 정규시즌 성적이 3위였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 완승을 한 것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변은 해태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미스터 제로’, 선동열이 버틴 해태를 상대로 1차전을 가져가는 등 우세한 경기를 펼친 끝에 3승 2패의 성적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물론 당시 선동열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음을 감안한다면 롯데의 이변은 ‘준비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해태에는 선동열을 대신하여 이강철, 김정수, 신동수, 문희수, 조계현 등이 버티고 있어 여전히 난공불락이었다. 결국, 해태는 그 해에 10승 투수 다섯 명을 배출하고도 일곱 번째 우승에는 실패하게 됐다.

하지만,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만나게 될 상대는 해태보다 더 무섭다는 ‘빙그레 이글스(한화 이글스 전신)’ 였다. 당시 빙그레는 정규시즌에서 81승 2무 43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일찌감치 1위를 확정했는데, 2위인 해태 타이거즈와는 무려 10경기 반 차이였다. 따라서 삼성-해태를 이기고 올라온 롯데의 기세가 제아무리 무섭다 해도 빙그레의 ‘다이너마이트 타선’까지 견디기에는 아무래도 힘겨워 보였다.

그러나 단기전에 가장 의미 없는 것은 ‘객관적인 전력’이었다. 롯데는 1차전에서 ‘슈퍼 베이비’ 박동희를 앞세워 8-6 승리를 거두더니, 2차전에서는 소모할 수 있는 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내보낸 윤형배가 의외의 호투를 선보이며 또 다시 3-2 승리를 거두었다. 비록 3차전에서는 임주택에게 1타점 역전 내야 안타를 허용하며 역전패를 당했지만, 남은 4, 5차전을 모두 쓸어 담으며 8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 패권을 찾아 오는 데 성공했다. 당시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2승 1세이브를 기록했던 에이스 박동희가 한국시리즈 MVP를 받았던 것은 그래서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반면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자랑했던 빙그레는 1~3차전에서 상대보다 더 많은 안타를 치고도 번번이 패하며 오랜만에 찾아 온 우승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당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종횡무진했던 ‘송골매’ 송진우는 1승 2패를 기록하며 끝내 눈물을 흘려야 했다.

당시 롯데의 우승에는 박동희 외에도 마운드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 준 ‘루키’ 염종석과 베테랑 윤학길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었다. 또한, ‘져도 좋다’라는 생각으로 2차전 선발로 나섰던 윤형배의 깜짝 호투도 ‘시리즈 패권’을 가져갈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타선에서는 ‘3루타의 사나이’ 이종운을 비롯하여 ‘자갈치’ 김민호, ‘호랑나비’ 김응국 등이 고른 활약을 펼쳤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작 당시 롯데 타선의 주인공은 주로 8, 9번 타순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던 박계원과 공필성이었다. 두 이는 유독 한국시리즈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며 1984년 유두열 이후 ‘최고의 깜짝 스타’로 등극했다. 그리고 이것이 ‘롯데의 가장 최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남겨 있다.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이가 강병철 감독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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