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응답하라 1990]‘국보급 멤버’로 가득한 92학번의 추억

박찬호,임선동,조성민,손경수 등 '즉시전력감 투수'들 다수

2014-02-02 15:58

▲현대유니콘스시절의임선동(사진맨왼쪽).사진│넥센히어로즈
▲현대유니콘스시절의임선동(사진맨왼쪽).사진│넥센히어로즈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1월, 연세대학교 야구부는 정진호 감독의 후임으로 부임할 신임 사령탑에 대한 심사가 한창이었다. 연세대를 졸업한 이들 중 유명 인사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직 프로야구 감독이나 수석 코치급이 부임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조성현(43) 전임 덕수중학교 감독이었다. 젊은 사령탑의 선임에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표현했지만, 이는 사실 예정된 순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연세대는 모교 출신 유명 인사를 사령탑에 앉혔지만, 입시 비리 등으로 야구부 위상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프로야구 선수/지도자 경력을 떠나 아마야구에서 청렴함으로 유명했던 모교 출신 인사를 선임하는 것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두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조 감독의 부임만큼 ‘깜짝 놀랄 만한’ 뉴스가 다시 발표됐다. 그와 함께 덕수중학교 야구부를 이끌었던 임선동 코치도 모교 투수코치로 같이 부임했기 때문이었다. ‘황금 세대’라 불리는 1992년도 학번의 선두 주자이자 ‘응답하라 1994’에 등장했던 ‘칠봉이’의 실제 모델로 추정되는 바로 그 임선동이었다. 은퇴 이후 가족들과 여행을 즐기며 산다는 이야기만 들려 올 정도로 그동안 야구계와는 큰 인연을 쌓지 못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이제 다시 자신의 ‘황금시대’를 알렸던 모교로 다시 돌아온 셈이었다.

‘국보급 멤버’로 가득한 1992학번의 추억

사실 1992년에 대학 입학을 선택한 인재들 중에서는 ‘당장 프로에 입단해도 즉시 전력감’으로 통할 수 있는 멤버들이 상당수 있었다.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했던 92학번 멤버들을 일컬어 마해영 XTM 해설위원은 자신의 저서를 통하여 ‘국보급 멤버’라는 표현까지 썼을 정도였다. 임선동은 당시 92학번 멤버 중 단연 선두주자였다.

휘문고 1학년 시절부터 전국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임선동은 대학 진학 이후 불 같은 속구를 앞세워 대학무대마저 평정하는 등 ‘제2의 선동렬’로 성장할 수 있는 인재로 손꼽혀 왔었다. 이에 그도 연세대 졸업 후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희망했지만, 연고지 지명 구단인 LG와 오랜 법정 소송을 벌였던 것이 결정타였다. 결국, 뒤늦게 프로 무대에 나섰지만, 현대 유니콘스(넥센 히어로즈 전신)에 트레이드 되는 등 부침 많은 야구 인생을 살았다. 그는 2006시즌을 끝으로 야구판을 떠나기 전까지 52승 36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데뷔전 11승을 시작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세 번이나 거두는 등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지만, 한 시대를 풍미할 것 같은 재능을 지녔다는 점을 감안한다는 다소 아쉬운 성적이기도 했다.

‘신촌골 독수리(연세대)’ 임선동에 맞선 ‘안암골 호랑이(고려대)’에는 평생의 맞수, 조성민이 있었다. 동기생 임선동-손경수와 달리 연고지 우선 지명을 받지 않았던 조성민은 졸업 이후 곧바로 일본 무대에 진출하여 ‘짧고 굵은’ 선수 생활을 했다. 다만, 그 역시 재능에 비해 부상으로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톱스타 故 최진실씨와의 결혼과 이혼 등으로 스포츠면이 아닌 연예면에 자주 이름이 거론되는 등 불운한 삶을 살아야 했다. 이후 두산의 2군 코치로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왔지만, 지난해 1월을 끝으로 한 많았던 삶을 스스로 마감하며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앞선 두 사람에 비해 ‘한양대 92학번’ 박찬호는 대기만성형 스타였다. 공주고-한양대 시절에는 크게 주목을 못 받았지만, 대학리그에서 보여 준 153km의 빠른 볼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셋 중 가장 먼저 해외진출에 성공했다.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지만,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의 기록은 동양 선수 최다승으로 기록되어 있다. 현재로서는 92학번 황금세대 중 가장 성공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임선동-조성민과 함께 ‘서울지역 트로이카’로 평가받던 홍익대 손경수도 92학번 황금세대 중 하나였다. 그는 경기고 졸업 이후 OB 베어스에 연고지 우선 지명을 받는 등 앞선 세 선수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 있다. 다만, 어려웠던 가정 형편으로 인하여 야구에 집중하지 못했던 탓에 끝내 프로무대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고, 야구판을 떠난 이후에는 여러 곳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렸다는 소문만 무성하게 들려왔다. 현재는 대전에서 스포츠용품 가계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도 당시까지만 해도 ‘광주일고의 속구 투수’로 더 많이 알려졌던 연세대 박재홍, 박찬호의 공주고교 동기인 고려대 손혁, 속구 투수로 정평이 났던 박찬호의 한양대 동기 차명주 등이 ‘92학번 황금세대’를 이끌었던 이들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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