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응답하라 1990]고무팔 사나이, '부시맨' 김성길의 추억

1991년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팀 구하는 무승부 이끌어

2014-01-28 23:39

▲1991년당시삼성의사령탑을맡았던김성근현고양원더스감독.사진│삼성그룹제공
▲1991년당시삼성의사령탑을맡았던김성근현고양원더스감독.사진│삼성그룹제공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었던 1990년대 뜨거운 야구 열기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많은 화재가 됐다. 때로는 정치적인 이슈(예 : 3김 시대)와 맞물려 지역사회 팬들간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고, 때로는 ‘프로다움’을 모두 벗어던지지 못한 채 아마추어적인 색채가 그라운드에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990년대는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겨우 10돌이 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었다. ‘세미프로’에 가까웠던 1980년대와 비교해 보면 프로야구의 질적/양적 발전이 크게 이루어진 시기이기도 했지만, 선수들이나 팬들의 마음가짐까지 ‘완전히 프로다움’으로 발전할 때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러한 한국 프로야구의 성향을 반영하듯, 각 구단에서는 ‘프로야구 선수다운’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그 중 ‘즉시 전력감’이 되면서도 선수들의 기량을 빨리 올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재일교포 선수들’의 영입이었다. 프로야구 원년에 최하위를 차지했던 삼미 슈퍼스타즈가 이듬해 전반기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너구리’ 장명부(시즌 30승)의 어깨에 의지한 바가 컸다.

1991년 준플레이오프의 주인공, ‘부시맨’ 김성길

지금은 예전과 달리 재일교포 선수들이 영입되어도 크게 활약을 펼치지 못하거나 ‘입단 테스트’마저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실력으로 어필하는 프로야구에서 출신 성분을 따진다는 것도 크게 무의미한 일이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펼친 재일교포 선수들은 국내 무대마저 평정하며 한국 프로야구의 큰 획을 긋기도 했다. 김일융에 이어 삼성 유니폼을 입었던 ‘부시맨’ 김성길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1978년 일본 드래프트 7순위로 한큐 브레이브스(오릭스 버팔로스 전신)에 입단한 김성길은 통산 성적 1승 7패 3세이브라는 성적을 거두는 등 주로 불펜으로 활약했던 이었다. 하지만, 한 명의 투수가 아쉬웠던 삼성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마침내 1987년 시즌부터 그는 국내 무대에서 활약하게 됐다. 특히, 입단 3년 차인 1989년에는 개인 통산 최다인 233과 2/3이닝을 소화하면서 14승 1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81을 기록했다. 정통파였던 다른 투수들과 달리 사이드암이었던 그는 유연한 어깨를 바탕으로 긴 이닝을 소화했던 백전노장이었다. 그리고 1991년에는 개인 통산 최다인 16승을 기록하는 등 김성근 당시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기도 했다.

또한, 1991년은 김성길 자신도 ‘잊을 수 없는 한 해’로 남을 수 있었다. 3전 2선승제로 진행됐던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씩을 나눠 가진 양 팀은 3차전에서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펼쳐야 했다. 2차전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려는 롯데는 김민호의 홈런을 바탕으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믿었던 선발투수 성준이 1회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김성근 감독은 지체없이 김성길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에 지지 않으려는 듯 롯데에서도 ‘슈퍼 베이비’ 박동희를 투입하며 맞불을 놨다. 그리고 두 사람의 기가 막힌 투수전은 연장이 되도록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양 팀은 3-3 무승부를 기록하며 준플레이오프의 파이널을 4차전까지 끌고 가기에 이르렀다. 특히, 이 날 경기 초반부터 등장했던 김성길은 끝까지 경기를 마무리하며 벼랑 끝에 몰렸던 팀을 구하기도 했다. 당시 방송을 중계하던 전문가들도 김성길을 교체하지 않은 용병술에 대해 ‘김성근 감독의 뚝심이 만들어 낸 작품’이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김성길의 활약 속에 삼성은 1991년 플레이오프에까지 진출했지만, 당시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자랑하는 빙그레 이글스(한화 이글스 전신)의 벽까지 넘기에는 무리였다. 그리고 이때를 기점으로 김성길 본인도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여 1993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현역 시절 마지막 유니폼이 원소속팀 삼성이 아닌 ‘쌍방울 레이더스’였다는 점도 다소 이채롭다.

[eugenephil@daum.net]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